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맛

밭 농업 기계화·자동화,
어디까지 왔나?

신기술과 로봇 도입으로 밭 농업도 스마트하게!

현재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부분 기계로 경작하는 논 농업에 비해 기계화율이 60%대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밭 농업은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밭 농업 기계화 확산과 농업용 로봇 기술 상용화를 통해 농업·농촌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끄는 농촌진흥청의 노력을 살펴본다.

지속가능한 농업,
기계화에서 답을 찾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3’에서 2020년 976만 명인 농촌 인구가 2030년 943만 명, 2040년 900만 명, 2050년 845만 명으로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농촌 인구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가 고령 인구 비율은 2020년 42.3%, 2021년 46.8%에서 2022년 49.8%로 심화했다.

2022년 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도 68세로 전년보다 0.8세 높아졌다. 연령별로 보면 농가 경영주 연령이 70세 이상인 농가가 46만 5,000가구에 달했는데, 전체 농가 중 4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청년 농업인은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22년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7,036가구로 전체 농가 중 차지하는 비중이 0.7%에 불과하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일손 부족을 야기하며 농업 포기나 전업을 선택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농촌 인구 소멸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재배 작목별로 살펴보면 2022년 논벼 재배 농가는 39만 1,177농가로 전년 대비 0.4% 증가한 반면 채소, 산나물 등 재배 농가는 전년보다 8.9% 줄었다. 기계화율이 100%에 가까운 논 농업의 경우 노동력이 비교적적게 들지만, 수작업이 많음에도 기계화율이 현저히 낮은 밭 농업에서 일손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밭농사가 힘들면 농가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농가 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식품 구매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밭 농업 기계화율을 제고하고 농업 로봇 기술을 상용화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밭 농업 기계화,
마늘·양파로 내디딘 잰걸음

2023년까지 농촌진흥청은 마늘, 양파, 감자, 고구마 등 주요 10개 밭작물에 대해 본 밭 준비부터 수확까지 농기계를 이용하는 전 과정 기계화 작업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 인력 수요가 높아 기계화가 시급한 마늘·양파에 대해서는 기계화에 적합한 재배 양식, 육묘 기술부터 기계 수확에 적합한 저장 기술까지 패키지화한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그동안 마늘 두둑 폭 등 지역별로 상이한 재배 양식은 밭 농업 기계화 장애 요인으로 꼽혀 왔다. 기계화에 적합한 재배 양식을 정립한 성과는 향후 밭 농업 기계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에서 새롭게 개발한 마늘 파종기는 종자가 거꾸로 파종되는 비율을 10%에서 3%로 줄였으며, 양파 줄기 절단기는 두둑 가장자리의 양파 줄기가 잘 절단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했다. 양파 수집기는 수집 시 낙차에 의한 손상 문제를 개선해 손상률을 3%까지 줄였다. 새로운 전 과정 기계화 재배 모델 활용 시 마늘은 노동력 67.4%와 비용 47.3%를, 양파는 노동력 68.8%와 비용 46.7%를 절감할 수 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3~1.4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함양군에 양파 전 과정 기계화 재배 모델을 보급한 결과 79%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이 밭 농업 기계화로 얻게 될 효율성과 경제성을 확인한 만큼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기계화가 미흡한 밭 농업을 중심으로 작업 전 과정 기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특히 마늘·양파 등 인력 수요가 많은 작물을 중심으로 밭 농업 기계 신기술을 38곳에 보급한다. 흙 분리 기술을 개선한 마늘 수확기(3곳), 싹이 안 나는 결주율을 최소화한 양파 정식기(3곳) 등에 대한 현장 실증을 확대하고, 보행·승용형 고추·배추 정식기도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밭 농업 기계화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45.9%, 2010년 50.1%에 이어 2022년에는 63.3%를 달성했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까지 밭 농업 기계화율을 77.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밭 농업 기계화 달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와 농가 인식 변화도 필수이다. 우선 마늘·양파부터 전 과정 기계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면 농가 스스로 기계화에 대한 의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화·자동화 넘어
무인화 시대로

4차산업혁명은 인력에 의존하던 농사를 기계로 대체한 기계화를 넘어 인간 지능을 대체하는 첨단 자동화 기술로 농업을 이끌고 있다. 농촌진흥청 또한 기계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여 무인으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농업 로봇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농업 로봇이 적용되는 환경은 물이 차 있는 논이나 울퉁불퉁한 밭 등 일정하지 않다. 동식물과 공존하는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 기술 구현 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농업 환경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므로자율주행 트랙터, 이앙기 등과 같은 첨단 농기계 산업화는 자동차보다 오히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 농기계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아직 농가 부담이 큰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은 기존 농기계에 장착하는 방식을 활용한 자율주행 농업 로봇을 개발해 접근성을 높였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대표적인 자율주행 농업 로봇으로는 트랙터, 이앙기, 관리기 등 기존 승용형 농기계에 장착할 수 있는 ‘직진 자동조향장치’ 가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저속에서도 경로를 추정하는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다. 콩, 마늘, 양파 등 천천히 농작업을 해야 하는 밭 농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실시간 GPS를 활용하여 과수 유무와 형상을 판단하고 농약량을 조절해 살포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 방제기’도 주목받고 있다. 무인 농작업 구현을 위해 개발한 이 로봇 방제기는 현장실증과 신기술시범보급사업을 통해 조기 상용화 계획을 수립했다. 4차산업혁명은 농기계 전복 사고 및 농약 흡입으로 인한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농촌진흥청에서는 무인트랙터 및 농작업기, 다목적 농업용 로봇, 스마트 정밀 변량 방제기술, 무인 콤바인 등 미래형 스마트 농기계를 개발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무인 농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한다. 농촌진흥청은 디지털 기술을 융복합한 지능형 농기계에 대한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 농업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