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스마트농업

글 ㅣ 김유진
상상 속 공간이나 사물을 컴퓨터 안에서 가상으로 구현하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인간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인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농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과 1차 산업인 농업이 만나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스마트농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상현실, 농기계 안전교육과 농업·농촌 체험으로 활용

지난 2018년 농촌진흥청은 가상공간에서 사고를 체험해 실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경운기 안전교육용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코스연습과 도로 안전운행 요령을 배우고, 교통신호 위반, 내리막길 사고, 야간 후방 추돌 등 돌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차도, 농로 등 다양한 도로 상황별 모의주행과 안전사고가 많은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에 대한 사전교육도 가능하다. ‘트랙터 시뮬레이터’는 가상화면을 보면서 실제 트랙터와 유사한 운전조작 장치를 사용해 운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운전자 전후좌우에 4개 모니터를 설치해 가상화면을 송출하면 운전자가 가상화면을 보면서 트랙터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농기계 시뮬레이터는 귀농·귀촌인, 고령자 등 운전이 미숙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농촌진흥청과 산업체가 공동으로 가상 치유농장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체험자는 경치와 배경음악, 꽃길, 동물 등 치유 요소를 넣은 가상공간에서 꽃 피우기, 토마토 물주기, 수확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치유 효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실제 치유농장에 호기심을 갖도록 설계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www.nihhs.go.kr) > 치유·도시농업 > 가상체험프로그램’에서 무료로 실행 파일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 치유농장 프로그램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과 바쁜 도시민들이 치유농장을 체험하고, 스트레스 완화 등 효과를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도 농업용 시뮬레이터 개발과 활용이 한창이다. 미국 농기계 회사 John Deer는 목재수확용 시뮬레이터와 트랙터 사고예방용 운전교육 시뮬레이터를 개발·보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지형과 기후조건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를 운전하고, 작업기를 장착해 게임을 하는 게임 시뮬레이터를 개발했으며, 일본은 안전교육용 체험 장비를 설치하고 실제 트랙터를 주행하듯 경사면과 경사로 위험에 대비한 체험 위주 교육용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또한 일본은 농업인과 도시민이 상생하는 농사짓기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게임에서 채소를 키우면 실제 밭에서 생산자가 재배하는 서비스다. 일정 경작비용을 받고 기후 불안정 위험부담을 공유하는 새로운 농업 형태로, 사용자는 스스로 농약 유무 여부 등을 선택해 원격 재배가 가능하며 수확물을 배송 받아 직접 먹거나 사이트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John Deere
농작업 기계를 사용해볼 수 있는 파밍 시뮬레이터
가상 치유농장 프로그램 화면

농업 분야 인공지능 시장
비약적인 증가

자율주행 트랙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와 결합해 사회, 경제 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 농업 국가는 경제 대변화 핵심 동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 인공지능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농업 분야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17년 5억 1,870만 달러에서 2025년에는 26억 2,85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미국은 농업로봇, 작물과 토양 모니터링, 예측분석에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 농업 성장 기회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전략을 마련하고 역량을 집중해 기술 수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조사한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2015년 미국 100%, 한국 70.5%에서 2020년 미국 100%, 한국 87.8%로 기술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이는 일본과 동등한 수준이며, 인공지능 최고 기술국인 미국과 기술격차는 1.4년이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팜 최적환경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작물별 생육 3차원 시뮬레이션 예측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육·환경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작물 재배를 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농기계와 농업용 로봇을 개발해 현장실증과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토마토 생산량 예측 로봇시스템’이다. 후숙 열매채소인 토마토 농장에 적용할 수 있는 농업로봇으로, 마그네틱, 근접 센서(감지기)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된 로봇이 계획된 경로를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이용해 토마토 영상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활용해 수집된 영상 속 토마토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일련번호가 부여된 토마토를 대상으로 전체 면적 대비 빨갛게 익은 면적의 비율을 계산한다. 토마토를 인식하고 익은 정도를 측정하는 두 가지 정확도가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토마토 인식 정확도는 약 94%, 익은 정도 측정 정확도는 약 98%로 종합 정확도는 약 92.1%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보는 수출농가에서 토마토 수확시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수출에 따른 유통기간을 고려한 수확을 가능하게 한다.
이밖에도 농업기상 예보와 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 인공지능 병해충 진단 서비스, 가축관리와 질병 조기탐지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육종시스템 구축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스마트농업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농업 역시 가상현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농업을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어려운 농촌 현실을 극복하고 농업 부가가치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인식으로 적극적인 관심과 연구·개발, 현장 보급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가 농업 선진국으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