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촌에서 START

가평 농산물로만 빚은
생막걸리 한 잔 어때요?

국도양조장

정의현 대표

청정 자연과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가평. 그곳에 가평산 멥쌀과 찹쌀, 우리밀로 빚은 전통 누룩, 토종 효모만을 사용하여 사양주를 빚는 양조장이 있다. 바로 정의현 대표가 운영하는 ‘국도양조장’이다. 20대부터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10여 년간 양조 외길을 걸어온 정의현 대표가 가평으로 귀향해 꿈을 펼치기까지 숨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양조가의 꿈, 어떻게 시작됐나요?

스물네 살 때 우연히 부모님 지인 소개를 통해 한 전통주 연구가를 만났습니다. 당시 그분이 고문헌을 토대로 직접 재현한 전통주를 맛보았는데, 여태껏 먹어본 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맛을 경험했습니다. 그때부터 전통주 양조가를 꿈꾸며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언젠가는 내 고향 가평에서 나만의 양조장을 운영할 것’이라는 목표를 갖고 10여 년을 한길만 보고 달려왔어요.

왜 ‘가평’이었나요?

2020년 말 농촌진흥청을 퇴직하고 고향인 가평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열 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산과 계곡, 강을 비롯하여 남이섬과 자라섬 등 자연과 맞닿아 있는 가평은 수도권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들이 명소입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 가평’ 이미지를 담은 지역 특산주을 빚어 제공한다면, 가평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양조 공부, 어떻게 했나요?

양조가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긴 후 식품과 발효 등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8년 동안 일했습니다. 2012년부터 농촌진흥청 양조식품연구센터(현, 발효가공식품과)에서 일했는데, 그 기간 동안 여러 양조 현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어요. 또, 전북대학교 식품공학과 석사 과정을 밟으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는데요. 힘들었지만 제 인생에서 더없이 가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국도막걸리의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삼광쌀을 찾은 것도 이때였어요. 쌀에 대한 양조적성 연구에 참여했는데, 삼광쌀이 가장 적합했거든요. 하나하나 쌓아온 모든 것들이 큰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국도양조장은 어떤 회사인가요?

한자 누룩 국(麴), 벼 도(稻)를 조합해 지은 ‘국도’라는 이름에는 ‘우리 술의 기본, 근본을 이어가자’라는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전통 누룩과 가평 쌀 등 국산 원료만을 사용해 전통 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국도막걸리는 네 번의 담금 과정을 거친 사양주로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진하고 부드럽습니다. 6도, 9도, 11.5도의 3가지 알코올 도수로 빚어 각각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현재 양조 공간 규모는 116㎡로 자동화 설비 없이 300ℓ 발효 탱크 열 개를 이용해 100% 수제로 생산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총 생산량은 약 7천ℓ입니다. 500㎖ 제품으로 1만5천여 병 정도 생산하였습니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동안 어려움은 없었나요?

양조가를 꿈꾸기 시작한 순간부터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이 자리에 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품 개발 초기에 고객 취향을 많이 고려하지 않았던 탓에 레시피를 한 차례 수정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현재 국도양조장에서 사용하는 삼광쌀은 가평 지역 정미소에서 공급받고 있는데요. 그동안 계약 재배나 농민과 직거래도 시도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공급받는 쌀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해마다 일정한 품질을 갖춘 삼광쌀을 가평 지역 정미소에서 공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데도 직접 찾아와 응원해 주시는 단골 손님들이 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큰 힘을 받고 있어요. 주 고객층은 여행객들로 양조장에 들러 제품을 구매하고 숙소에 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분들이 다음날 양조장에 다시 들러 ‘맛있게 먹었다’며 재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술 페스타에서 진행한 전통주 품평회 경기주류대상에서 국도 9도 막걸리가 탁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는데요. 내 자식이 상을 탄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양조장, 홍보 비결은?

따로 홍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가평은 서울과 가깝고 펜션이 많아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요. 오가는 여행객들이 양조장을 찾고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습니다. 지리적인 입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또, 국도막걸리는 전 제품이 술 품질 인증 ‘나’형을 받았는데요. ‘가’형의 경우 원료와 제조장, 제품과 관련하여 입출 수불부, 갖은 서류와 이력, 품질, 위생시설과 관리 등을 종합 심사해 적합 판정을 받아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나’형은 여기에 더해 모든 원료와 발효제가 100% 국내산으로 이루어져야 받을 수 있는 국가 품질 인증입니다. 한 제품당 하나의 인증 번호가 부여되는데, 우리 제품 3종은 262~264번을 부여받았습니다. 수백 수천 개의 전통주들 중에 술 품질 인증을 받은 제품은 당시 270개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한번 인증을 받으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연 2회 관리 심사를 받고 3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까다로운 인증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전통주를 선택할 때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요. 식품 명인이 만드는 전통주와 지역 특산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홍보’ 그 자체이자 다시금 고객이 찾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요?

귀농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농촌이라는 특성상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매일 홀로 양조 작업을 하면서 손님 응대만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쉬 지칠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양조 작업이 없는 날에 부모님께 매장을 부탁드리고 지인을 만나거나 드라이브를 하며 재충전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의료 시설이 절실합니다.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 이웃 농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양조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사를 짓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융복합 제품을 만들든 귀농·귀촌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사전 조사와 공부는 꼭 필요한 과정이지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놓아야만 실제 과정에서 일어날 크고 작은 어려움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양조 분야는 미생물과 발효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분야이기에 단기간 준비해 도전하면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저 또한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요. 더 멀리 보고, 더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국도양조장은 전통 막걸리에서 더 나아가 전통 소주 생산과 교육 체험장 운영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데요. 이 모든 계획의 큰 줄기는 이미 양조장을 운영하기 이전에 세워 놓았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청년에게는 미래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조금 느린 걸음이더라도 꾸준히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술 품질인증 제도란?

한국식품연구원이 인증하는 정부 공인 품질제도로 ‘가’형과 ‘나’형으로 나누어져 있다. 초록색 마크인 ‘가’형은 품질 인증을 받은 막걸리(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임을 보증한다. 금색 마크인 ‘나’형은 ‘가’형의 심사 기준에 더불어 주원료, 발효제 제조에 사용된 농산물이 100% 국내산임을 인증한다.

문의처
국도양조장 : 070-8018-8712 홈페이지 : 국도양조장.com 인스타그램 : @kukdob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