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문화

조선 사대부 최초 요리서

수운잡방

조선시대에는 사회적 계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 제한이 있었다. 양반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과거시험을 통해 관직으로 진출하는 것이 국룰이었다면, 요리사는 주로 천민들이나 하는 직업으로 여겼다.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양반 집안 자제인 ‘김유’는 어떻게 요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신분이나 배경에 순응하기보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김유의 여정을 그린 드라마 〈수운잡방〉을 소개한다.

“음식을 할 때면 누구의 아들도 아닌 나 자신이 된 것 같아.”

드라마 〈수운잡방〉은 대대로 장원급제가 전통인 집안에서 태어난 김유가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천민 계암을 만나며 시작된다. 김유는 계암을 통해 미식 세계에 빠져들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간다. 신분도 배경도 다르지만 요리 하나로 의기투합한 김유와 계암의 우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안동 광산 김씨 둘째 아들 김유. 조상 대대로 장원급제를 이어온 집안에서 3번 연속 과거시험에서 낙방하고 만다. 연이은 낙방에도 김유의 형 김연은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과거에 급제해 벼슬에 올라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김유를 닦달한다. 김유는 공부를 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던 중 길을 헤매다 우연히 절로 들어서게 된다. 거기서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먹었는데, 알고 보니 김유가 먹은 음식은 명나라에 가서 요리를 배우고 싶은 계암이 만든 화전이었다. 명나라 사람을 위해 준비한 떡을 김유가 먹어버리는 바람에 명나라 사람들에게 대접하지 못한 계암은 환심을 사는 데 실패하고 김유에게 크게 화낸다.

계암은 김유가 들어간 그 절의 요리사였는데, 둘은 투닥거리는 일도 많았지만, 비슷한 또래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다. 언제부터 요리를 했는지에 대한 김유의 질문에 계암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리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집안, 과거 시험에 대한 압박으로 침울해 있는 김유에게 용기를 준다.

그러던 중 김유는 아버지 김효로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간다. 어릴 적 아픈 김유를 위해 삼계죽을 먹여주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김유는 계암에게 삼계죽 끓이는 방법을 배운다. 중풍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며 김유는 요리를 하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이것을 계기로 계암과 김유는 본격적으로 함께 요리를 만들며,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계암은 숙수*가 되고, 김유는 정자를 만들어 사람들을 대접하고 『수운잡방』이라는 요리책을 만든다.

드라마 〈수운잡방〉은 대한민국 보물 제2134호 『수운잡방』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수운잡방』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국내 조리서로 안동을 중심으로 한 조선 전기 양반가의 식생활을 담고 있다. ‘수운(需雲)’은 격조를 지닌 음식 문화, ‘잡방(雜方)’은 여러 가지 방법이란 뜻으로, 제목을 해석하자면 풍류를 아는 사람에게 걸맞은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란 뜻이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양반 식생활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사람의 입으로 가는 것이니, 음식을 할 땐 절대 허투루 해선 안 됩니다.

* 숙수: ‘잔치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궁궐이나 민가의 잔칫날 음식을 준비하던 전문직

아픈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삼계죽

김유는 아버지 김효로가 쓰러지자 곧바로 집으로 달려간다. 어릴 적 아팠을 때 아버지가 먹여 주던 삼계죽이 생각나 이제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삼계죽을 대접하려 계암에게 삼계죽 요리를 배운다.

재료

닭 1마리, 찹쌀 50g, 마늘 30g, 인삼 1뿌리, 대추 10알, 대파 30g, 소금 조금

만드는 법
  • 1.닭은 30분 이상 삶아 뼈와 살을 분리하고 육수에 뼈만 넣어 진하게 우려낸다.
  • 2.인삼은 뇌두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고 대추는 씨를 제거한다.
  • 3.찹쌀은 30분 정도 충분히 불린다.
  • 4.육수에서 뼈를 건져내고 인삼, 대추, 찹쌀, 물을 넣고 눌어붙지 않게 저어주며 끓여낸다.
  • 5.찹쌀이 익으면 소금으로 간하고, 송송 썬 대파와 발라내 찢은 살을 고명으로 사용한다.

천천히 손수 만들어낸 두부

아버지에게 직접 만든 두부를 올리는 김유.
소매가 더러워진 것을 보고 아버지는 아들이 직접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는 둘째 아들이지만 아들이 만든 포슬한 두부는 김효로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 주기에 충분했다.

재료

마른 콩 500g, 물 적당량, 천연 간수 2컵

만드는 법
  • 1.콩은 12시간 이상 불려 물과 함께 믹서에 곱게 갈아준다.
  • 2.콩물은 금방 넘치기 때문에 큰 냄비에 넣고 약불에서 바닥을 긁으며 저어준다.
  • 3.콩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약간 식힌 뒤 간수를 조금씩 넣으며 저어준다.
  • 4.콩물이 응고되어 몽글몽글해지면 두부 틀에 젖은 면보를 씌우고 콩물을 부은 후 뚜껑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 물을 빼고 굳혀준다.
  • 5.물기가 모두 빠지면 두부 틀에서 두부를 꺼낸다.

알록달록 입맛 돋우는 화전

큰 꿈을 품고 있던 계암의 화전. 명나라에서 요리를 배우고 싶었던 계암이 명나라 사람의 환심을 사고자 색색의 화전을 만들었다. 그런 뜻도 모르고 화전을 모두 먹어버린 김유. 계암과 김유의 만남, 심상치 않다.

재료

식용 꽃 12장, 찹쌀가루 200ml, 뜨거운 물 100ml, 소금 1/3T, 오일 3T, 꿀 1T

만드는 법
  • 1.작고 연한 꽃을 골라 물에 한 번 씻어내고 물기를 제거해 준다.
  • 2.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익반죽한다. 손에 붙지 않도록 오일 한 스푼을 넣어주며 반죽한다.
  • 3.찹쌀 반죽을 12개의 덩어리로 나누고 동글납작하게 빚어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준다.
  • 4.다 익으면 불을 끄고 위에 꽃을 올려 꾹 눌러준다.
  • 5.접시에 화전을 담고 꿀을 조심스럽게 발라주면 완성!

상큼 달달한 간식 금귤 정과

계암의 미안한 마음을 담은 금귤 정과. 김유가 화전을 다 먹어버린 것에 크게 화를 낸 계암은 괜스레 미안해져 김유에게 금귤 정과를 가져다주며 사과한다. 달달한 금귤 정과를 먹고 김유가 화를 풀기를 바라는 계암의 마음을 담고 있다.

재료

금귤 25개, 설탕 1/3컵, 물 1/3컵, 꿀 1/3컵

만드는 법
  • 1.금귤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은 후 금귤 꼭지를 떼어낸다.
  • 2.깨끗이 손질한 금귤은 2, 3조각으로 자른 뒤 젓가락을 이용해 씨를 빼 준비한다.
  • 3.냄비에 금귤과 설탕, 꿀, 물을 한번에 넣고 끓여준다.
  • 4.끓이면서 생기는 거품을 걷어내고, 시럽이 거의 졸아들면 불을 끈다.
  • 5.정과는 망에 올려 하나씩 떨어뜨려 식혀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