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식량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가 식량주권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잦으면서도 극심한 기후 변화로 농작물 수확량 감소 및 품질 저하, 거대 종자 기업이 잠식한 씨앗 시장에서 우리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밭 식량작물을 중심으로 우수한 신품종 보급 비중을 높여 식량주권 확보에 앞장서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노력을 알아본다
곡물자급률 제고를 향한
농촌진흥청의 노력
농촌진흥청은 외부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국내 소비량이 많으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콩, 유지작물(주로 식용 기름을 짜기 위하여 심는 작물), 잡곡류 등 밭 식량작물에 대한 자급률 제고를 위해 신품종을 육성해 농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콩은 우리나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주요 곡물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논 재배와 이모작을 통해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기계화가 가능한 다수성 고품질 신품종 ‘선풍’, ‘대찬’을 개발해 농가에 신속히 보급해왔다. 그 결과 2016년 4,422헥타르였던 논콩 재배 면적은 2023년 18,314헥타르로 4.1배 확대됐다. 선풍과 대찬은 기존 대원콩을 대체하고 급속도로 널리 보급돼장류 콩 재배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수량성이 더욱 향상된 우량 계통을 선발하고 지역 적응 시험과 주요 논콩 재배단지에서 안정성 평가를 거쳐 품종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유지작물의 경우 용도 다변화로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과 국산 유지작물의 유용 기능성 성분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품종 및 용도 다양화로 이용성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다양한 유지작물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특성 검정 시스템을 정립한 결과 농촌진흥청의 유지작물 내재해 기능성품종 육성 기술은 세계 1위 수준까지 성장했다.
특히 참깨는 재배 기간 동안 병 발생이 많고 기계화율이 낮아 생산이 불안정해 자급률이 12%로 낮은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기존 품종과는 차별화된 품종 육성을 목표로 ‘건백’, ‘밀양74호’, ‘하니올’과 같은 국제 경쟁력이 높은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잡곡은 기후위기 속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식량작물이다. 세계 시장에서 밀렛(Millet)으로 통칭되는 조, 수수, 기장 등은 재배 기간이 짧고 벼에 비해 물 필요량이 적다. 또,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특별히 경운 작업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기후위기 대안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잡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8년부터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하며 기계화 재배가 가능한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한 주요 조 품종으로는 ‘삼다메’, ‘삼다찰’, ‘곧은찰’과 손가락조 ‘핑거1호’가 있으며, 수수는 ‘하이찰’, ‘소담찰’, ‘동안메’, ‘노을찰’ 등이 있다. 기장은 ‘올레찰’, ‘연희찰’ 등이 개발됐다.
국가가 식량 확보 체계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식량주권은 이제 국방, 외교 못지않게 국가 존립과 경쟁력의 필수 요건이 됐다. 기후 변화에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기계 수확을 통해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일 수 있으며, 기능성 성분 함량이 높은 차별화된 우수 품종 개발은 농촌진흥청에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더욱 전략적으로 밭 식량작물 신품종 육성을 수행해 우리나라가 식량 독립국으로서 바로 설 수 있는 주춧돌을 세울 계획이다.
생산성+기능성+기계화+가공적성까지!
농촌진흥청 주요 밭 식량작물 신품종 육성 성과
기계 수확 용이 품종으로 재배 확대 기대
장류 및 두부용 콩에 두부 수율이 283%로 기존 품종(대원콩) 대비 67%p 증가되고 특히, 연두부 제조 시 색이 노르스름하게 먹음직스럽고 부드러운 '다드림'을 개발했다. 다드림은 소비자 평가단이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하는 식미 검정에서 기호도 7.1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처럼 맛도 뛰어나지만 기계화가 가능하고 수량성 또한 337kg/10a로 높다. 향후 가공업체와 협력해 농가 현장 실증 평가 및 판매용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모작용으로 기계화 특성을 개선한 황색 대립 특성 품종 ‘풍올’도 주목할 만하다. 생육 기간이 109일로 기존 품종(선유2호) 대비 3일이나 빨리 성숙한다.
기능성 콩으로는 기존 ‘청자5호’의 자엽색을 더 진하게 개선한 ‘단흑’을 개발했다. ‘단흑’은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꼬투리 높이가 15cm로 높고 쓰러짐에 강하며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아 기계 수확에 적합하다. 나물용 콩으로는 기존 ‘아람’ 대비 성숙기가 6일 정도 빠른 ‘오름’을 개발했다. 기계화가 가능하면서도 빠른 수확을 원하는 나물용 콩 재배 농가에 보급해 생산력 증대를 도모했다.
수량성과 기능성까지 모두 높여
대립(5.2g/천립)으로 수량성이 1.37톤/ha(‘다유’ 대비 6% 증수)로 우수하고, 항산화와 치매 예방에 좋은 로즈마리산 함량이 기존 품종들 대비 가장 높은 종실들깨 ‘수연’을 육성했다. 대립임에도 종자 껍질이 연해 기름 및 가루용으로 적합하고 조지방 함량도 46.6% 높아 생산자와 가공 업체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깨는 세계 최초로 리그난 고함유 및 기계화 수확이 가능한 ‘슈퍼하니’를 개발했다. 지용성 리그난 함량이 14.8mg/g으로 ‘건백’ 대비 3.4% 높고, 항산화 기능과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우수하다. 수량성도 120kg/10a로 높은수준이다.
땅콩은 쉽게 쓰러지지 않고 기계 수확이 가능한 ‘케이올2호’와 ‘단미’를 개발했다. ‘케이올2호’는 기존 ‘케이올’ 대비 수량성을 보완한 고지방(54.5%) 특성을 나타낸다. ‘단미’는 풋땅콩용으로 100립중이 108g으로 매우 굵다. 또한 수량성이 1,008kg/10a로 ‘팔광’ 대비 115% 수준의 고품질 다수성 품종이다. 또, 농경지 40% 정도에서 땅콩을 재배하는 우도 지역의 환경적 특수성을 고려한 ‘우도올레-1’도 개발했다. 우도올레-1은 가지가 넝쿨 형태로 누워서 자라 강풍과 해풍에 잘 견디고 회복력이 빠르다. 키가 작고 가지가 짧아 수확 시 서로 엉키지 않기 때문에 기계 수확이 용이하다. 지방산 중 올레인산 함량도 80%대로 재래종에 비해 2배가량 높다.
높은 가공 적합성과 빠른 출수 일수로 경쟁력 강화
품질이 우수하고 기계 수확이 가능한 팥 품종인 ‘홍찬’을 개발했다. ‘홍찬’은 직립형이며 수량성이 아라리 대비 6% 늘었고 통팥 제조 후에도 아라리보다 밝은 적색을 띤다. 고운 앙금 수율도 높아 생산과 가공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수는 지방세포 축적 억제 효과가 우수한 ‘고은찰’을 육성했다. 고은찰은 지방전구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75.8%가량 억제하는 특성을 보여 항비만에 우수한 특성으로 보인다. 수량도 374kg/10a로 ‘소담찰’ 대비 26% 늘어난 다수성 품종으로, 재배 농가 생산성 향상과 수수 재배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장은 기존에 보급되고 있는 품종인 ‘이백찰’보다 출수 일수가 13일 빠른 중생종 품종인 ‘이랑찰’을 개발했다. ‘이랑찰’은 출수 일수가 빨라 작부 체계 활용도가 높다. 줄기 높이가 122cm로 짧고 쓰러짐에 강한 편으로 재배 관리 및 기계 수확에 용이한 품종이다. 향후 다양한 기장 품종 보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