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만나다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신품종 개발!
데이터로 여는 육종의 미래

디지털 육종가

㈜파트너종묘 김용재 대표

‘육종’이란 농작물이나 가축을 개량해 종전의 것보다 실용 가치가 높은 신품종을 육성해 보급하는 농업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빅데이터와 생명공학 등을 접목시킨 디지털 육종이 본격화되며 전 세계 종자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파트너종묘 김용재 대표를 만나 디지털 육종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신직업으로 떠오른 디지털 육종가에 대해 들어본다.

종자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하다

농업 분야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 산업이 인공지능(AI), 생명공학(BT) 등 첨단 디지털 육종 기술과 만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미래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육종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적 기술에 의존했던 과거 전통 육종과 달리 디지털 육종은 유전체 분석, 형질분석,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육종 프로세스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식량안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우수한 신품종을 빠르게 육성하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전통 육종은 직접 식물을 교배하고 재배해 개체를 선발합니다. 이후 선발한 개체를 다시 재배해 확인 작업을 거쳐 품종화하는데, 이 과정이 최소 7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 소요됩니다. 반면 디지털 육종은 대량의 생명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육종 목표에 따른 유전자원을 빠르게 발굴하고활용할 수 있습니다. 2~3년 만에도 맛과 품질, 영양을 원하는 대로 맞춘 타깃 신품종을 생산할 수 있죠.”

현재 국내 종자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1%를 겨우 차지할 뿐이다.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종자 시장에서 ㈜파트너종묘는 전문화된 수박 육종 기술을 통한 신품종 개발로 주요 선진국에 진출해 K종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2011년 창업을 하기 전부터 육종 기업에서 수박육종을 맡아왔어요. 수박 육종에 매달린 지 올해로 29년째네요. 그동안 고부가가치 형질을 발굴하고 관련 분자표지 개발에 힘써 신품종 개발 기간을 현저히 단축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점점 더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미래에 중요해질 수 있는 형질을 예측해 관련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계통 개발과 디지털 육종 체계를 수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장기적인 기반 연구 지원을 통해 발전 가능

분자표지는 농축산물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특정 형질의 표지자로 개체를 구분하는 것이다. 분자표지를 활용한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수한 품종 특성은 유지하고 단점을 개량해 육종 시기를 단축시키고 원하는 특정 계통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트너종묘는 분자표지를 활용해 씨 없는 수박, 씨 적은 수박, 씨 작은 수박, 흰가루병 저항성 수박, 라이코펜 고함량 기능성 수박 등 여러 수박 육종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피엠알아이조은’ 품종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피엠알아이조은’은 국내 주 수박 재배 환경인 비닐하우스 환경과 지중해 연안, 캘리포니아 등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큰 문제가 되는 흰가루병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입니다. 고품질 씨 없는 수박인 ‘아이조은’ 수박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활용해 3년만에 저항성 유전 형질을 도입하여 상업화한 품종으로 국내 씨 없는 수박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며, 스페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크게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파트너종묘가 수박 전문 육종 기업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데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에서 진행한 ‘골든시드 프로젝트’의 역할이 컸다. 이 사업을 통해 개발한 소과종 신품종 ‘블랙보이’와 ‘달코미미니’는 유럽 시장에 진출해 우수성을 입증받고 높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농가에 보급되던 해외 경쟁 품종과 비교해 보급 가격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종자 가격 평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전자원을 통해 분자표지를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연구가 실제 성과로 연결될지도 미지수이기에 민간 육종 기업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설 수 없죠. 민간 육종 기업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우수 민간 육종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기반 연구 지원을 진행해 디지털 육종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국내종자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디지털 육종가의 역할

육종 산업의 발전과 함께 육종가에도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대학에서 생명공학, 원예학 등을 전공해 육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 디지털 마인드를 갖고 데이터에 접근하고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전통 육종가와 젊은 육종가들이 디지털 육종에 보다 쉽게 접근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농업기술 진흥원 종자산업진흥센터나 국립종자원 등에서는 첨단 육종 기술 전수를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디지털 육종가는 재배 농가-유통상-소비자-육묘업자로 이어지는 각 대상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고려해 육종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들이 모두 만족할 정도로 가치 있는 형질을 빠르게 발굴해내기 위해서는 세상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하죠.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명정보 연구자나 생명정보 관리자들과의 협업도 중요한데요. 생명정보를 생성해내고 가공하거나 활용하기까지 육종가가 지휘자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협업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보다 거시적인 시각과 마음가짐이 필요하죠. 점점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중심으로 육종 기술이 진화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국 시스템을 만드는 건 ‘사람’이죠. 기술이 발달할수록 디지털 육종가의 역할도 점점 더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용재 대표는 본인 스스로 “아직 디지털 육종가를 지향하고 있을 뿐 100% 디지털 육종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해마다 디지털 육종 관련 학회나 학술지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고 공부한다. 3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육종가로 일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배움에는 멈춤이 없다. 과연 디지털 육종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까?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의 창조자이자 설계자로서 디지털 육종가의 역할을 기대하며 응원을 전한다.

㈜파트너종묘 김용재 대표
“발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글로벌 종자 시장의 선도기업이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파트너종묘 대표이자 육종가로 활동 중인 김용재입니다. ㈜파트너종묘는 수박전문 육종 기업으로 30여 가지 분자표지를 활용한 수박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박 종자 크기, 과형, 색, 과피, 내병성 등 육종 목표에 맞춰 빠르고 효율적으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죠.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스페인, 미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세계 종자 시장은 글로벌 육종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터입니다. 종자 산업은 점점 더 기술 집약적이면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씨앗 한 톨의 가격은 작지만 그로부터 창출되는 그 부가가치를 환산하면 200배에 이를 정도로 큽니다.

이제 종자가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앞으로도 ㈜파트너종묘는 지속적인 신품종 개발을 통해 글로벌 종자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키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