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맛

꿀벌 보존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농촌진흥청의 여정

꿀벌은 나비와 함께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돕는 대표적인 수분 매개 곤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을 통한 수분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 생물다양성 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겨울 78억 마리나 되는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기는 매한가지이다.꿀벌 위기의 원인과 꿀벌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지속 가능한 우리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꿀벌 보존에 힘쓰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경제적 가치 6조 원,

최고의 농사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꿀벌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여 종의 농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돕는다. 유럽의 경우 농작물 264종의 84%가 화분 매개 동물에 의존하며, 4,000여 품종의 야채가 꿀벌의 수분 작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의 역할은 중요하다. 국립농업과학원 2020년 조사를 보면, 수박·딸기·참외·토마토 등 총 27개 작물이 꿀벌, 뒤영벌 등 수정벌에 의존(화분 매개)하고 있다. 수정벌 의존 비율(면적 기준)을 작물별로 보면 수박이 92.7%, 참외는 93.1%, 딸기는 100%다. 사과처럼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키우는 작물도 비율이 20%를 차지한다.

농업현장에서 꿀벌을 선호하는 이유는 꿀벌 수정이 열매 맺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인력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과 효율 면에서 월등하다. 꿀벌 한 마리가 1g의 꿀을 얻기 위해서는 약 8,000송이에 달하는 꽃을 오가야 한다는 사실에서 꿀벌이 얼마나 부지런한 농사꾼인지 알 수 있다.

꿀벌에 의해 수분이 잘된 식물은 발아 능력이 향상되어 더욱 크고 좋은 열매를 맺으며 많은 씨를 퍼뜨린다. 꽃에서 열매로 발달하는 시간도 줄어 열매가 해충이나 질병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국내 학계에서 벌을 통한 화분 매개의 경제적 가치를 연간 6조 원 정도로 추산한 것은 과장된 수치가 아니다.

그 많던 꿀벌은

왜 사라졌을까?

세계에서 처음 꿀벌이 실종됐다고 보고된 것은 2006년이다. 처음 미국에서 꿀벌이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된 이후 전 세계 꿀벌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거나 폐사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2년 겨울, 국내에서 꿀벌 78억 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그 다음 해인 2023년 한국양봉협회는 소속 농가 벌통 153만 7,000여 개 가운데 61%인 94만 4,000여 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 벌통 1개에 꿀벌 1만 5,000마리에서 2만 마리가 사는 것을 고려하면 141억 6,000만 마리 내지 188억 8,000만 마리의 꿀벌이 죽은 것이다. 이와 같이 꿀벌 집단 폐사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과수농가들은 작물 생산량과 생산 비용 모두를 걱정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원인은 꿀벌응애 피해가 기후 변화와 함께 발생한 복합적인 연쇄 작용이다.

꿀벌에게는 발육과 월동, 여왕벌 산란, 먹이 활동 등 생활과 행동 양식에 대한 온도 기준과 범위가 정해져 있어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가을철 저온이 지속되면 꿀벌들의 발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겨울철 따뜻한 날씨는 일벌이 외부활동을 하면서 꿀벌의 수명이 단축되어 제대로 월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는 일찍 깬 꿀벌의 집단 폐사로 이어진다.

꿀벌 기생해충인 응애와 천적인 등검은말벌의 확산도 꿀벌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큰 원인 중 하나다. 응애는 꿀벌에게 날개불구바이러스감염증, 여왕벌방바이러스감염증, 이스라엘급성마비증 같은 질병을 전염시킨다. 2022년 꿀벌 집단 폐사가 발생한 원인도 꿀벌응애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2021년부터 2022년 동절기에 이어 2022년 9월부터 11월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꿀벌응애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농약과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 또한 꿀벌의 면역 체계를 약하게 만들고 생식력을 떨어뜨린다. 식물 살충제의 독성은 해충은 물론 익충에도 해로운 영향을 준다. 특히 니코틴계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꿀벌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특정 살균제와 결합할 시 독성이 1,000배 이상 증가해 위험성이 더욱 크다.

