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농작업이 사람 손을 거쳐야만 했던 과거와 달리 농약 치고 비료 뿌리는 것조차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농촌 일손 부족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어느새 농촌 필수 장비로 자리 잡은 농업용 드론. 남해군에서 드론체험장을 운영하는 이대남 방제사를 만나 신직업으로 떠오른 농업드론방제사에 대해 알아본다.
스마트 농업을 이끄는 첨단 기술, 드론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여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드론이 농업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무인운송시스템협회(AUVSI)에 따르면 드론 시장은 2025년까지 85조 원 규모에 이르며, 그중 상업용 드론에서 농업용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80%나 될 것이라고 한다.
농업에서 드론을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방제, 파종, 작황 예찰, 병해충 감시 등이 있다. 그중 드론 방제는 최근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첨단 농사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방제에 드론을 활용했을 때 장점은 무엇일까? 2018년 남해로 귀촌해 보물섬 드론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농업드론방제사로 일하고 있는 이대남 방제사에게 물었다.
“기존 인력으로 살포하는 관행 방제에 비해 드론 방제는 훨씬 적은 노동력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족히 네 명은 필요할 작업을 드론 방제라면 한 명이면 가능합니다. 또 관행 방제는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7~8종류나 되는 약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론 방제는 원액에 가까운 희석 배수와 두 가지 정도 약물만 혼용하기 때문에 농약값 절감에 높은 효과가 있습니다. 무인 헬기나 대형 농기계가 접근하기 힘든 곳도 방제가 가능하고, 작은 면적부터 큰 면적까지 정밀 방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농약 흡입 등 안전사고 예방도 가능하고요.”
이대남 방제사가 농업드론방제사를 꿈꾸며 정착을 결심할 당시 남해군에서도 벼 병해충 항공방제 사업을 시작했다. 경남에서는 첫 시도였다. 연간 2회 진행하던 공동 방제는 현재 3회로 늘어났다. 공동 방제 효과를 체감한 농가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드론 방제 수요는 지자체 재정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공동 방제가 가장 많습니다. 보통 농업드론방제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방제단을 조직해 활동하지요. 하지만 지역 농업인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자가 방제 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웃 주민들에게 하나둘 자가 방제를 해준 것이 입소문을 탄 덕분입니다.”
본격적인 방제 철은 7월부터다. 관행 방제는 너른 논밭에서 한여름 뙤약볕을 견디며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행 방제는 60~70대 농업인들이 농사를 포기하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이대남 방제사가 전파한 드론 방제는 고령의 농업인들이 농사를 이어갈 발판이 됐다.
“고객이던 70대 어르신이 드론 방제에 관심을 보여 교육을 해준 적이 있어요. 결과가 어땠냐고요? 드론 방제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는 본인이 직접 자가 방제를 하고 있습니다. 관행 방제가 힘들어 농사를 그만두겠다고 푸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드론 방제를 직접 하면서부터는 오히려 농사 규모를 늘렸다고 해요. 이 사례 하나만으로도 드론 방제가 갖고 있는 장점은 모두 설명되지 않나요?”
농업드론방제사, 어떻게 시작할까?
앞서 이대남 방제사는 70대 고령 농업인이 농업드론방제사가 된 사례를 들었다. 농업드론방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우선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발행하는 무인 비행장치 조종 자격은 기체 크기에 따라 4종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1~3종까지는 만 14세 이상이어야 하며 운전면허 2종 이상을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1종은 2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요. 비행 경력은 지방항공청 등록 교육기관에서 교관이 직접 확인한 비행시간만 인정됩니다. 교육 기관은 전문 교육 기관과 사설 교육 기관이 있는데 보통 3주에 걸쳐 교육합니다. 1주 차에는 이론 교육과 시뮬레이션을, 2주 차에는 실기 교육을 진행한 후 바로 시험을 진행하지요.”
