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로 만든 쌀빵
군산의 명물이 되다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전예영
군산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가루쌀로 건강하고 맛있는 쌀빵을 선보이는 홍윤베이커리다.
지난 1996년, 다섯평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홍윤베이커리는 쌀빵으로 입소문을 타며 군산을 대표하는 베이커리로 자리 잡았다.
우리 쌀 100%로 빵을 만드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대표를 만나봤다.

우리 밀·우리 쌀로
차별화를 꾀하다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대표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대표
군산에 위치한 홍윤베이커리에서는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달콤한 빵 냄새가 풍긴다. 따뜻한 노란색 조명 아래 진열된 빵들이 하나같이 먹음직스럽다. 대형 프랜차이즈와는 확연히 다른 지역 빵집만의 정겨움이 이곳의 매력이지만, 더욱 특별한 점이 있으니 바로 쌀로 만든 빵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홍동수 대표는 농사를 지으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우리 농산물에 관심이 많았다. 광주의 한 대형 빵집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후 군산에서 홍윤베이커리를 열면서 수입 밀 대신 우리 밀을 사용하고, 더 나아가 우리 쌀로 빵을 만들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빵을 시작하고, 1992년에 처음 우리 밀을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 글루텐이 없는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 그땐 우리 밀에도 글루텐을 넣어야만 빵이 잘 만들어졌어요. 그래도 우리 밀이라는 생각에 괜히 애정이 갔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우리 밀로 빵을 만들기 어려웠다. 1996년, 홍윤베이커리를 창업한 뒤에야 우리 밀을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입 밀 90%, 우리 밀 10% 비율이었다. 적은 양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우리 밀을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수입 밀과 달리 빵이 잘 부풀어 오르지 않고, 반죽 숙성도 달랐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겨우겨우 만들어 팔았지요.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노하우가 생기면서 우리 밀의 사용량도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홍윤베이커리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세 번 이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리 농산물로 재료들을 바꾸어 나갔죠.”
그러던 중 대형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개인 빵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빵집 중엔 프랑스 밀가루나 유기농 수입 밀로 차별화를 꾀하는 곳도 있었다. 홍동수 대표도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비교했을 때 내 경쟁력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우리 농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안 하는 것을 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죠. 마침 쌀빵을 접하게 되면서 우리 밀, 우리 쌀로 승부를 걸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가루쌀 개발한 농촌진흥청
정지웅 연구관과의 만남

우리 밀과 쌀을 사용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재료비를 계산해 보니 수입산을 쓸 때보다 월 300만 원이 더 들어갔다. 하지만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우리 밀의 사용량을 늘려나갔다. 그리고 5년 전부터는 수입 밀 대신 우리 밀 100%로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밀은 우리 것으로 바꾸었는데, 이제 쌀가루 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쌀빵은 한 식품회사에서 판매하는 강력쌀가루를 이용했었는데, 항상 아쉬움이 있었어요.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서 빵을 만들기가 힘들었죠. 그렇다고 제가 직접 제분을 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군산시농업기술센터의 소개로 당시 농촌진흥청 식량사업단 장시연 지도관님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가루쌀을 개발하신 정지웅 연구관님과도 연결이 되었지요.”
홍동수 대표는 쌀빵을 만들면서 느낀 쌀가루의 어려운 점을 정지웅 연구관에게 털어놨고, 정지웅 연구관은 세계 최초 쌀가루 전용 품종인 ‘수원524’ 등 4개 품종을 테스트용으로 보내줬다.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홍동수 대표에게는 정지웅 연구관과의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수원524’로 빵을 만들어보니 그동안 썼던 식품회사의 강력쌀가루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래서 ‘수원524’부터 지금의 가루쌀이 만들어질 때까지 정지웅 연구관님과 소통하면서 쌀빵을 테스트하게 되었죠. 그렇게 가루쌀을 쓰다 보니 특유의 성질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빵이 잘 만들어지는지 깨닫게 되면서 쌀빵 제품들이 하나씩 완성되었죠.”
특히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는 맛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강력쌀가루로 만든 카스텔라는 까끌해서 식감이 안 좋고, 잘 부풀지 않아 밀이나 찰보리를 섞어야했다. 하지만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는 부드럽고 잘 부풀어 만들기도, 맛도 좋았다. 그렇게 만든 쌀 카스텔라는 특허까지 받으며 명실공이 홍윤베이커리의 대표 제품이 되었다.
쌀빵을 만들고 있는 홍동수 대표

건강하면서도 맛있고,
우리 농업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루쌀로 만든 쌀빵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쌀빵으로
경쟁력 갖춰

가루쌀로 맛있는 쌀빵을 만들기 위해선 1차로 농사를 잘 지어야 하고, 2차로 제분을 잘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홍동수 대표가 빵을 잘 만들어야만 만족할 만한 쌀빵이 완성된다. 현재 가루쌀은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지난해 17톤, 올해 20톤을 공급받았다. 제분은 경기도 이천의 한 제분소와 거래하고 있다. 제분소에서 제분한 가루쌀을 보내면 홍동수 대표가 테스트를 한 후 피드백을 통해 최적의 물성을 맞춘다.
“정지웅 연구관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분부터 빵이 어떻게 나오는지까지 전부 신경을 써주셨어요. 연구관님과 한 번 통화하면 2~3시간은 기본이었지요. 계속 테스트용 가루쌀을 제공해 주셨고, 어떻게 만들어보라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저는 그걸로 빵을 만들어보고 피드백을 드리기도 하고요.”
테스트를 하면서 버린 빵만 해도 양이 엄청났지만, 점차 가루쌀에 익숙해지고 레시피를 완성해 놓으니 빵 제조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력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자신감이 붙으며 더욱 다양한 쌀빵을 완성할 수 있었고, 건강하고 맛있는 빵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까지 찾아와 줄 서서 구입하는 명소가 됐다.
“저희 쌀빵을 드신 분들은 다른 데 빵은 못 먹겠다고 하세요. 쌀로 만든 빵인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고, 건강하기까지 하니까요. 제 스스로도 쌀빵이 얼마나 좋은지 아니까 주위에 제빵하는 분들에게 추천도 많이 합니다. 제분한 가루쌀을 테스트용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레시피도 알려주고요. 아직 쌀빵이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접근하기가 어렵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건강하면서도 맛있고, 우리 농업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루쌀로 만든 쌀빵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윤베이커리에서 판매 중인 쌀빵들
홍윤베이커리에서 판매 중인 쌀빵들
홍윤베이커리에서 판매 중인 쌀빵들
비건 브레드
홍윤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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