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하나로 재배와 유통, 체험 등 6차 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부부가 있다. 보성군 조성면에서 딸기 체험 농장을 운영하는 정경모·김소영 부부다. 해마다 딸기 수확 철이 되면 1만 5,000명이 넘는 체험객들로 북적이는 그곳, 보성싱싱농원을찾아가 보았다.
도시 부부, 보성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다
정경모·김소영 부부가 보성으로 귀농한 건 지난 2010년이다. 팍팍한 생활에 지쳐 무작정 도시를 떠나온 지도 어느덧 햇수로 14년이 흘렀다. 농사 한 번 지어본 적 없는 두 사람이었지만 호기롭게 전세금을 뺀 돈에 대출까지 받아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3,967㎡ 땅에 비닐하우스로 된 토마토 농장을 조성하고 나니 손에 남은 돈이 없었던 탓에 집 안에 화장실조차 없는 허름한 집을 살 수밖에 없었다. 단지 남편이 원해서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오게 된 김소영 대표는 아연실색했다.
“순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컸어요. 대학 졸업 후 바로 서울로 올라와 정착했지요. 그러던 중 남편을 만나게 됐는데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 고향인 보성으로 내려오게 됐어요. 6년이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자니 당혹스러웠지만 남편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초보 농부가 지은 첫 해 농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사람이 귀농을 결심한 건 서른도 채 되지 않았을 때다. 젊은 나이이니만큼 농사에 대한 관점도 남달랐다. 사실 부부는 ‘잘 키우는 것’보다 ‘잘 파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한 마케팅 교육을 듣고 농작물을 도매로 내놓는 판매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소통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활성화하기 시작한 오픈 마켓에 입점을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품질을 보장한다면 소비자들도 인정해 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 대박을 터뜨렸고, 귀농 2년 만에 빚을 털어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귀농 3년 차 되는 해 부부에게는 시련이 닥쳤다. 오픈 마켓 입점 업체들이 늘어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그때, 이번에도 전남농업기술원이 아이디어를 선물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한 팜파티 관광 교육을 듣고 체험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고객을 직접 오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수확 체험 행사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3주간 허탕만 치다가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내일로 인터넷 카페에 홍보 글을 올렸는데요. 첫 손님으로 방문한 여학생 두 명이 후기를 올린 후 입소문이 나면서 농장이 활기를 되찾았어요. 우리에게는 은인이나 다름없어 지금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딸기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다
토마토 수확 체험을 진행하면서 매출은 되살아났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체험 과정에서 애써 키운 토마토가 밟히거나 꺾여 농장 관리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토마토는 그리 인기 많은 농작물이 아니었다. 부부는 고심 끝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딸기’로 작물을 바꾸기로 했다.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 벤치마킹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있는 체험장을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어디를 가나 작물 수확에만 초점을 맞춰 금세 체험이 끝나더라고요. ‘농촌 체험은 제값을 못 한다’는 인식이 어디에서 생겨난 건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값 하는 체험 농원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김소영 대표는 딸기 재배 농지 규모를 기존보다 다섯 배 가까이 늘리고, 딸기밭을 오가는 체험객들이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고랑 간격을 넓혔다. 수확이 아닌 체험을 중심으로 농원을 바꿨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정경모 대표는 “내심 걱정도 했지만, 아내가 과감한 실행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규모를 키워가면서 ‘그로우 글로우’라는 체험형 카페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흔한 체험장과 달리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적용한 도시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카페 건물은 안쪽으로 야외 잔디밭을 품고 있는데, 봄이면 유채꽃이 만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확 프로그램 외에 피자, 쿠키, 딸기 케이크 만들기 등 체험 품목도 확대했다. 딸기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기 위해 정경모 대표는 대구에 있는 제빵 기능장에게 약 3개월간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생산자 입장이 아니라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을 원할지 고민했어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마케팅 교육만 8년을 받은 덕일까요? 관점을 달리하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소비자가 좋아할지 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지루할 틈 없는 체험을, 엄마들에게는 예쁜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휴식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더 크게, 더 빛나게 성장할 내일을 꿈꾸며
정경모·김소영 부부는 그로우 글로우를 브랜드로 딸기를 활용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딸기잼과 딸기 블랜디드, 딸기 모찌 등이다. 평일이나 체험이 없는 기간에는 제품 택배 발송을 주로 한다.
직접 수확한 잘 익은 딸기 70%와 영양소가 살아 있는 비정제 원당 30%만으로 만들어 깔끔한 단맛과 부드러운 발림성을 자랑하는 딸기잼은 스테디셀러다. 딸기를 통째로 갈아 진한 원액으로 만든 딸기 블랜디드는 딸기 본연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소문이 났다.
“우리가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이 특별한 건 직접 재배한 잘 익은 딸기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음식 맛의 90%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시들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딸기가 아니라 적기에 수확한 싱싱한 딸기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로우 글로우(GROW GLOW)라는 브랜드명은 ‘무럭무럭 자라라, 반짝반짝 빛나라’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들도 딸기도 한창 자라날 때가 가장 예뻐서 지은 이름이란다.
“처음 체험 행사를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대가 심했어요. 보성 지역은 체험 프로그램 성공 사례가 없다며 만류하시는 이들도 있었지요. 이제 우리를 시작으로 더 많은 농가가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가능성이 된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지난해 농촌융복합상품화 모델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도 우수농업경영체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는데요. 대회에 참가해 보니 우리가 몰랐던 많은 농가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보성싱싱농원과 그로우 글로우가 더 크게 성장하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경모·김소영 대표는 20대보다 30대 시절이, 그리고 30대보다 현재가 더 설렌다고 말한다. 부부이자 동료로서 매일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 이들이 가꿔 나갈 미래가 어찌 빛나지 않을 수 있을까.
대표 제품
딸기 블랜디드 직접 재배한 딸기를 통째로 갈아 넣은 진한 원액.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딸기 본연의 맛을 그대로 재현
딸기잼 직접 재배한 생딸기 70%와 비정제 원당 30%만을 사용해 만든 잼
딸기 모찌 100% 생딸기와 국내산 찹쌀 사용
나만의 케이크 만들기 키트 시트 3장, 레몬 시럽, 딸기잼, 생크림 등으로구성한 홈 베이킹 세트
* 주요 판매처: 네이버 스토어, 쿠팡, 아이디어스 등
체험 프로그램
• 딸기 수확 체험, 딸기 케이크 만들기 체험, 막대 쿠키 아이싱 체험
* 사전 예약 필수 / 네이버 예약 → [보성싱싱농원]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