농업드론방제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1~2종에 해당하는 무인 비행장치 조종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교육 기관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막연히 ‘1종이 더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전하지만, 이대남 방제사의 생각은 다르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다고 생각해 보세요. 평생 화물차를 운전할 일 없는 사람이 1종 보통 운전면허에 도전하는 경우는 드물죠. 1종과 2종은 조종할 수 있는 기체 크기에 따라 나뉘는데요. 1종은 최대 이륙 중량이 25㎏을 초과하고 연료 중량을 제외한 자체 중량이 150㎏ 이하인 드론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반면 2종은 최대 이륙 중량이 7㎏을 초과하고 연료 중량을 제외한 자체 중량이 25㎏ 이하인 드론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 자체 무게와 약제통 무게를 합하면 보통 25㎏ 이하인 경우가 흔하고, 그 정도만으로도 약 33,058㎡ 면적은 거뜬히 방제가 가능합니다. 작은 농지를 직접 방제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라면 굳이 1종이 아니어도 됩니다. 다만 농지를 점점 확대할 계획이 있거나 수익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1종이 필요하겠지요. 1종 소지자는 안전성 인증, 정기 인증 등을 매년 진행해야 해서 이 또한 고려할 점입니다.”
자격증만 갖고 있다고 농업드론방제사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다. 농업드론방제사가 갖추면 도움이 되는 역량은 무엇일까?
“드론 방제는 생각보다 고된 노동입니다. 방제 전 계획을 세워야 하고 새벽부터 준비해 작업할 농지로 이동해야 합니다. 저녁까지 내내 방제가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 싸움이지요. 또, 기계 장치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비상시 정비나 수리를 직접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최근 부품을 모두 해외 직구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사양을 갖춘 기체를 직접 조립해 사용할 수 있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과 마음가짐입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도 농업인들을 이해하고 ‘함께 농사짓는 마음’으로 소통해야만 진정한 농업드론방제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농업, 드론과 함께 비상을 꿈꾸다
농업드론방제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방제 드론 기체와 배터리, 충전기, 발전기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체 크기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작업지로 드론을 운반할 차량도 고려해야 한다. 기체는 물론 배터리 가격도 비싸다. 특히 배터리는 방전되지 않도록 용량을 50~60% 사이로 유지하며 관리해야 해서 자격증을 취득한 농업인들도 쉽사리 자가 방제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남해군과 함께 농업인들이 더 쉽게 방제 드론에 접근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기체를 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 봤지만, 추락 시 보통 반파 내지는 완파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방제 드론도 안전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전봇대 등 장애물이 많은 농지에서 흔히 사고가 발생하는데 기체가 크고 무거울수록 피해 정도도 큽니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기체 다음으로 비용 부담이 크고 관리가 힘든 배터리를 대여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남해군과 손을 잡고 시범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이대남 방제사가 갖고 있는 목표는 지역 내 농가나 청년 농부를 대상으로 농업 드론 교육을 확대함으로써 외부 방제팀에 의존하지 않고 공동 방제와 자가 방제를 균형 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각자 소유하고 있는 농지와 농작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농업인 스스로가 방제에 나서면 보다 효율적으로 병해충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남해군은 산과 바다, 농지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농업 분야에서 드론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지라고 생각해요. 농지에 농약을 뿌리는 것뿐만 아니라 산에 비료를 뿌릴 수도 있고, 양식장에 사료를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드론이 농업 분야에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며 스마트 농업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지금도 드론은 농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그 하늘길 위에서 이대남 방제사를 비롯한 수많은 농업드론방제사들이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미래에 안착할 수 있길 기원한다.
안녕하세요. 남해로 귀촌한 지 올해로 7년 차가 된 이대남 방제사입니다. 휴양 차 내려온 고향에서 우연한 계기로 ‘농업드론방제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고 정착하게 됐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드론에 관해 관심이 있었지만, 농업 분야에서 활용할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향인 남해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지요.
남해군은 2016년 경남에서 처음으로 벼 병해충 항공방제 사업에 ‘드론’을 도입해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방제 철이 돌아오면 공동 방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틈틈이 공동 방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드론 방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 농업인들을 위해 자격증 취득 컨설팅과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업드론방제사로 일하면 자연스럽게 농업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데요. 이들에게는 대규모 공동 방제도 중요하지만 시의적절한 소규모 자가 방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외부 드론 방제팀에 의존하기보다 지역 내 농업드론방제사를 육성한다면 보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 방제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농업드론방제사는 서비스직도 아니고, 기술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드론 방제에 드는 시간은 짧지만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농업드론방제사도 함께 농사짓는 농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해군과 협력해 농업 드론에 관련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더욱 균형 있는 드론 방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