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낳은 상품, 마을을 키운 사람

지역 농산물과 마을 공동체의 정성으로 만든 빵

미원산골마을빵

지역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마을에서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건강한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청주시 미원면에 위치한 ‘미원산골마을빵’이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사람을 이어주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촌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산골마을 빵집으로 초대한다.

시골마을의 아침 풍경을 바꾼 빵

새하얀 앞치마와 위생 모자를 착용한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반죽을 빚어 오븐에 넣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기며 먹음직스러운 빵이 구워져 나온다. 미원산골마을빵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다. 인구 5천 명도 채 되지 않는 청주시 미원면에 빵 굽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 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김희상 대표가 있다.

“2018년 ‘빵 굽는 신부’로 유명한 오동균 신부님의 요청으로 빵 재료로 사용할 우리 밀 농사를 시작하면서 빵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제빵 기술을 배우고 빵집을 차리게 된 계기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센터 프로그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어요. 당시 마을 공동체 사업의 하나로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를 임대해 아이들을 위한 문화 교육 공간으로 만들었는데요. 임대료와 공과금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주민들과 함께 빵집을 시작하게 됐어요.”

한평생 농사만 짓던 지역 주민들이 제빵에 뛰어든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컸고 실제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특산자원융복합기술 지원을 받아 동청주 농촌교육문화센터 지하 창고를 HACCP 인증 제빵 시설로 바꿔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만든 통밀빵과 캄파뉴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어요. 주 구매층인 지역 노인들에게 정통 유럽 빵은 생소할뿐더러 씹기도 불편했으니까요. 고민 끝에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 기술교육을 요청해 사과, 쌀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빵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맛을 향한 노력

미원산골마을빵에서 만드는 빵은 모두 직접 농사지은 우리 밀과 쌀,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쓴다. 김희상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빵’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지켜 나가고 있다.

“미원에서 키운 쌀가루와 사과를 활용한 티그레와 까눌레를 시작으로 모닝빵, 단팥빵, 육쪽마늘빵 등을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빵,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되는 빵’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손님이 늘기 시작했어요. 빵집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돼 코로나19가 확산됐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건강 식생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건강 빵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또, 인파가 붐비는 시내 빵집을 피해 우리처럼 외곽에 위치한 빵집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어요.”

2021년 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만 빵을 만들던 미원산골마을빵은 10월부터 일주일 내내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첫해와 비교해 매출은 10배 이상 껑충 올랐다. 주말 손님 중 80% 이상이 청주 도심 또는 다른 지역에서 왔다. 어느새 미원산골마을빵은 마을을 대표하는 자랑거리로 성장했다.

“아직까지 쌀 빵에 대한 표기 규정이 없는데요. 쌀과 밀 비율에 상관없이 쌀을 함유하고 있으면 무조건 쌀 빵으로 표기할 수 있어요. 우리는 쌀을 100% 사용해 쌀 빵을 만듭니다. 이름만 쌀 빵이 아닌 거죠.”

현재 쌀을 제분하는 제분소는 전국에 3~4곳에 불과하다. 미원산골마을빵은 2년 전 안산에 위치한 제분소와 어렵게 계약을 맺고 미원면에서 생산한 쌀을 보내 제분하고 있다. 빵을 만들기 위한 최소 글루텐만 반죽을 할 때 첨가한다. 보다 건강한 재료로 빵을 만들고자 하는 변함없는 마음이 미원산골마을만의 차별화 전략이며 고객 발길을 이끄는 비결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빵으로 잇는 마을과 사람 그리고 미래

미원산골마을빵은 영농조합법인으로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10여 명 남짓으로 출발한 조합원 수는 어느새 50명으로 늘었다. 이들 모두 미원산골마을빵 ‘대표’다.

“미원산골마을빵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뤄 지역 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 것입니다. 개인 사업이 아닌 ‘마을 사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출자 수익 배당은 조합원 개개인이 아닌 마을 공동체 사업에 우선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원산골마을빵은 동청주농촌문화교육센터 1층에 마을쉼터카페 ‘잇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빵을 판매하고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농촌 지역 특성상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노래하는 아이들’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노래로 만들어 불러보는 활동이다. 올해부터는 과학·수학 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귀침 놓기, 캘리그래피, 춤 테라피 등 어르신들을 위한 강좌도 준비돼 있다.

“인구 유출이 늘어날수록 남은 지역 주민들은 문화적으로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농촌에 대한 내·외부 기대치나 인식도 낮아질 수밖에 없죠. 살고 싶은 농촌, 다시 찾고 싶은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원산골마을빵이 그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미원산골마을빵은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 40대부터 60대까지 중장년층 주민들의 고용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 이름과 같은 조미료 ‘미원’을 생산하는 대상그룹과 협업해 ‘미원 맛소금빵’과 미원을 넣은 ‘미원 치아바타’를 선보이며 젊은 세대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미원산골마을 덕분에 해마다 우리 지역 밀 재배 면적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원면을 비롯해 청주 전역을 밀 생산단지로 만들어 수확 축제나 우리 밀 맥주 체험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젊은 세대들이 시골에서 농사 말고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을 꿈꿀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겠죠?”

미원면은 일교차가 큰 고랭지인 데다가 토질이 좋아 품질 좋은 밀을 생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미원산골마을빵이 인파로 북적일수록 미원면 또한 중부권 최대 밀 산지로 더욱 빠르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미원산골마을빵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그려 나갈 미래가 수확을 앞둔 황금빛 밀밭처럼 풍요롭길 기원한다.

미원산골마을빵 정보 및 주요 판매처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단구 미원면 미원시내 2길 36

영업 시간 매일 10:00~18:00

빵 나오는 시간 매일 오전 11시(당일 생산, 당일 판매)

* 당일 전화 예약 가능(대량 예약은 3일 전까지) / 택배 가능(주말·공휴일 제외, 5만 원 이상 주문 시 무료배 송)

주요 판매처

전화 예약 043-296-1077(매장) / 043-296-1107(사무실)

온라인 판매 네이버쇼핑 청주몰 청원생명쇼핑몰

오프라인 판매 낭성로컬푸드 매장(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성로 1357 / 043-22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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