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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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홈가드닝

높아지는 식재료 값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베란다나 옥상 텃밭을 이용해 직접 채소를 키워 요리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긴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금 수확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 ‘방구석 농부’에 도전하기에 앞서 집에서 재배하기 쉬운 식물과 주의할 점, 가정용 스마트팜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물 재배기 등에 대해 알아보자.

식재료 자급자족의 의미

자급자족이란 본인이 필요한 것은 직접 공급하여 충당한다는 의미다. 식재료를 자급자족하는 것은 신선하고 건강한 채소를 공급받으며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다.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즉시 수확할 수 있으며, 농약 없이 유기농으로 기른 식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농지에서 도시로 농산물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절감해 환경보호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집에서 식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실천할 수 있다. 자녀에게는 식물의 생장 과정을 교육하고 식재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기회가 된다. 집에 식물이 있으면 정서적·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공간 장식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식물 선택의 기준은 빛과 온도

실내 텃밭에서 많이 기르는 식물은 상추, 비타민과 같은 엽채류와 민트, 딜과 같은 허브류 등이다. 이들은 관엽식물과 달리 성장이 빠른 편이다. 일부는 잎을 떼도 새로운 잎이 나 활용성도 높다. 성장이 빠르다는 것은 광합성량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광합성에 필요한 빛의 양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 키울 경우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줄기가 길어져 늘어지는 등 생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베란다 창가에서 키워야 한다.

베란다는 실외보다 20~50% 정도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다. 집집마다 베란다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식물을 선택할 수 있는데, 빛의 세기는 핸드폰 앱으로 대략 측정이 가능하다. 최고 광량이 400μmol·m-2·s-1 이상이면 청로메인상추와 케일 등이 적합하고, 200μmol·m-2·s-1 이상이면 청치마상추와 청경채가 적합하다. 최고 광량이 80μmol·m-2·s-1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베란다에서는 비타민(다채), 오크상추, 쪽파, 부추 등을 키울 수 있다. 관상용을 포함한 허브식물은 더욱 높은 광도가 필요한데, 바질보다 민트류가 더 높은 광을 요구한다.

식물을 기를 때는 광도 외에 온도도 중요하다. 식물이 생장하기에 적합한 온도는 18~25℃로, 겨울에는 저온으로 식물을 기르기 어렵다. 반대로 여름에는 고온으로 식물이 살기 힘들다. 이 시기에는 고온에 강한 엔다이브, 치커리, 근대 등을 기를 수 있다.

식재료 재배하기

텃밭 상자 또는 화분에 씨앗을 심거나 모종을 옮겨 심는 것이 식재료 재배의 시작이다. 엽채류는 주로 하단에 물 빠짐을 위한 구멍이 뚫린 상자에 씨앗 또는 모종을 심는다. 씨앗은 하나의 구멍에 2~3개를 심어 새싹이 나면 솎아준다. 허브류는 파종하거나 지름 10cm 크기 포트를 구입해 화분에 분갈이하며 기른다. 흙은 유기물을 포함한 원예용 상토를 사용하고, 물을 뿌려 촉촉하게 만든 흙에 식물을 심어야 안정화가 잘 된다.

식물을 심은 후에는 싹이 나고 뿌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2~3일 간격으로 물을 충분히 준다. 처음 심을 때 사용한 흙에 포함된 양분은 한 달 후 거의 소비된다. 튼튼하게 기르기 위해서는 영양액이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완효성 비료로 양분을 보충해 준다.

식물을 기르는 데 있어 빛, 온도, 수분, 양분 외에도 중요한 것은 바람이다. 베란다는 실내 공간이므로 환기가 잘되지 않으면 병이나 해충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공기가 정체되어 있으면 잎 기공 부근에 순환이 되지 않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저하돼 광합성에 불리하다. 자주 환기할 수 없다면 선풍기나 팬을 가동하고, 잎샤워를 자주 해 주는 것이 병해충 예방에도 좋다.

만약 식물에 벌레가 생겼다면 달걀 노른자와 식용유로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5~7일 간격으로 3회 이상, 잎 앞뒤로 고루 뿌려 준다. 식용유는 해충의 숨구멍을 막고, 노른자는 식용유와 물을 섞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물에 곰팡이가 생겼을 경우에는 베이킹소다 5g을 물 1L에 섞어 뿌리면 곰팡이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집 스마트팜, 식물 재배기

만약 집에 햇빛이 잘 드는 장소가 없고 물 관리와 양분 관리가 불편하다면, 식물을 알아서 키워주는 식물 재배기를 활용해 보자. 식물 재배기는 채소, 허브 등 씨앗을 심은 키트를 세팅한 후 인공 광과 영양액으로 키워내는 제품이다. 가정용 소형 식물 재배기는 제품에 따라 인공 광, 공기 순환 팬, 자동 관수 또는 수경 재배 형태를 갖추고 있다. 주로 수경 재배를 하기 때문에 양분 관리는 물에 영양액을 타주기만 하면 되므로 간편하다. 원하는 종류의 채소를 기를 수 있는데, 식재료뿐 아니라 메리골드 같은 꽃이나 관엽식물을 키우는 제품들도 있다. 텃밭 상자나 화분 관리가 어렵고 재배 환경이 부적절하다면 자동 관리가 되는 식물 재배기를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식재료가 반려식물이 될 수 있을까?

반려식물은 사람과 서로 짝이 되어 마음을 나누는 식물이다. 식물을 기르는 목적이 오직 식용뿐이라면 반려식물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식물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관리를 위해, 또는 식물의 이용 목적을 위해 잎을 따 줘야 할 때가 있다. 식용을 하더라도 식물에 애정을 갖고 관리를 해 준다면 그것은 반려식물을 기르는 식집사의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