반려식물 시대,
식물과 행복한 교감을
시작하세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정희 연구관

글 ㅣ 남궁소담사진 ㅣ 최성훈
반려식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물을 친구 삼아 키우는
반려식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식물에 물을 주며 교감하고,
식물이 성장하고 시들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삶에 대해서 성찰하게 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정희 연구관은
“식물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한다면 진정한 반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식물과 인간,
환경이 조화롭게 생존하도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정희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정희 연구관
도시농업의 발전은 도시쏠림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시골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해오게 되면서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 시골의 향수를 느끼고자 농업을 시작했던 것이 도시농업의 시작이 되었다. 2010년 도시농업법이 생긴 이래, 기존 농업인구보다 더 많은 수가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추세다.
“식물과 인간, 환경이 조화롭게 생존하는 것이 도시농업의 목표예요. 저희는 한국형 도시농업을 구축하고자 연구하고 있어요. 도시농업 참여자가 늘어나고, 최근에는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요. 인간이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윤택하고 건강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실내외 환경을 개선하고 식물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김정희 연구관은 도시 문제에 식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공기정화에 대한 연구부터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연구까지, 그의 고민에는 식물 활용이 기본이다. 건축물의 옥상부분에 흙을 올리고 식물을 식재하는 옥상녹화와 수직벽면을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채우는 벽면녹화 등이 도시의 기온 상승으로 인한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말농장 개념을 도시에 갖고 와서 만든 ‘텃밭 농원’이나 대상자 맞춤으로 진행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등이 저희의 업무입니다. 최근에는 실내 생활이 많아져서 식물을 기르는 도시민이 늘어났지요. 그래서 ‘반려식물’이라는 단어가 부각되고 각광받고 있는데요. 연구 자체는 오래된 분야입니다. 요즘 식물도 동물처럼 반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도시농업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식물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도시농업 인구가 늘어가는 시대이기에 반려식물에 대한 개념정의와 활용 방안 및 홍보 등이 더욱 절실하다.

반려식물에
자기 인생 투영하며 교감해

반려식물에 대해 설명하는 김정희 연구관
반려식물에 대해 설명하는 김정희 연구관
반려식물은 말 그대로 사람과 짝을 이루는 식물을 뜻한다. 식물에 반려 기능이 있다는 것이 개념의 기초이다. 반려식물은 안정감을 주고 공기정화 등의 역할도 해준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증가한 것은 아마도 식물에 자기 인생을 투영해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사람들은 식물에서 정서적으로 고향 같은 느낌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식물을 가만히 바라보면 지치고 힘든 마음이 안정되지요. 또 식물의 살이는 사람의 인생과 비슷해요. 식물이 커가는 걸 보고, 또 시들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본인의 삶과 동일시하게 되죠. 결국 식물은 자기 인생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해요.”
실험을 통해 식물이 어떻게 자기표현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상추를 짓이기는 행동을 한 후, 다른 상추에 그 사람의 입김을 불어넣었을 때 식물에서 방출되는 메틸자스모네이트라는 물질이 20% 증가한 바 있다. 병해충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방출량이 늘어나는 물질이다. 좋은 기운을 주면 식물도 좋아하고, 나쁜 기운을 주면 식물도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식물이 인간에게 반응하듯, 인간 역시 식물에게 반응하고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40~50대 이상은 그래도 자연에 익숙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초·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식물에 대해서 잘 모르죠. 예컨대 쌀이 나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그린스쿨을 통해서 식물을 기르는 법 등을 교육적으로 전달하니, 학생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생각이 풍부해지고 식물과의 친밀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었어요. 식물과 친숙해지는 경험이 학생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른다는 의미의 ‘애완동물’이라는 용어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친밀한 친구라는 의미의 ‘반려동물’로 변화한 것처럼, ‘반려식물’이라는 용어가 대두되는 것이 반갑다. 식물을 버리고 언제든 또 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식물과 진정한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정희 연구관

반려식물 각광 받는 요즘
식물도 동물처럼
반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이들 많아
인간과 식물, 서로를 이해하면
반려될 수 있어

동반식물 연구도 이어나갈 것

앞으로 반려식물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거주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어떤 반려식물이 적당할지 추천해주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등 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안내하는 플랫폼이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한 곳에 집대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특히 공간에 어울리는 반려식물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거실에는 잎이 큰 식물을 두면 공기정화에 도움받을 수 있어요. 또 부엌에서는 음식을 많지 조리하니까 일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스킨답서스와 같은 식물이 좋겠지요. 화장실은 암모니아 흡수와 관련이 있는 아레카야자가 어떨까 싶어요. 자세한 내용은 책자로 발간된 바 있지만, 앞으로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더욱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반려식물들
다양한 반려식물들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는 반려식물들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는 반려식물들
식물이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음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잎을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율적인 식물의 잎 뒷면은 주름형태를 띄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꽃이 달리는 가장 대표적인 실내식물로는 스파티필름이 꼽힌다. 미세먼지와 더불어 포름알데히드 등 공기 오염물질 제거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동반식물에 대한 연구를 해나갈 거예요. 예를 들어 고추밭에 허브류를 놓았을 때 벌레를 쫓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이렇게 함께 재배했을 때 서로 도움이 되는 특성을 지닌 동반식물들을 연구한다면, 여러 가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또 식물을 활용한 그린스쿨과 그린오피스의 확대 보급이 목표입니다.”
인간은 식물과 함께 교감하고 식물과 더불어 성장한다. 식물은 저 혼자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세상을 더욱 살기 좋게 만든다. 언택트 시대가 종식된다고 해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식물과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