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 기능성 성분을
연구·개발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서민철 연구사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식용곤충이 미래 대체식량으로 주목 받은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미국, 유럽, 중국 등 나라들은 식량자원 확보 목적으로 식용곤충을 연구·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식용곤충이 가진 뛰어난 영양성분과 기능성성분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며 건강기능식품과 신약 분야로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서민철 연구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식용곤충 고부가가치 기능성
신소재 연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서민철 연구사
곤충양잠산업과는 곤충자원실, 곤충환경실, 곤충바이오소재연구실, 잠상자원연구실, 기능성양잠연구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곤충·누에 생산, 유전자원 보존, 재배사육기술과 품종 육성, 곤충산업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중 서민철 연구사는 곤충바이오소재연구실에서 곤충 식품원료 등록과 기능성 성분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곤충자원실과 곤충환경실은 식품 활용성, 대량사육 가능성 등을 평가해 식용곤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합니다. 그러면 곤충바이오소재연구실에서는 영양성분 분석, 동물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식품원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심사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식품공전에 등록된 식용곤충은 누구나 식품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식용곤충을 통으로 건조하거나 분말을 낸 제품, 먹기 편하도록 견과류, 곡물, 초콜릿 등과 혼합한 제품들도 제조·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아직 부정적인 편이다. 다양한 음식이 있는데 왜 곤충까지 먹어야 하느냐는 시선들도 있다. 이에 서민철 연구사는 식용곤충 산업 활성화와 소비처 확대를 위해 식용곤충 유래 고부가가치 기능성 신소재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식품원료로 등록된 10종의 식용곤충을 대상으로 기능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다양한 기능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갈색거저리 애벌레인 ‘고소애’는 면역력 개선과 탈모 방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인 ‘꽃벵이’는 항비만·항산화 효과, 장수풍뎅이 애벌레인 ‘장수애’는 간 보호 기능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논문게재, 특허출원, 기술이전 등을 통해 이미 인정받았습니다.”

고소애 섭취 시
항암 치료 환자 영양개선 효과

서민철 연구사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준성 교수 연구팀과 함께 췌담도암, 간암 등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고소애 분말로 만든 셰이크(30g) 1포를 매일 8주간 복용하도록 해 항암 치료 순응도와 영양지표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건강한 세포에도 손상을 줍니다. 또한 항암 치료 시 식욕 부진, 오심, 구토 등 부작용으로 영양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실제 암 환자의 경우 영양 불량률이 40~80% 정도로 다른 질환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영양 불량을 최소화하고 항암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열량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세포재생을 도와야 합니다.”
이번 임상연구에서 활용된 고소애는 2016년 식품원료로 등록돼 다양한 식품에 이용되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51%로 돼지고기(33%)보다 높고, 필수아미노산 조성이 잘 되어 있어 건강에 좋다. 지방 중 75%가 불포화지방산이며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 무기질 함량도 높은 뛰어난 영양공급원이다.
“항암 치료 환자들이 고소애 분말로 만든 셰이크를 하루 1포 섭취한 결과, 단백질 섭취율은 20%, 세포막 건강도는 10% 높아졌습니다. 적은 양으로도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등 필요 영양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 영양지표가 개선되었고, 항암제 부작용인 백혈구(절대 호중구 수) 저하가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했습니다.”
절대 호중구 수는 백혈구의 한 종류로, 체내 방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암제와 같은 암 치료로 감소하며 절대 호중구 수가 낮으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고소애 셰이크는 호중구 수가 저하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번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고소애 셰이크를 물이나 유제품, 음료 등과 함께 섭취하면서 높은 순응도를 보였으며, 알레르기 반응이나 다른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는 없었다.
“고소애 셰이크 구입처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오는데요. 고소애 셰이크는 임상연구용으로 개발된 제품이라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습니다. 셰이크에는 고소애 분말이 10g 들어있기 때문에 직접 고소애 분말을 구입해서 셰이크나 요구르트, 우유 등에 섞어 드시면 동일한 효과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식용곤충 기능성 성분 관련 연구 중인 서민철 연구사

식용곤충은 기능적, 영양학적으로
좋은 식품이기 때문에 섭취하면
피로감 개선 등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식용곤충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등록으로
산업 활성화

식용곤충의 기능성 성분과 영양성분은 이미 다양한 연구 결과로 입증됐지만 사육농가와 관련 식품업체는 홍보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된 식용곤충은 누에밖에 없습니다. 다른 식용곤충들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해 달라는 사육농가와 관련 식품업체의 요청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식용곤충 기능성 성분이 조금 더 친숙하게 전달되려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서민철 연구사는 2021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꽃벵이, 누에를 면역증진 등 건강기능식품 원료 등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소애와 쌍별이(쌍별 귀뚜라미)로 단백질 이용 메디푸드 소재를 개발하고, 누에는 미국 FDA GRAS(안전심품원료)에 등록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 중이다.
“현재 식용곤충 농가 중 꽃벵이 농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건강기능식품원료 등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후 점차 다른 식용곤충으로 확대할 계획이니 지금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소비자들이 식용곤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환자식, 노인식 등 메디푸드를 개발하고, 식용곤충을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운 명칭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식용곤충은 기능적, 영양학적으로 좋은 식품이기 때문에 섭취하면 피로감 개선 등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곤충식품이 생소했지만 점차 인지도가 높아진 것처럼 조만간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시선으로 식용곤충을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식용곤충 식품들
식용곤충 식품들
식용곤충을 원료로 활용해 개발한 화장품
식용곤충을 원료로 활용해 개발한 화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