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쌀빵의 최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잠미과 정창선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전예영
쌀빵을 전문적으로 생산·판매하는 미잠미과는 지난 1980년, 충북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의 작은 정미소에서 시작했다.
한해 정성껏 쌀농사를 짓고도 제값을 못 받는 농업인들이 안타까워 쌀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미잠미과의 문을 열게 됐다.
빵을 만들어본 적도 없던 정미소 사장님에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베이커리 사장님이 된 정창선 대표를 만나봤다.

논밭 사이에서 만나는
미잠미과

미잠미과 정창선 대표
미잠미과 정창선 대표
충북 진천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논밭 사이에 위치한 미잠미과.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2층 현대식 건물에 주차장까지 완비된 꽤 큰 규모에 놀라게 된다. 사람들이 과연 올까 하는 의구심이 잠시 들었지만, 끊임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에 금세 미잠미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쌀빵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많이 찾아오십니다. 사실 주위에 논밭만 있는 곳에 베이커리를 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도시에 이 정도 규모로 운영을 하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결정이었죠. 지역 농업인들과 상생하기 위해선 농업 현장에 미잠미과가 위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쌀 맘모스빵, 어니언크림 쌀빵, 쌀 카스텔라 등 몇 가지 빵과 커피를 들고 2층에 자리 잡자 큰 통창 밖으로 펼쳐진 논이 한눈에 들어온다.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논밭뷰’다. 무엇보다 쌀빵의 맛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농촌으로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정창선 대표는 쌀빵을 만드는 제빵전문가라기 보단 사업가라는 말이 어울린다.
“아버지가 하시던 정미소를 물려받아 40여년 동안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벼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의 아픔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자식처럼 벼를 키우는데, 적당한 가격을 받기 어려웠죠. 해마다 남아도는 쌀을 보면서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진천군농업기술센터가 시행한 ‘쌀가공산업육성 및 신기술 보급사업’을 알게 되었다. 정창선 대표에겐 기회였다.

시행착오 끝에
가루쌀로 완성한 쌀빵

정창성 대표는 진천 지역 쌀 농가들을 설득해 함께 사업을 신청했고, 사업계획서와 진천을 쌀빵의 근원지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좋은 평가를 받아 사업에 선정될 수 있다. 처음엔 기존에 진천에서 재배해온 ‘팔박미’ 품종으로 정창선 대표의 정미소에서 직접 제분해 쌀가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빵을 만들어본 적도 없던 그가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란 어려웠다.
“처음에는 기술이 없어서 100% 쌀빵을 만들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아들과 딸을 제빵학원에 보내서 몇 개월 동안 빵 만드는 방법을 배우게 하고, 온 가족이 새벽까지 매달려 계속 쌀빵을 테스트했습니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지나니 비로소 제대로 된 쌀빵 모양이 나왔지요. 가족들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쌀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있더라도 결국 성공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 식감이 까끌까끌한 것이 아쉬웠다. 어떻게 하면 부드러운 식감으로 바꿀 수 있을지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게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전용 품종인 가루쌀이었다.
“가루쌀로 빵을 만들어보니 확실히 달랐습니다. 식감이 한층 부드러웠고, 쌀로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밀가루 빵의 맛과 유사했습니다. 특히 쌀눈으로 빵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특허까지 받았죠.”
현재 미잠미과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빵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다. 식빵, 카스텔라, 바게트부터 앙버터, 인절미크림빵, 소시지빵 등 최근 인기 있는 빵들까지 모두 가루쌀 100%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
미잠미과 식빵
미잠미과 제품
가루쌀로 만든 쉬폰케이크
가루쌀로 만든 쉬폰케이크
가루쌀로 만든 식빵
가루쌀로 만든 식빵

가루쌀 확대를 위한
지원과 노력 필요해

미잠미과는 가루쌀로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빵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여러 방송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직접 매장을 찾아와 구입하는 고객들부터 온라인스토어를 통해 택배 주문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지금은 온라인 주문이 많아져 물량을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다.
“미잠미과를 직접 방문해주시는 분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쌀빵으로 인해 진천에 활력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수요가 많은 만큼 가루쌀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 정창선 대표는 가루쌀을 쓰기 시작하면서 농업인들을 설득해 가루쌀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현재 9만9,200㎡를 계약재배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6만5,300㎡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농업인들은 해오던 게 있으니 품종을 바꾸는 걸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루쌀을 재배하게 하려면 농촌 현장에서 계속 소통하며 믿음을 줘야 합니다. 재배매뉴얼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고요.”
정창선 대표는 가루쌀이 더욱 보급되어 쌀빵이 우리나라의 대표 상품이 되길 바라고 있다. 가루쌀을 적극 홍보해 재배를 확대하고, 쌀빵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쌀빵을 먹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쌀빵은 최근 건강 트렌드에 딱 맞는 식품입니다. 밀가루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쌀빵을 드시면 속이 편하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3만3,000㎡이 넘는 논밭 사이에 가루쌀로 쌀빵 등 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전문단지가 생기길 희망합니다. 우리나라가 쌀빵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루쌀로 만든 쌀빵에 대해 설명하는 정창선 대표

쌀빵은 최근 건강 트렌드에
딱 맞는 식품입니다.
밀가루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쌀빵을 드시면 속이 편하다고 합니다.

미잠미과
주소 :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미리실길 125
전화 : 0507-1315-8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