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미를 더하다

한파를 이기고 돋아난 봄맛
충남 서산에서 찾은 냉이 밥상

겨우내 한파를 이기고 돋아난 냉이가 제철을 맞았다. 전국 최고 품질의 냉이를 생산하는 충남 서산 일대 냉이밭도 온통 초록으로 뒤덮였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경치와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 그리고 봄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냉이 밥상까지! 충남 서산의 3월을 전한다.

9가지 명소에서 찾은 서산의 숨은 매력

어느덧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충남 서산에도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유기방 가옥 일대에는 낮은 소나무 숲 아래 노란 수선화가 이르게 만개했다. 겹벚꽃 명소로 유명한 문수사와 개심사에도 곧 연분홍 꽃비가 내릴 참이다.

춘삼월의 꽃구경도 좋지만 서산에 왔다면 꼭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서산 9경이다. 충청남도 북서부에 위치한 서산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백제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과 천혜의 자연 덕분에 볼거리가 많다. 앞서 언급한 개심사도 서산 9경 중 제4경으로 꼽힐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백제 의자왕 시기인 651년에 건립된 개심사는 한때 산불로 전소됐지만 조선시대에 재건됐다. 개심사 대웅전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건물로 보물 제14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외에도 조선시대 대표 석성이자 천주교 성지인 해미읍성을 비롯해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마애여래삼존상,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간월암, 서해안의 절경을 바라볼 수 있는 팔봉산, 다양한 문화재를 품고 있는 가야산, 몽돌 해변과 코끼리 바위가 유명한 황금산, 우리나라 축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서산 한우 목장, 한적한 어촌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삼길포항 등 서산만의 숨은 매력을 품은 명소들이 서산 9경으로 지정돼 있다. 서산 9경을 모두 돌아보려면 봄 한철이 다 가도록 여행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역사를 따라 걷는 해미읍성

서산 9경의 단연 으뜸은 제1경인 해미읍성이다. 조선시대 대표 석정으로 알려진 해미읍성은 순천의 낙안읍성, 고창의 고창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 성종 22년(1491년)에 축조했는데, 성곽 길이만 약 1,800m에 달한다.

600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해미읍성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천천히 성벽 위를 걸으며 주변 풍경과 역사를 느껴보는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 고즈넉한 감동을 선사한다. 내부에는 다양한 역사 유적을 잘 보존해 놓았다. 동헌, 객사, 내아, 옥사, 민속가옥 등을 복원·재현해 놓았으며, 해미읍성역사보존회에서 운영하는 전통 주막과 카페, 기념품점, 연 판매소 등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여행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주막에서는 부침개와 도토리묵 등 요깃거리를 판매하고 있는데, 지역 양조장에서 생산한 막걸리를 곁들이면 음식 맛이 배가 된다. 주막 옆 카페에서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을 때 간식 식탁에 오른 ‘키스링 마늘빵’도 맛볼 수 있다.

오래된 읍성에 교황이 방문한 까닭이 무엇일까? 해미읍성은 많은 순례객들이 찾아오는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과거 1,000여 명의 천주교 신도가 이곳에서 고문을 받고 처형된 슬픈 역사를 품고 있다. 천주교 신자들을 가둬 두었던 옥사와 매달아 고문했던 회화나무가 여전히 남아 있어 천주교 성지로서 해미읍성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연날리기, 국궁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해미읍성은 연을 날리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연 판매소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연을 종류별로 판매하고 있으며, 요청하면 연 날리는 방법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해미읍성 바로 옆 옛 해미초등학교 부지에서 캠핑도 즐길 수 있다. ‘해미읍성역사캠핑장’은 15면의 캠핑 구역을 갖추고 있으며, 중심부에 물놀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하루 종일 열심히 걷고, 보고, 맛보고, 즐기며 쌓인 여독을 풀며 특별한 봄밤의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숙소다.

서산 냉이가 전한 향긋한 봄 맛

계절에 맞게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물을 찾아 즐기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서산에서는 비옥한 황토밭과 서늘한 서해안 갯바람의 영향으로 다양한 특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서산육쪽마늘부터 뜸부기쌀, 쪽파, 달래, 냉이 등 사시사철 다양한 채소와 나물을 재배하는데, 최근 수확기를 맞이해 주목받고 있는 게 ‘냉이’다.

서산을 비롯한 홍성, 태안 일대는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냉이 주산지다. 냉이는 겨울철 보약으로 알려질 만큼 단백질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맘때 서산의 들판은 계절을 잊은 듯 푸른 냉이가 지천으로 겨울바람에 일렁인다. 가을에 뿌려 두 달 남짓 만에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추운 겨울을 날수록 품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노지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서산 냉이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갯바람을 맞고 자라 쌉쌀한 맛과 진한 향이 일품인 데다가 영양분도 다른 지역 냉이보다 더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냉이는 주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과 함께 끓여 냉이된장국으로 즐긴다. 냉이 주산지이니만큼 서산 향토음식 전문점을 비롯한 많은 식당들에서 서산 냉이로 만든 반찬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냉이를 가득 넣은 돼지곱창전골, 비빔밥의 단짝인 냉이된장국 등 진한 봄맛을 찾아 서산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서산 맛집, 여기 어때?

냉이는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특히 서산 냉이는 비옥한 황토밭에서 서해의 갯바람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고 영양이 풍부하다. 된장국부터 무침, 비빔밥까지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즐길 수 있으며, 찌개나 전골에 넣어도 향신채 역할을 하며 독특한 향을 더한다.

1. 해미우시장

골목식당에 출연해 입소문이 난 맛집이다. 냉이를 듬뿍 넣은 돼지곱창전골로 유명하다. 은은한 냉이향이 느껴지는 칼칼한 국물과 잡내 없이 쫄깃하게 씹히는 곱창은 잃었던 입맛도 되돌아오게 만든다.

  • 주소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221-56
  • 운영 시간10:30~20:00
  • 문의041-688-5988
2. 고목나무가든

개심사 앞에 위치한 향토음식 전문점이다. 산채비빔밥을 주문하면 다양한 나물과 밑반찬, 냉이된장국이 함께 나온다. 냉이된장국은 한 맛칼럼니스트가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냉이 요리로 소개할 만큼 진한 냉이 향이 일품이다.

  • 주소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7
  • 운영 시간09:00~21:00
  • 문의041-688-7787
3. 큰마을영양굴밥

서산시에서 인증한 건강 식당이다.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로 만든 굴 물회와 영양굴밥이 별미다. 영양굴밥은 종지 가득 냉이를 썰어 넣은 간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더욱 맛있다.

  • 주소서산시 부석면 간월도1길 65
  • 운영 시간09:00~19:30
  • 문의041-662-2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