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주
모두가 즐기는 술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연구실
강희윤 연구실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전통주는 예로부터 만들어져 오는 우리가 계승해야 하는 술로,
주류부문의 국가무형문재화재와 시·도 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등이 제조한 술인 ‘민속주’와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 단체가 지역에서 생산한 술인 ‘지역 특산주’를 말한다.
최근 고문헌에만 남았던 전통주가 복원되는 등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추석을 맞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연구실 강희윤 연구실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발효식품의 대표 ‘전통주’
연구·개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연구실 강희윤 연구실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연구실
강희윤 연구실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는 전통발효식품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연구하는 ‘발효자원실’, 양조기술 현대화 및 전통주 산업화를 연구하는 ‘발효가공연구실’, 농식품 표준화·규격화 등을 통해 농산물 저장가공기술을 연구하는 ‘농산물가공연구실’, 농산물 소재 및 새로운 용도 공정을 개발하는 ‘신소재개발연구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강희윤 연구실장은 ‘발효가공연구실’에서 전통주 및 양조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발효가공연구실은 국내 선발 효모의 산업화를 위한 공정 개발과 주종별 양조기술을 현대화하여 국산 농산물 소비확대 및 양조산업 발전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조미생물 산업화와 전통주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발효식품의 원천기술을 선도하고, 농식품 현장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발효식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된장, 간장, 청국장과 같은 장류와 막걸리, 약주와 같은 주류를 뜻한다.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되면 유용한 물질들을 섭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유용한 물질들은 인체에 꼭 필요하지만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식품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성분들이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선발한 좋은 미생물로 우리 농산물을 발효하는 식품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전통주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전통주 관련 연구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소규모 양조업체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입니다. 양조기술에 대한 연구를 직접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양조업체에 공정개선 및 신기술을 보급하고,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지역특산주 생산업체에 자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품질의 전통주는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제품으로 선순환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통주 품질향상 연구 및
기술이전 추진

강희윤 연구실장은 국가정상회담 오찬 건배주로 사용된 자색고구마막걸리와 국내 선발 특허 미생물이 상품화된 향미효모 HY2013를 개발한 바 있다. 자색고구마막걸리는 국가기관에서 최초로 산업체에 기술 이전되어 제품화되었으며, HY2013는 수입산 효모를 대체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주 품질향상 연구 및 다양한 주종의 공정개선, 양조미생물의 현장적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쌀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탁주와 약주, 소주는 액상발효를 하지만 수수와 같은 곡물은 고체발효를 통해 술을 만듭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누룩의 종류와 향기가 다르지요. 이러한 수수 증류주는 우리가 요즘 자주 마시는 고량주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고량주 생산시설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쌀의 대체작물인 수수의 소비처 확대를 위해 고체발효방법을 되살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발효가공연구실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우리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관련된 연구 수행의 일환으로 사라져버린 전통주를 재현하고, 과학적 해석을 통한 현대화 기술을 접목하여 고문헌에 수록된 전통주를 복원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삼일주’와 ‘황금주’를, 2009년에는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전통주에 집중하여 ‘녹파주’와 ‘아황주’를 복원했다. 이후에도 ‘도화주’, ‘석탄주’, ‘벽향주’, ‘삼해주’, ‘자주’, ‘사시주’, ‘점주’ 등 총 15개의 전통주를 복원하는 성과를 냈다.
“전통주 복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우리 술의 양조법에 숨어 있는 선조들의 지혜를 찾아내고 과학적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양조기술을 개발하여 전통주 산업에 적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황주’는 경기 파주에 있는 최행숙 전통주가에, ‘녹파주’는 솔송주로 유명한 경남 함양의 박흥선 식품명인이 기술이전 받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전통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효모
전통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효모
전통주 제품들
전통주 제품들

좋은 전통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대되길

전통주는 평소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다.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나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추석음식과 함께 곁들이기에 전통주만한 것이 없다.
“추석 때 마시기 좋은 전통주로 ‘강진 병영소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강진 병영소주’는 쌀이 귀하던 시절, 병영주조에서 보리쌀과 손수 빚은 누룩으로 3주 이상 발효하여 증류한 보리소주입니다. 지역의 특색 있는 전통주를 꼽으라면 충남 서천지역의 ‘한산소곡주’가 있습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을 비롯해 인근 지역 70여개의 양조장에서 제조하고 있는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술 빚는 방법들이 조금씩 달라서 다양한 술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진 병영소주’는 기호에 따라 차갑게 먹거나 상온에서 음용하면 그 향이 더 진하고 입안 가득하게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육회와 함께 먹으면 ‘강진 병영소주’가 갖고 있는 은은한 향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한산소곡주’는 달콤한 술맛이 좋아서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일어날 생각을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재 주류 소비시장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혼술, 홈술 등에 익숙해지다 보니 나를 위해 고급술을 선호하게 되면서 다양한 주종이 소비되고 있는데요. 좋은 전통주를 시음해 보시고 주위에 많이 권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 전통주 연구를 중심으로 양조기술 개발 및 해외 보급에도 힘쓰겠습니다. 한국인이 즐기는 술이 세계인 모두가 즐기는 술로 발전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전통주 관련 연구 중인 강희윤 연구실장

한국인이 즐기는 술이 세계인 모두가
즐기는 술로 발전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