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농업에는 ‘6차산업’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농작물만 생산하던 농업인들에게 가공, 판매, 체험 등은 낯선 분야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등장한 직업이 바로 ‘6차산업컨설턴트’이다. 매일 전국 농가 현장으로 출근해 농업인들에게 6차산업 길잡이가 되고 있는 윤선 컨설턴트에게서 우리 농업·농촌에 일어난 변화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본다.
6차산업, 본질은 결국 농업
지난해 우리나라 농촌융복합산업 규모는 30조 원을 넘어섰으며,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 총 매출액도 31조 1,677억 원으로 전년 23조 2,564억 원보다 7조 9,113억원이 증가했다.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유기적으로 융복합한 6차산업은 이미 우리 농업·농촌의 부가가치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인식되며 발전하고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우리 농업 생산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저렴한 해외 농산물 유입으로 시장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는 형편이지요. 농업인들이 농작물 생산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공·유통·판매·관광·체험 등 다양한 산업과 융복합한 6차산업은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6차산업은 농업인이 더 이상 농작물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 농가 소득 안정화에 기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건강한 농산물 가공품과 농촌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농촌 체험·여행은 농업·농촌과 멀어졌던 소비자를 되돌아오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6차산업이 활성화될수록 점점 확대될 농업 경쟁력과 소비자 관심은 우리 농업·농촌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으며, 젊은 인구 유입과 농촌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6차산업의 본질은 결국 ‘농업’이라는 사실입니다. 1차산업인 농업 기반이 견고해야 다른 산업과 성공적으로 융복합할 수 있습니다. 주축이 되는 농업이 빠지면 6차산업은 성립할 수 없지요. 그래서 6차산업은 ‘1ⅹ2ⅹ3 = 6’과 같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완성됩니다. 1차산업이 0이면 결국 융복합도 0이 되지요. 실제로 6차산업에 성공한 농가 사례를 보면 1차산업 기반이 견고합니다. 2·3차산업의 기반이 되는 농작물이 차별화된 품질을 갖고 있으면 2·3차산업과 만나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6차산업컨설턴트, ‘융합’을 돕는 조력자
6차산업에 뛰어든다고 누구나 성공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오히려 1차산업인 생산에만 집중하던 농업인들이 무턱대고 뛰어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윤선 컨설턴트도 무수히 많은 실패 사례를 목격했다.
“6차산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농사 이외에 다양한 산업 영역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만나고 융합하는 교차점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재결합함으로써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요. 하지만 농사만 짓던 농업인이 하루아침에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직업이 바로 ‘6차산업컨설턴트’입니다.”
그렇다면 6차산업컨설턴트의 명확한 역할은 무엇일까? 윤선 컨설턴트는 ‘농업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에 대한 수익 모델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간략하게 정의했다.
“6차산업컨설턴트는 농가 현장의 문제를 진단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른 성공 사례를 접목하여 성공적으로 6차산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입니다. 단순히 조언해주는 것을 넘어 6차산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새롭게 성장할 길을 함께 모색하는 동반자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6차산업컨설턴트는 우리 농업·농촌과 늘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농업인에게 6차산업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고, 알맞은 비즈니스 모델을 추천해 실행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면 나부터 농가 현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요. 지난 20여 년간 농가 현장을 다니면서 6차산업 도입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이는 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입니다.”
윤선 컨설턴트는 ‘6차산업컨설턴트는 농업인보다 농업·농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매일 전국 농가 현장으로 출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농가가 원하면 어디든 달려가는 노력이 6차산업컨설턴트로서 더 많은 경험과 사례를 축적하는 노하우다.
“6차산업컨설턴트는 농업·농촌에 대한 지식에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을 농업에 접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전략도 달라지므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이 필요하지요. 농촌 지역 개발, 농업 경영, 부가가치 창출, 판매 전략, 전자상거래, 농촌 체험과 관광 등 공부해야 할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열정적이고 자기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6차산업컨설턴트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한두 번의 컨설팅으로 바로 변화를 확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농사를 짓듯이 끈기 있게 인내하고 노력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윤선 컨설턴트는 한 귀농 부부를 컨설팅 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부부는 호기롭게 농촌으로 내려와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신용불량자’라는 불명예였다.
“부부와 함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복숭아 체험 농원도 찾아가 보고, 농원을 경영하고 있는 멘토로 농업인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1차산업인 ‘복숭아’에 3차산업인 ‘체험’을 더하니 금세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지요. 현재는 지역을 대표하는 멋진 농촌체험교육농장으로 성장했는데요. 부부는 후발 농업인에게 전문 기술과 핵심 노하우를 전수하는 현장실습교육(WPL, Work Place Learnig) 교수로도 활동합니다. 컨설팅을 받는 입장에서 컨설팅을 해주는 입장이 된 것이지요. 같은 농업인이기에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미 관련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컨설턴트라 할 수 있지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6차산업컨설턴트로 등록된 전문가는 400여 명 정도이다. 최근 농촌 지역 개발 및 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인력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6차산업 전문 컨설팅 회사가 생기는가 하면 일반 컨설팅 회사에서도 관련 부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지자체와 정부 기관에서도 6차산업컨설턴트를 기용하고 있다.
“이미 ‘농촌개발컨설턴트’라는 국가공인 자격증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접한 관련 자격증도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농업은 생산이 아닌 ‘마케팅’ 문제를 고민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6차산업컨설턴트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농업이 점점 더 다양한 산업과 융합할수록 컨설턴트에게 바라는 농업인들의 요구는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이 될 것이다. 다양한 학과, 전공, 자격증을 갖춘 청년들에게 농촌은 이미 열린 기회의 장이다.
“아이디어를 현장에 접목하여 변화를 확인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들은 농가 현장을 돌아보며 실질적인 ‘감’을 잡는 데에만 3년 정도나 걸린다고 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반드시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혀 다른 분야끼리 결합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거나 뛰어난 생산성을 가져오는 현상을 ‘메디치 효과’라고 한다. 메디치 효과로 중세 이탈리아는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우리 농업·농촌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그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6차산업컨설턴트에 응원을 전한다.
그동안 ‘생산’에만 주력했던 농업인들에게 6차산업은 낯설고 어려운 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가 현장 문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6차산업에 대한 방향성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컨설팅은 농업인들에게 성장 돌파구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해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농업 관련 기관을 찾아 250회 이상의 농산업 마케팅 강의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600회 이상의 농가 현장 코칭과 컨설팅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매일 농업인과 현장 가까이에 있으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이 최적의 전략을 만드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는 6차산업을 고민하고 있는 농업인들이 보다 쉽게 현장 사례에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도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데이터를 중심으로 6차산업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서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