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치유프로그램의 핵심은
‘공감’입니다

허브와풍뎅이 심우철·심현정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전예영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허브와풍뎅이는 이름처럼 허브와 곤충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농장이다.
어릴 적부터 곤충을 좋아했던 심우철 대표가 농촌생활을 꿈꾸던 누나 심현정 대표와 함께 지난 2007년 문을 열었다.
정서곤충을 통해 아이들과 어르신을 만나며 함께 치유 받고 있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하는
체험농장

허브와풍뎅이 심우철·심현정 대표
허브와풍뎅이 체험농장에 도착하면 어릴 적 가봤던 할머니 집 추억이 떠오른다. 이른 아침에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잠에서 깼던 일들 말이다. 차 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적한 농장 입구엔 고양이가 먼저 달려와 반겨준다. 인기척에 밖으로 나온 심우철 대표가 농장에서 기르는 고양이라고 소개를 시켜준다.
“길고양이였는데 어느새 농장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저희가 키우게 됐어요. 옆집 고양이랑 놀기도 하면서 왔다갔다 재미있게 지내고 있죠.”
동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허브와풍뎅이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다. 농장 이름처럼 다양한 허브들이 자라고 있는 하우스 한 동과 토끼, 양, 칠면조, 염소, 뱀, 도마뱀 등이 깨끗하게 관리된 공간에서 건강하게 지낸다. 그리고 가장 핵심인 장수풍뎅이를 비롯해 장수풍뎅이 애벌레, 호랑나비, 누에, 왕귀뚜라미 등 곤충들이 체험공간에서 자라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해서 동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물고기를 다루는 아쿠아리스트로 일했었고요. 그런데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제 관심 분야였던 체험농장을 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땐 허브농장이 인기여서 허브를 주력으로 하고, 제가 좋아하는 곤충을 더한 허브와풍뎅이를 열었죠.”
당시만 해도 곤충 체험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곤충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선입견도 있었다. 심우철 대표의 제안으로 합류한 누나 심현정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농촌에서 자라서 곤충이 낯설진 않았지만, 처음엔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큰 애벌레를 처음 봤을 땐 다가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자꾸 보니 이제는 귀엽게 느껴져요. 곤충 체험을 하러 오는 체험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처음에 곤충을 보면 멈칫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죠. 요즘엔 영상으로 곤충을 접한 아이들이 많아서 무서움보단 호기심을 갖더라고요. 곤충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해가는 걸 느끼죠.”

곤충과의 추억을 떠올리다

허브와풍뎅이에서는 흥미와 재미를 위한 곤충 체험에 ‘치유’ 개념을 더하고 있다. 호랑나비 한 살이 과정을 알려주고, 애벌레에서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호랑나비의 한 살이를 우리 일생과 비교하며 그 안에서 공감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곤충 치유프로그램을 만들 때 단순히 키우는데서 오는 즐거움은 한계가 있습니다. 호랑나비는 ‘내가 나비가 된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하는 거죠.”
왕귀뚜라미도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이라면 어릴 적 한 번쯤 들은 적 있는 왕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잊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이야기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단순히 울음소리가 주는 청각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그립고 행복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나비가 되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묻는 말에 한 아버님께서 생전에 잘 못해드린 부모님께 가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심정인지 느껴져서 마음이 참 아팠어요. 한 번은 요양원 어르신들이 단체로 오셨는데, 어느 분이 ‘집에 가고 싶다’라고 하신 말씀에 적막이 흘렀죠. 요양원에 계시다 보니 모두 집이 그리우셨던 거예요.”
어르신들은 대화할 상대가 많지 않다 보니 가슴에 맺힌 말들도 많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곤충을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공감하면서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슬프거나 아쉬운 추억만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산에 올라가 잡은 곤충을 키웠던 일, 집안의 큰 자산이었던 누에를 돌보던 일, 친구들과 장수풍뎅이로 힘겨루기 하던 일 등 웃음이 절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곤충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지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무척 신나서 곤충과 관련된 추억들을 잔뜩 꺼내놓으시죠. 정말 행복해하는 표정이 보여요.”
곤충 치유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는 심우철 대표

곤충 치유프로그램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곤충도 생물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준다면
그만큼 더 큰 사랑과 치유를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곤충과의 공감을 통한
치유효과

허브와풍뎅이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2개월 동안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정한 요양원 치매어르신을 대상으로 매주 1회씩 10회에 걸쳐 곤충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곤충 치유프로그램에 동물, 허브 등 자원을 결합해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추억 속 곤충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장수풍뎅이나 달팽이 등을 키워보면서 과정을 기록하는 체험도 합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갖고 평가도 하는데, 점수를 매긴다기 보다는 키우는 과정을 통해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것이죠. 치유프로그램은 ‘공감’이 핵심이거든요.”
달팽이 키우기 프로그램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도 많다. 혼자 생활하는 한 할머니는 달팽이를 키우면서 매일 과정을 기록했다. 한 달 동안 빼곡하게 작성한 달팽이의 성장일지는 심우철, 심현정 대표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혼자 사시는 분들은 달팽이랑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하세요. 이름을 지어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먹이도 주시죠. ‘팽아, 오늘은 못 놀아줘서 미안해’, ‘오늘은 당근을 잘 먹는구나’ 이런 이야기들이 쓰여 있는 걸 보니 울컥하더라고요. 이렇게 글을 쓰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까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달팽이 등 곤충을 키우는 일은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 작은 생명체를 키우면서 정성을 들여야 하니 치매어르신들에게는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색했던 손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는 곤충을 보기 위해 먼저 전화를 하고 득달같이 달려오기도 한단다.
“곤충 치유프로그램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곤충도 생물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준다면 그만큼 더 큰 사랑과 치유를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저희도 곤충 치유프로그램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곤충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할머니가 쓴 달팽이 사육일지
곤충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할머니가 쓴 달팽이 사육일지
허브와풍뎅이
주소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호수길 245-7
전화 : 0507-1412-6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