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과 함께하는
‘리빙랩’ 연구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이성현 과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는 품질 계측, 저장시설 및 농식품가공기계 개발 등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농식품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킹스베리 재배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현장과 연구자가 함께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리빙랩’이 성과를 내며
킹스베리의 품질향상 및 안전성을 확보했다.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이성현 과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산물 신선도 및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연구 수행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이성현 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이성현 과장
농산물을 신선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장기간 유지 및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는 농산물의 형상, 중량 등 외관과 당도, 신선도, 맛 등 내부 성분을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계측하는 기술, 농축산물 위해물질 신속측정 기술, 농산물 유통에 필요한 세척·살균·포장·저장기계 기술,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가공기계 기술 및 농산물 산지처리기계 기술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2의 생산 활동으로 농업인에게는 소득을 높여주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맛있는 농식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품질계측과 관련해서는 사과, 배, 복숭아의 내외관 품질을 파괴하지 않고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산업화했습니다. 또한 저장유통 분야에서는 농산물의 호흡률을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설형 CA저장고의 환경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시설형 CA저장고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과 같이 대규모로 농산물을 저장하는 곳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다. 질소발생기, 이산화탄소제거기, 에틸렌제거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감의 경우, 0.5~1.0℃, 산소 3~5%, 이산화탄소 6.5~7.5%, 에틸렌 0.5ppm 이하로 설정했을 때 저장기간이 3개월로 늘어나 일반 저온저장 기간인 1개월보다 3배 더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을 저장할 때 기체상의 가스조성을 바꾸어 식품을 장기 보존하는 방법인 CA저장기술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하여 실용화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그 기술을 구입해서 사용해도 되지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이에 따라 시설형 CA저장고 전체 시스템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70%가량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CA저장기술은 선진국에서도 현재 계속 연구를 해나가는 분야다. 농산물의 종류가 굉장히 많아 각 농산물에 맞는 환경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확후관리공학과는 소량품목에도 CA저장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컨테이너별 내부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팰릿 단위 CA저장시스템을 개발하여 농업현장에 상용화하였다.
“농식품가공기계 분야에서는 최근 매실 씨 제거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유통·소비되는 과정에서 손실률이 평균 30~50%라고 하는데요. 매실 과육과 씨를 분리함으로써 소비자는 매실 과육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분리한 씨는 베갯속으로 사용하는 등 농산물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빙랩 연구로 킹스베리 품질향상

수확후관리공학과의 성과 중 하나는 ‘리빙랩’ 연구를 통한 킹스베리 품질향상 및 안전성 확보기술 개발이다. 킹스베리는 과일 무게가 60~120g으로 다른 딸기보다 4배가량 크며, 당도가 높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딸기 품종이다. 하지만 킹스베리는 흰가루병에 취약하고 수분이 잘 안 되면 기형과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수확과 수출 과정에서 충격에 의한 물러짐 등이 발생하여 품질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수확후관리공학과는 지난 2019년부터 농업현장과 함께 문제를 발굴·해결하는 ‘리빙랩’을 통해 협업연구를 수행했으며, 지난해 12월 킹스베리 재배부터 수출포장까지 농업현장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논산의 킹스베리 농장을 지정해 현장 농업인들과 함께 ‘리빙랩’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먼저 많은 농가들의 애로사항이었던 킹스베리의 물러짐 형상을 개선하기 위해 클로렐라의 대량배양 최적화 기술을 도입했는데요. 클로렐라를 소량으로 각 농가들마다 배양하면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리빙랩’ 연구를 통해 1톤까지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고품질의 클로렐라 배양액을 60농가가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량 배양한 클로렐라 배양액을 킹스베리 재배 시 주기적으로 살포함으로써 킹스베리 경도를 10~30% 높이고, 흰가루병 발생은 20~24%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병해충 방제를 위한 약제 사용이 줄면서 딸기 수분 시 필요한 꿀벌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내었다.
“딸기는 자가수분을 하지 못해 꿀벌을 이용해 수분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꿀벌들은 온도나 계절에 따라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꿀벌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전용벌통, 먹이관리, 보온관리 등 딸기 화분매개 표준화기술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했습니다. 아울러 GAP 컨설팅 및 인증교육, 수출대상국별 농약안전사용가이드를 제공하여 농산물우수관리제도를 확산하는 성과를 내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발한 것이 수확용 완충 운반차와 라텍스 재질의 수출용 포장이다. 킹스베리를 수확하면 운반차에 담아 이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비닐하우스 내부의 고르지 못한 바닥으로 인해 충격이 가해져 딸기가 물러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30~60kg 수확량 기준으로 스프링 탄성계수를 이용한 딸기 수확용 완충 운반차를 설계·제작하였다. 또한 킹스베리 수출용 라텍스 재질 완충포장을 개발하여 유통 중 발생하는 비상품과 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리빙랩에 대해 설명하는 이성현 과장

우리 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지식공유 문화를 확산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농업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클로렐라 배양액
클로렐라 배양액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지난해 12월 16일, ‘킹스베리 품질향상 및 안전성 확보기술 현장평가회’를 개최했다. 현장평가회를 통해 개발 기술을 소개하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참석한 농업인들의 90% 이상이 ‘리빙랩’ 연구로 인해 수출의 활력을 찾는 등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현장 농업인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수치로 나타나는 성과들에 힘입어 그동안 개발한 ‘리빙랩’ 기술들을 패키지화하여 다른 지역의 딸기 농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뛰어난 기술과 좋은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모든 딸기 농가의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성현 과장은 농업강국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높은 생산성의 핵심은 ‘정보의 공유’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점하고 싶어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기술력과 노하우가 부족한 다른 농가와 공유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농업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여 함께 성장했을 때 국가의 농업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 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지식공유 문화를 확산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확후관리공학과는 농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있으면 적극 개발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농업인 분들의 목소리에 언제나 귀 기울일 테니 많은 참여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