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캣닢 재배로
청년농업인들과 상생을 꿈꾸다

꼼냥 문현진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새침하지만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다면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바로 캣닢(Catnip)이다.
꼼냥 문현진 대표는 길고양이 11마리와 가족이 되면서 국내 최초로 캣닢 농사를 시작해 다양한 캣닢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꼼냥 문현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11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농부

꼼냥 문현진 대표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꼼냥은 지난 2019년 설립한 농업회사법인이다. 캣닢이 한창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 근처로 가니 고양이들이 먼저 반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이지만 호기심 때문인지 슬쩍 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꼼냥에는 생김새도, 성격도 다 다른 11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다.
“안녕하세요. 11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농부입니다. 지금 가장 먼저 반긴 고양이가 꼼냥 막내에요. 아직 어려서 경계심보단 호기심이 더 많아요. 이곳 비닐하우스에서는 캣닢 농사를 짓고 있고, 캣닢 제품들 보관 창고와 포장공간이 있어요. 고양이들과 24시간 함께 지내고 있죠.”
집사(고양이를 주인처럼 모시는 반려인을 재미있게 뜻하는 단어)가 캣닢 농사를 짓고 있다니. 참 복 많은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쩍 웃음이 나왔다. 문현진 대표는 2013년 귀농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다가 우연히 부추밭에 들어온 아기 고양이를 만났다. 평소 고양이를 무서워했었지만, 어디가 아픈지 눈곱이 잔뜩 끼고 힘이 없는 고양이가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먹이며 간호를 했지만, 이미 늦었던 것인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랑 살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고양이가 떠난 후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안쓰러운 마음에 밥을 챙겨줬는데 어느 날부터 창고에서 안 나가는 거예요. 어느새 주인처럼 구는 고양이들이 11마리로 늘었죠. 그리고 집사 마음이 그렇듯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캣닢 농사까지 짓게 되었습니다.”
캣닢은 우리나라에서는 개박하라고 불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네페탈락톤(Nepetalacton) 성분이 들어있어 고양이가 캣닢 냄새를 맡거나 먹으면 행복함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캣닢에 모든 고양이가 반응하는 건 아니고 60~70% 정도만 좋아한다고 해요. 기호식품 같은 거죠. 고양이에게 부작용은 없지만 너무 자주 주면 내성이 생겨서 반응이 적어지기도 해요. 너무 어린 고양이나 임신한 고양이에게는 주지 않는 것도 좋고요.”

직접 키운 캣닢으로
쿠션·스프레이 등 제품 개발

문현진 대표는 캣닢 농사를 짓기 위해 종묘상을 다녔지만 종자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발품을 팔다가 겨우 종자를 구해 2018년부터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캣닢 종자가 1kg에 30만 원 정도였어요.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죠. 재배매뉴얼도 없어서 직접 파종한 후 1년 동안 테스트를 계속해 재배방법을 찾아갔어요. 캣닢은 발아율이 50% 밖에 안 돼서 조금 어려웠죠. 첫해만 종자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이후부터는 자가 채종을 하고 있어요.”
현재 꼼냥은 660㎡ 비닐하우스 5동에서 캣닢을 재배하고 있다. 그렇게 재배한 캣닢을 활용해 ‘고로롱’이라는 브랜드를 내고 스프레이, 티백, 쿠션, 방향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캣닢 스프레이는 액체형으로 고양이가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나 뿌려서 쓸 수 있는 제품이에요. 가장 인기가 좋은 캣닢 쿠션은 저희 고양이들 얼굴 캐릭터로 11종을 만들었어요. 푹신한 쿠션 안에 캣닢 티백을 넣어서 고양이들이 안고 자거나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죠. 또 고양이는 후각에 예민해서 집안에서 일반 디퓨저나 향수를 사용하기 어려운데, 캣닢 방향제를 걸어두면 고양이는 물론 사람이 맡아도 좋은 향이 나요. 인기 제품 중 하나지요.”
캣닢 쿠션은 농촌진흥청 ‘2021년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에 선정되어 개발한 제품이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안성시 ‘안성맞춤 시니어클럽 일자리 사업’을 알게 되면서 봉제 경력이 수십 년인 ‘은빛재단사’ 어르신들에게 쿠션 커버 제작을 맡기고 있다. 일명 어르신들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주는 ‘고양이 애착인형’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고, 소비자 분들도 의미가 있는 캣닢 쿠션이라며 더 좋아해 주시죠. 그리고 캣닢은 일 년에 한 번 꽃이 피는데, 그 꽃 윗부분만 손으로 수확해서 캣닢꽃 티백을 만들고 있어요. 잎보다 꽃에 더 성분이 응축되어 있어서 고양이들 반응이 무척 좋다고 해요. 쿠션에 넣어서 주거나 물에 우려서 줘도 좋은 제품이에요.”
문현진 대표(왼쪽)와 함께 캣닢을 재배 중인 지역 내 청년농업인

지금처럼 앞으로도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제 브랜드를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고양이와 반려인들이 만족하고
신뢰하는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안성 지역특화작목 목표···
많은 농가들이 함께하길

꼼냥은 올해 농촌진흥청 ‘선도농가 기술이전 활성화 사업’에 경기도 대표로 선정되면서 안성 관내 청년농업인 4명에게 캣닢 재배 기술을 이전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이 재배한 캣닢을 전부 수매해서 제품 생산에 쓰고 있습니다. 캣닢은 일 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청년농업인들은 연중 소득이 발생해서 좋고, 저는 안정적으로 캣닢을 확보할 수 있어요. 함께 상생하는 거죠.”
꼼냥은 캣닢 농사 규모를 확대하고 더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안성 중앙대학교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며 캣닢을 넣어 탈취효과가 있는 고양이 모래를 직접 생산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강아지와 사람이 쓸 수 있는 캣닢 모기퇴치제 등 캣닢 활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캣닢을 안성 지역특화작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캣닢이라고 하면 안성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뜻이 맞는 농가들에게 재배기술을 나누고 있습니다. 참여 농가가 많아지면 마을기업, 재배단지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문현진 대표는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조금만 더 새로운 눈으로 도전하고,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농작물 수확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제 브랜드를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고양이와 반려인들이 만족하고 신뢰하는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길고양이는 인간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길고양이들이 학대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캣닢 쿠션
캣닢 방향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