꿀벌을 되살리기 위한

농촌진흥청의 노력

그렇다면 꿀벌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적정한 봉군 수 유지와 감소하는 밀원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7년 충북 진천을 시작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과 부안, 완주, 전남 장흥, 경북 상주, 충북 괴산 등 다양한 지역에 밀원수를 심어 밀원수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충남 공주에 지역 대표 임산물인 밤나무 400여 그루를 심는 밀원수 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꿀벌위도격리육종장과 꿀벌자원육성품종증식장 등을 건립하며 양봉자원 보존과 꿀벌 신품종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전북특별자치도에 문을 연 꿀벌위도격리육종장은 우수한 꿀벌 신품종 육성과 양봉자원 보존, 계획적인 육종을 통한 품종 증식과 보급 등을 위해 만들었다. 3만 6,791㎡ 면적에 연구동, 사육사, 창고동, 밀원포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연구동에는 수벌의 정액을 채취하고 여왕벌에 주입하는 인위적인 수정 과정의 정밀성을 높일 수 있도록 꿀벌인공수정연구실을 마련해 놓았다.

꿀벌자원육성품종증식장은 올해 순차적으로 완공할 예정으로 전남 영광, 경남 통영, 충남 보령에 건립한다. 앞으로 전북 군산과 전남 진도에도 증식장을 추가로 구축하여 2025년부터는 전국 5개 꿀벌증식장에서 우수한 여왕벌을 생산해 양봉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고품질 로열젤리 생산 꿀벌 품종 ‘젤리킹’ 생산을 위한 원원여왕벌을 전북, 전남, 경북 등 5개 지역 꿀벌우수품종증식장에 보급한다. 젤리킹은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서양종 꿀벌로 기존 꿀벌보다 로열젤리 생산성이 최소 11% 이상 뛰어나며 유밀기 벌꿀 생산성도 우수하다. 또, 로열젤리 기능성과 관련된 지표 물질인 10-HDA((E)-10-hydroxydec-2-enoic acid) 함량도 기존 꿀벌보다 최소 40% 이상 높다.

기생 해충인 꿀벌응애류와 꿀벌의 천적인 등검은말벌 방제 노력도 엿볼 수 있다. 꿀벌응애류는 꿀벌 애벌레, 번데기, 성충에 기생하며 꿀벌 애벌레와 성충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또 각종 질병과 바이러스를 매개해 양봉 산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꿀벌 폐사를 일으킨다. 농촌진흥청은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꿀벌응애의 생리·생태와 약제 처리법 등을 포함한 꿀벌 사육 관리 등 현장 기술지원을 강화해 응애 발생을 미리 살피고 꿀벌 폐사를 예방할 계획이다.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으로 퍼진 등검은말벌은 주 먹이가 꿀벌이어서 양봉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등검은말벌 여왕벌은 월동에서 깨어난 후 첫 일벌을 부화시키기 전까지 단독으로 활동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시기에 일반 여왕벌을 잡아먹게 되면 가을철 최소 500마리 이상의 일벌과 벌집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벌집 방제용 드론과 선발된 말벌집 방제 물질로 올해 등검은말벌 방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농촌진흥청은 ‘꿀벌강건성 다부처 연구’로 인공지능 무인기(드론) 이용 등검은말벌집 탐색 고도화와 등검은말벌 피해저감장치를 연구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월동 꿀벌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박·참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부족한 꿀벌을 대체할 수 있는 뒤영벌 사용 기술도 신속히 보급할 예정이다. 수박과 참외 수정 시기에 작물 재배 면적과 재식 밀도에 따라 뒤영벌 수를 조절해 투입하고 벌통을 관리해 작물을 안정적으로 수정시키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수박과 참외 시험 재배지에 적용한 결과, 3월 수박에서는 꿀벌과 같은 수준의 착과율(96.9%)을 보였다. 참외는 3월에서 6월까지 10아르(a)당 생산량이 4,524kg으로 나타나 꿀벌(4,557kg)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특히 인공 수분보다 수확량이 5% 이상 늘었다.

꿀벌의 위기는 비단 한 종의 멸종에 국한하지 않고, 꿀벌과 관계를 맺고 사는 모든 생물의 멸종으로 확산할 수 있다. 꿀벌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를 지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꿀벌 보존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지속적인 노력은 우리 농업·농촌을 넘어 지구의 생물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