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미를 더하다

초록빛 여유 가득
전남 보성 녹차밭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든 지금, 싱그러운 차밭으로 특별한 힐링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녹차 재배지로, 해마다 5월이면 보성다향대축제가 열리는 녹차의 본고장, 전라남도 보성에서 초록빛 여유를 즐겨보자.

짙은 차향이 머문 자리, 대한다원

해마다 5월이 되면 보성 차밭은 온통 초록으로 물든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봇재가 나오고, 그 아래로 굽이굽이 능선에 초록빛 차밭이 펼쳐진다. 바람이 불 때면 차나무마다 빼곡한 초록 이파리들이 일렁이며 싱그러운 차향을 내뿜는데, 그 한가운데 멈추어 서서 천천히 숨을 내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정화된다.

보성 녹차밭의 주요 다원으로는 대한다원, 몽중산다원, 봇재다원, 보성제다원, 은곡다원 등이 있다. 그중 1939년 문을 연 대한다원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원이다.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폐허로 남아 있다가 1957년부터 다시 차 재배를 시작했다. 흔적만 남아 있던 차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오늘날 580여 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는 국내 최대 규모 다원으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비단 차나무만이 아니다. 차밭을 포함한 전체 면적이 약 5,619,835㎡에 달하는 대한다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녹차관광농원이기도 하다. 다원 내에는 다양한 들꽃과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곤충과 다람쥐, 청솔모, 두꺼비, 노루, 멧돼지와 각종 새가 살고 있다. 다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만 보아도 전신주 크기의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즐비하고, 편백나무, 주목나무, 향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등 다양한 수목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원 입구 삼나무 가로수길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될 정도로 사시사철 웅장한 매력을 뽐낸다.

삼나무 가로수길을 지나면 그림 같은 차밭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장관이다. 차나무 사이에 이어진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부 바다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바다전망대에서는 보성읍 봉산리 일대뿐만 아니라 그 너머 바다까지도 조망할 수 있다. 해발 350m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땅과 바다, 하늘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직접 찻잎을 따고, 덖고,
맛볼 수 있는 체험 현장으로

녹차는 총 3번에 걸쳐 수확을 하는데, 제조 시기에 따라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등으로 나뉜다. 그중 첫물차의 품질이 가장 뛰어나며 가격도 비싼 편이다. 봄철 곡우가 지나고 첫물차 수확철이 돌아오는 5월이면 보성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전국에서 유일한 차 문화제인 ‘보성다향대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로 47회째를 맞이한 보성다향대축제는 5월 3일부터 5월 7일까지 한국차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천년 차의 유혹, 보성의 프러포즈’ 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에서는 보성 차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와 차 문화 체험, 전시, 경연과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축제 기간 동안에는 찻잎 따기, 차 만들기 등 차의 매력을 다양한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직접 초록 새순을 따며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찻잎 따기는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직접 딴 찻잎을 덖으며 차 제조 과정에 대해 알아보는 차 만들기 체험도 추천할 만하다. 찻잎을 덖고, 비비고, 말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다.

또, 축제가 열리는 5일간 보성군 일원에서는 날마다 다른 ‘축제 속 축제’가 펼쳐진다. ‘보성군민의 날’, ‘보성데일리콘서트’, ‘일림산 철쭉문화행사’, ‘어린이날 행사’, ‘보성녹차마라톤대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등 보성군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지역 문화 축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마음까지 채우는 건강한 맛

녹차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보성에서 녹차는 음료로만 활용되는 건 아니다. 녹차 가루를 사료에 섞어 돼지에 먹여 키운 녹돈은 보성 1미로 유명하다. 녹돈은 일반 돼지에 비해 약 40일간을 더 먹인 후라야 1급 고기로 인정받는데, 육질이 연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일반 돼지고기보다 적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좋다.

가장 인기 많은 부위는 역시 ‘삼겹살’이다. 꼬들꼬들한 비계와 연한 살코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남다른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보성 곳곳에 녹돈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많은데, 전라도 특유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다양한 밑반찬을 함께 곁들이면 앉은 자리가 미식 천국이 된다.

보성 1미 녹돈에 이어 2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음식은 녹차떡갈비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인 떡갈비에 녹차의 효능을 가득 담아 지역 특산 음식으로 만들었다. 녹돈과 녹차 한우에 녹차 가루까지 넣어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한입 베어 물면 달콤 짭조름한 양념과 촉촉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그야말로 밥을 부르는 ‘밥도둑’이다.

이 외에도 보성의 맛은 9미까지 이어진다. 녹차 솥밥과 갖가지 밑반찬을 곁들인 한정식을 비롯해 벌교 꼬막, 전어회, 바지락회, 짱뚱어탕, 보성 양탕, 낙지와 주꾸미 등 다양한 음식의 향연 속에서 몸도 마음도 넉넉한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5월 햇살 아래 퍼지는 싱그러운 찻잎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차밭을 거닐어도 좋다. 걷다가 힘들면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 차 한 잔으로 숨을 돌리면 다시 일어설 기운이 생긴다. 잠잠해진 마음에 활기가 필요하다면 북적거리는 축제 현장을 찾아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수도 있다. 출출한 배를 채우는 풍성한 남도의 맛은 덤이다. 5월에는 몸과 마음이 넉넉해지는 힐링 여행지 전남 보성으로 떠나보자.

보성 맛집, 여기 어때?
1. 수복식당

남도의 수많은 맛집 중 남도음식 명가로 지정된 곳이다. 남도 한정식 한상과 꼬막 정식, 녹차 돼지 떡갈비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보성 2미로 유명한 녹차 돼지 떡갈비는 꼭 맛보아야 할 메뉴! 녹차 먹인 돼지로 만들어 기름기 없이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주소순보성읍 중앙로 102-1
  • 운영 시간06:00~22:00
  • 문의061-853-3032
2. 청광도예원

전통 한옥에서 보성 4미로 일컬어지는 남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 대부분의 음식에 녹차를 이용해 건강함과 맛이 2배! 대표 메뉴는 녹차 정식이다. 녹차 물에 밥을 말아 잘 구운 굴비 한 점을 곁들이면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 주소보성읍 사동길 52-11
  • 운영 시간10:00~21:00
  • 문의061-853-4125
3. 다향회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안심식당. 녹차 분말가루를 사료에 혼합하여 먹여 키운 보성 녹돈을 맛볼 수 있다. 돼지갈비와 삼겹살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히 삼겹살은 비계가 느끼하지 않고 꼬들꼬들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부위이다.

  • 주소보성읍 용문길 19
  • 운영 시간11:00~21:00
  • 문의061-853-3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