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최고
추석엔 우리 전통주와
함께하세요

농업회사법인 (주)솔송주 박흥선 명인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경남 함양 개평마을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하동 정씨가 모여 살고 있으며, 정여창 선생의 16대 손자며느리인 박흥선 명인이 가양주인 솔송주를 전수받아 만들어오고 있다.
전통식품 제27호 명인이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인 농업회사법인 (주)솔송주 박흥선 명인을 만나
솔송주와 농촌진흥청에서 고문헌을 복원해 기술 이전한 녹파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가문에서 대대로 만들어오던
‘솔송주'

농업회사법인 (주)솔송주 박흥선 명인
농업회사법인 (주)솔송주 박흥선 명인
솔송주문화관에서 만난 박흥선 명인은 소탈한 모습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솔송주 등 전통주를 빚느라 쉴 틈이 없었다는 그녀는 차가운 보리차를 건네며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오늘은 솔송주문화관이 휴무인 날이라 조금 여유가 있어요. 평소엔 솔송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방문을 많이 하십니다. 원래 문화관을 열 계획은 없었는데 개평마을 한옥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방문객들에게 솔송주를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15년 전에 솔송주문화관을 지었지요. 이제는 솔송주 때문에 이곳을 많이 찾아오세요.”
솔송주는 정씨 집안에서 만들어오던 가양주다. 솔송주의 원래 명칭은 송순주로 530여 년 전부터 집안에서 제조하여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술이었다. 솔잎 고유의 은은한 향과 감칠맛이 뛰어나 조선시대 성종에게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주로 알려져 있다. 박흥선 명인은 하동 정씨 집안에 며느리가 되면서 시어머니로부터 솔송주 빚는 법을 전수 받았다.
“집안에서 제사나 경조사 때 수시로 솔송주를 빚어 명맥을 이어 왔어요. 저는 술을 잘 못하지만 푸르른 소나무의 솔잎과 송순을 이용해 담그는 솔송주에 반했지요. 우리 전통주를 이어가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28년 전에 제조장 차려 솔송주를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술을 못하는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를 빚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혀끝으로 맛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받으며 최상의 맛을 찾아갔다. 눈만 뜨면 술을 빚고 언제나 머릿속엔 솔송주 생각뿐이었다. 솔송주가 점차 알려지면서 박흥선 명인의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솔송주의 맛을 안정화시키는 데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만찬주로 선정되는 등의 성과를 내면서 더욱 조심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명이 생겼어요. 지금은 전수자인 딸이 함께하고 있는데, 제가 힘들었던 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짠하기도 해요.”

고문헌에서 복원한 ‘녹파주’,
높은 도수의 ‘담솔’ 제조

농업회사법인 (주)솔송주는 솔송주와 함께 녹파주와 담솔을 제조하고 있다. 녹파주는 농촌진흥청에서 ‘우리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관련된 연구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고문헌에 수록된 전통주를 복원한 술이다. 솔송주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 등을 자주 찾았던 박흥선 명인과 연이 닿았고, 기술 이전을 받아 2010년부터 녹파주를 생산하고 있다.
“녹파주는 푸를 녹()에 물결 파() 자를 써서 잔에 담긴 모습이 마치 거울에 비친 푸른 파도같이 맑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처음 솔송주를 만들 때만 해도 일본 사케의 인기가 높아서 우리 술로 사케를 이겨봐야겠다는 각오로 녹파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박흥선 명인은 술은 ‘발효’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녹파주의 발효온도를 맞추기 위해 여름에는 냉방기, 겨울에는 온풍기를 사용해 적정 온도를 유지했다.
“술을 사계절을 지나봐야 알아요. 녹파주의 맛을 기복 없이 유지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에 엄청 신경을 쓰지요. 열심히 하는데 맛있다고 해주시면 참 감사하고 그동안 힘들었던 게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담솔은 2010~2013년에 우리술 품평회 4년 연속 최우수상, 2014년에 대한민국 주류대상 전통주부문 대상, 2015년에 대한민국 주류대상 약주·청주부문 대상 등을 수상한 40도 술이다. 도수가 높아 잔에 얼음을 하나 넣어서 위스키처럼 온더락으로 마셔도 좋고, 칵테일로 만들어도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솔송주는 식사할 때 반주로 좋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요. 굳이 하나를 추천한다면 버섯 종류와 궁합이 좋습니다. 녹파주는 갈비, 불고기 등 육류음식과 잘 어울리고, 담솔은 생선회와 즐기면 깔끔한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솔송주, 녹파주, 담솔
솔송주, 녹파주, 담솔
솔송주 문화관
솔송주 문화관

미국 등 수출 진행…
우리 전통주 경쟁력 충분

박흥선 명인은 우리 술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처음 솔송주를 만들었을 때 해외박람회에 참석하며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직접 무거운 솔송주를 들고 해외박람회를 찾아다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전통주를 잘 만들면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 것을 정말 최고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어디에 내놔도 떳떳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잘 만들어야 합니다. 홍보도 물론 필요하지만 잘 만든 전통주는 그 자체로 경쟁력입니다.”
이러한 박흥선 명인의 노력을 알아준 것인지 최근 해외에서도 솔송주와 담솔, 녹파주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2019년에 뉴욕에 담솔을 수출한 후 호주, 캐나다, 영국, 캘리포니아 등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한류열풍이 불면서 우리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감사할 뿐입니다. BTS와 같은 국내 가수가 국위선양 하는 상황이라 우리나라에 누가 되지 않으려 품질에 더욱 철저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현재 박흥선 명인은 20도의 일반 증류주를 새롭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도 손이 부족할 만큼 바쁘지만, 전통주를 더욱 알리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금도 위스키가 없어서 못 판다고 하는데요. 명절에는 그래도 ‘우리 것이 최고’입니다. 함양 지역 쌀로 술을 담그기 때문에 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변치 않는 맛으로 정성껏 술을 담글 테니 우리나라 전통주를 많이 애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녹파주에 대해 설명하는 박흥선 명인

명절에는 ‘우리 것이 최고’입니다.
함양 지역 쌀로 술을 담그기 때문에
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변치 않는 맛으로 정성껏
술을 담글 테니 우리나라 전통주를
많이 애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농업회사법인 (주)솔송주
주소 :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길 50-6
전화 : 055-963-8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