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촌에서 START

제 발걸음 소리 들은
딸기 맛보세요

볼빨간 딸기농장

정광훈 대표

경상북도 청도군의 동남쪽 끝자락에 유독 모래가 많아 ‘모랫내’로 불렸던 청도읍 사촌리. 그곳에 거제도에서 선박 용접을 했던 이력을 가진 7년차 청년 농부 정광훈 씨가 살고 있다. 농업의 미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얼굴과 똑닮은 ‘볼빨간 딸기’를 키우고 있는 그를 만났다.

왜 ‘딸기’였나요?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하시던 딸기 농사를 이어받게 되었죠. 처음엔 농사에 대한 비전을 가졌다기보다 혼자되신 어머니 곁을 지키는 게 귀향의 목적이었어요. 그런데막상 농사를 지으려니 아는 게 너무 없어서, 차에 음료수를 잔뜩 싣고 전국의 딸기 재배농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무작정 찾아온 생면부지의 청년에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딸기가 주력이긴 하지만 초당옥수수와 자두 같은 작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조선소에서 일을 했어요. 그런데 조선소 일을 할 때 ‘네 발로는 일하지 말자.’ 다짐했거든요. 두 발로 흙을 밟으며 사는 지금이 좋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다면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초기에 조경수를 좀 심어둘 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 또 2년 정도는 아무런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고 지냈는데, 다양한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청도군 4-H 연합회 등 농업인 단체에 가입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제가 주축이 돼서 군으로부터 사업비를 얻어 청년의 밤을 개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군수님께 젊은 농부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직접 지은 농산물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기부할 수도 있었거든요.

자신만의 농사 비법을 공개한다면?

해마다 해외 연수를 통해 다른 나라의 기술들을 이전받아 농사에 접목해 보고 있습니다. 비법이라고 할 건 없지만 생선으로 액체비료를 만들어 엽면시비를 해서 딸기의 당도와 경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험해 보니, 농사의 가장 큰 비법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하우스 내부 공기만으로도 ‘딸기 상태가 좋다, 안 좋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작물과의 교감은 농부만이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일 겁니다.

판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농사에 뛰어들지 못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자문을 구하러 전국을 다닐 때 만났던 귀농 15년차 선배가 수확을 높일 생각보다 제값 받는 농사를 지으라고 하셨어요. 그러시면서 다른 농부의 명함 100장을 주면서, 너의 개성이 담긴 명함을 만들고 반드시 상표등록을 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더군요. 그분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농작물도 상품이기 때문에 중간 유통을 없애고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파트 단지를 공략했습니다. 한번 두번 세번 찾아가고 딸기를 선보이면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주요 판매처가 되었습니다.

청년 농업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2017년부터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2020년 스마트팜으로 전환할 때 필요했던 자금의 50%를 지원받았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청년 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책이 많겠지만 청도군의 경우에도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제가 교류하고 있는 청년 후계농만 100여 명이 넘습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죠. 물론 아무리 정책적 지원이 많다고 해도 사전준비는 철저히 해야겠죠. 또 좋은 멘토도 만나야 하고요.

혹시 친구에게 농사를 권유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얘기를 하겠습니까?

제가 농업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요? 농사를 짓기 전에 조선소에서도 일해보고, 정수기 판매도 해봤지만 농사만큼 정직한 땀을 흘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일한 만큼의 확실한 보답을 받는 그 후련함을 느껴보라고 말하겠습니다.

또 농업은 파이어족을 꿈꿀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제 꿈은 50대 은퇴입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퇴후에는 가족만을 위한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저처럼 농촌에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전국 청년 농업인 지원 프로그램
청년후계농 신청 자격 및 요건
연령 만18세 이상~만 40세 미만
영농경력 독립경영 3년 이하
영농정착지원금 지급금액
독립경영 1년차는 월 110만 원,
2년차 월 100만 원, 3년차 월 90만 원 지급
사용용도 및 지급 방법
농가 경영비 및 일반 가계자금으로 사용 가능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안내 콜센터 1670-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