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과수원이 밀집해 있어 도로명조차 ‘배꽃길’인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이곳에서 배 농사를 짓는 오케이팜은 농장 카페 ‘배꽃길61’로 소비자들에게 과수원의 사계절을 알리고 있다. 굵직한 국내 놀이동산 테마파크를 디자인하며 인연을 쌓은 권오교 대표와 박혜련 실장. 그들이 의기투합해 완성한 배 과수원 체험 농장 ‘배꽃길61’을 찾아가 보았다.
귀농·귀촌을 꿈꾸던 디자이너들, 배꽃에 매료되다
우리나라 배 주산지 중 하나인 경기도 안성. 배 과수원이 모여 있는 대덕면은 4월부터 배꽃이 한창이다. 지난해에는 3월 끝자락에 이르게 꽃을 피운 데다 냉해까지 덮쳐 농업인들의 애간장을 태우더니, 올해는 작년보다 늦은 4월 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장 적절한 개화 시기가 4월 중순인 데 비하면 올해도 이른 마중이다.
배 과수원들이 일찌감치 수분할 채비로 분주한 시기,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배꽃길61은 특별한 꼬마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농업회사법인 ㈜오케이팜이 운영하는 농장 카페 ‘배꽃길61’이다. 오랫동안 테마파크 디자인을 함께 해 온 권오교 대표와 박혜련 실장이 안성 특산품인 배를 소재로 과수원 체험 상품과 배 가공품, 그림책, 굿즈 등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권 대표와 저는 오래전부터 귀농·귀촌에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2017년부터 용인과 안성 지역에서 체험장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마침 4월에 안성 지역을 지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과수원마다 배꽃이 만개한 모습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하지만 대부분 과수원은 전염병 예방 등을 목적으로 출입 통제를 하고 있어 가까이 가 볼 수는 없었어요. 아름다운 배 과수원 그대로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배꽃길61을 열게 됐습니다.”
배꽃길61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던 옛집에 배 과수원을 덧대어 만들었다. 원래 있던 담장과 문을 그대로 살린 입구와 옥수숫대로 만든 천장과 흙벽돌, 부엌 아궁이가 있던 흙바닥에서 정겨운 시골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철재 구조물로 심플하게 나누어 놓은 공간과 마당을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 감각적인 테이블 배치는 ‘요즘 트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옛것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풍경은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들의 주목을 받았고, SNS를 중심으로 점점 입소문이 퍼지며 방문객들을 불러 모았다.
사계절을 담은 다양한 체험
뭐니 뭐니 해도 배꽃길61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공간은 역시 ‘배 과수원’이다.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여타 과수원과 달리 아이들이 맘껏 과수원에서 뛰어놀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나무 그늘에서 배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배꽃길61이 운영하는 과수원 규모는 8,260㎡로 현재 230그루의 배나무가 자라고 있다. 일명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배나무 아래 풀이 빼곡하게 자라도록 초생 재배하고, 최소한의 작물보호제만 뿌리며 병해충을 막는다. 또, 성장촉진제를 바르지 않아 추석이 지난 이후인 10월에 수확한다. 그래서 배꽃길61이 판매하는 배는 조금 못생겼지만, 아삭아삭 시원하고 단맛이 풍부한 과즙으로 꽉 차 있다.
“수확한 배는 대부분 방문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거나, 카페 음료와 베이커리 재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배꽃길61에서는 배 스무디와 에이드, 배찰스 마들렌 등 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요. 보통 배는 제수용 과일로 치부되는데, 추석 전 배는 성장촉진제를 발라 키워 당도가 오르기 전 몸만 키워져 맛이 없습니다. 우리 배를 맛보고 배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배꽃길61은 농촌융복합상품화 모델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6차산업 성공 모델로 인정받았다. 단순히 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배 음료와 베이커리로 가공해 유통하고, 더 나아가 배 농사 체험과 관광을 접목해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오도록 만든 결과다. 특히 체험 상품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과수원의 사계절을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배꽃이 피는 시기와 배 수확기에는 매일 농장을 찾는 체험 고객과 방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월평균 1,000~1,200명이 방문하고 있는데요. 그중 절반은 체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아도 상시 체험이 가능해 접근성을 높였어요. 2~3월에는 가지치기를 한 배나무 가지를 물에 담가 실내에 두고 꽃이 피는 모습을 관찰하는 ‘미리 보는 배꽃 체험’을, 4월에는 마음에 드는 배나무와 배꽃을 골라 긴 면봉을 이용해 하나하나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꿀벌 체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수정한 배가 자라는 6월에서 9월까지는 배 봉지를 씌워보는 체험을 진행하고, 배가 익는 10월이 되면 ‘배따기 체험’을 통해 1년간 내가 키운 배를 수확해 가져갈 수 있어요. 과수원의 사계절을 연계함으로써 체험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배꽃길61 감동 공유를 위한 열정은 계속된다
배꽃길61에서는 체험 행사를 비롯해 배 관련 그림책과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수확 위주로 진행하는 농촌 체험의 한계를 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어요. 수확기가 되어 배따기 체험을 진행할 때는 체험객들을 대상으로 ‘우량 배 선발대회’도 열고 있습니다. 1등에게는 배 무게의 30배, 2등에게는 20배, 3등에게는 10배에 해당하는 배를 선물해 큰 호응을 얻고 있지요. 또, 농부, 배나무, 과수원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 등을 캐릭터화해 배를 알리는 그림책도 만들고 있는데요. 더 많은 사람에게 안성 배를 알려 부가가치를 높일 방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권오교 대표와 박혜련 실장을 포함하여 배꽃길61을 이끄는 직원은 총 다섯 명이다. 초창기부터 함께하며 매장 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 매니저를 비롯해 베이커리를 맡고 있는 제빵사 등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탄탄한 팀워크를 쌓아가고 있다.
“우리는 직원 누구나 언제든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도 메신저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을 때가 많은데요.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매일매일 이들은 서로에게 질문한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찾아왔을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왜 반응이 없을까?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6차산업을 꾸려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안성 배와 배꽃의 아름다움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정만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농업인의 노력과 수고에 비해 값싸게 판매되는 배를 보고, ‘배꽃길 지역 배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지요. 앞으로 다양한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안성 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배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권오교 대표와 박혜련 실장은 종종 창고 지붕 위로 올라간다. 꽃비 내리는 배꽃길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처음 배꽃에 매료됐을 때가 생각난다고. 두 사람은 가까운 시일 내 루프탑을 설치해 배꽃길61을 찾는 방문객과 함께 그 감동을 공유할 계획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눈부시게 환한 봄날을 이어나갈 배꽃길61을 기대한다.
대표 제품
배찰스 마들렌 배꽃길61 대표 캐릭터인 배찰스 모양의 마들렌. 배꽃길61에서 수확한 배를 갈아 넣어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소금빵 말돈 소금과 마루비시 강력분, 이즈니 버터로 만든 최고 인기 제품! 버터에 튀긴 듯 바삭한 바닥과 선명한 버터 동굴이 특징이다. 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최상의 소금빵을 맛볼 수 있다.
배꽃길61 체험 상품
배 과수원에서 진행하는 1년 농사를 체험으로 제공한다. 배 가지 체험(2~3월), 배꽃 수분체험(4월), 배 봉지 체험(6~9월), 배 수확 체험(10월) 등 예약 없이도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