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사료 개발로
반려동물 건강증진과 국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김기현 연구사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한상훈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 건강한 사료를 섭취해 아픈 곳 없이 장수하는 것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김기현 연구사는 갈색거저리와 도담쌀 등의 재료로
피부질환 개선과 항비만 효과가 있는 기능성 사료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기술 이전까지 완료했다.
김기현 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원료 사료에 대한
국내 고유 데이터베이스 구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김기현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김기현 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은 지난 2019년 12월 1일 신설되었다. 1인 가구 증가, 여가·문화생활 확대 등으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와 산업규모가 성장 추세를 보이며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연구가 강화될 필요성에 의해 조직되었다. 이에 따라 동물복지연구팀은 반려동물 복지, 고품질 기능성 사료, 대사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김기현 연구사는 기능성 사료를 개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실 반려동물 사료영양연구를 수행하는 국가조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립축산과학원은 기본적으로 축산분야에서 오랫동안 동물의 사료, 영양생리, 대사, 질병 등을 전문으로 연구해온 기관으로 그동안의 연구데이터와 경험,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반려동물로까지의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639만 가구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에 359만 가구였던 것에서 2배에 가깝게 늘어난 수치다. 전체 인구 중 27.7%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조3천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2년 4조2천억 원, 2027년에는 6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사업은 글로벌 수입 브랜드가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고가의 수입 사료를 매우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료 수입업체에서는 이를 악용하여 동일 제품임에도 해외보다 1.1~3.06배 가량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동물복지연구팀은 국가 차원의 R&D를 통해 민간에서 접근이 어려운 개, 고양이 원료 사료에 대한 국내 고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반려동물 원료사료 307종을 5계통으로 분류하고, 주요 영양성분 17종을 선정·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따라 반려동물 사료성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반려동물 집밥 만들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반려동물 집밥 만들기’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산업체에 기술 이전하여 국내 사료 개발 등에 활발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들도 가정에서 쉽고 과학적으로 사료를 만들 수 있도록 농사로 누리집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들 수 있는 집밥은 반려동물에게 믿고 제공할 수 있는 사료입니다.”

피부질환과 비만에 효과적인
기능성 사료 개발

김기현 연구사는 반려동물이 많이 갖고 있는 질병 위주로 이를 예방·개선하기 위한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반려견의 경우 아토피, 식이알레르기 등 피부질환과 비만이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피부질환은 발적, 간지러움 등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비만은 그 자체를 질병이라고 하진 않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당뇨, 심혈관, 관절 등 여러 질병을 유발시킵니다. 우리나라 반려견의 40%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비만 예방 기능성 사료 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김기현 연구사는 반려동물 식품에 포함된 육류 단백질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반려견에게 급여할 기능성 사료 개발에 성공했다. 사료의 주 재료는 단백질 소재인 갈색거저리라는 곤충으로, 2014년 식용곤충으로 인정받아 국내에서 식용원료로 유통되고 있는 유망한 미래 식량이다.
기능성 사료 개발 등을 진행하는 펫누리관
기능성 사료 개발 등을 진행하는 펫누리관
기능성 사료 개발을 논의 중인 동물복지연구팀
기능성 사료 개발을 논의 중인 동물복지연구팀
“식이알레르기가 있는 반려견에게 급여한 결과, 개선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피부 경피 수분 증발도가 시험 개시 대비 21.8% 개선되었으며, 가려움증 주관 평가(PVAS) 및 수의사의 피부 평가(CADESI-04)에서 ‘악화 관찰되지 않음’으로 나타났습니다.”
갈색거저리를 첨가한 기능성 사료는 특허출원을 했으며 사료제조 기업에 기술 이전되어 특정 사료제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견의 처방식 사료로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품종 도담쌀을 활용한 사료는 간 기능 개선과 비만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 건강 지표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가 높아진 소형 반려견에게 도담쌀을 함유한 기능성 사료를 12주간 급여한 결과, 아미노전이효소는 29%, 체중은 6.3%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도담쌀은 저항전분이라는 성분이 높은 쌀로 당이 분해되지 않도록 해줍니다. 포만감은 느끼지만 소화흡수는 안 되는 것이죠.”
도담쌀을 첨가한 기능성 사료를 섭취하면 상대적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에너지가 감소된다. 실제 당이 올라가지 않고 마치 식이섬유처럼 작용을 하는데, 힘이 나지 않거나 극단적으로 에너지 섭취가 안 되는 것은 아니기에 반려동물에게 급여해도 문제가 없다. 이와 함께 김기현 연구사는 흑삼, 노루궁뎅이버섯, 새싹보리 등을 활용한 면역개선, 건강증진, 노화방지 등의 기능성 사료들을 개발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국내 사료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

그렇다면 과연 국내 사료와 외국 글로벌 브랜드들에서 생산하는 사료의 품질이 확연히 차이가 날까? 김기현 연구사는 외국 글로벌 브랜드들은 100년 이상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기술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치 국내 사료가 저급사료라는 인식은 불합리한 오해라고 강조한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 제조의 역사가 짧다 보니 저급사료를 만들 것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휴먼그레이드 식품으로 사료를 제조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오가닉, 홀리스틱 등 사료 등급은 사실 법적으로 인정받은 게 아닙니다. 사료 제조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붙이는 라벨이지요.”
인터뷰 중인 김기현 연구사
인터뷰 중인 김기현 연구사
펫누리관에서 강아지와 놀아주고 있는 김기현 연구사
펫누리관에서 강아지와 놀아주고 있는 김기현 연구사
김기현 연구사는 가장 좋은 사료란 내가 기르는 반려동물이 잘 먹는 사료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영양분이 있고 비싼 재료가 들었다고 해도 반려동물이 먹지 않으면 영양결핍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영양소의 화학조성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단백질 등 필수영양소가 얼마만큼 충족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원료에 반려동물이 알레르기가 없는 지가 중요하다.
“항비만 기능성 사료를 개발한다고 하면 항상 ‘덜 먹이면 되지, 왜 굳이 기능성 사료까지 개발해서 먹이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사료뿐만 아니라 간식을 급여하는 등 적당한 양을 넘겨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능성 사료로 이를 조절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김기현 연구사는 앞으로 기능성 사료를 개발하고 기술 이전함으로써 국산 사료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데 일조할 계획이다. 수입 사료와 비교했을 때 국내 사료의 품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으니 국내 사료를 많이 애용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특히 기능성 사료를 개발하면서 연구 과정에 있어 우려하는 사람들에게도 당부를 전했다.
“기능성 사료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급여하는 등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여 건강이 개선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반려동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