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만나다

작은 곤충으로 키우는
우리 농업·농촌의 큰 가능성

곤충컨설턴트

숲속곤충마을 신희영 컨설턴트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곤충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새롭게 등장한 직업이 있다. 바로 '곤충컨설턴트'다. 18년간 국내 곤충 산업 발전을 위해 힘써온 신희영 컨설턴트에게 곤충 산업의 가능성과 곤충컨설턴트의 역할에 대해 물어본다.

장수풍뎅이 80쌍으로 시작한 18년 곤충 인생

곤충은 컨테이너처럼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에서도 사육할 수 있어 다른 농작물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고, 생육 기간이 짧으며 1년에 여러 차례 출하가 가능하다. 또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분뇨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친환경적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곤충은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곤충 산업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20년 농림축산부의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곤충 시장은 전년보다 2.1% 상승한 414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그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것은 식용곤충산업이다. 2023년 9월에는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 고시 개정 공표를 통해 동애등에와 벼메뚜기가 기타 가축에 포함되며 곤충 사육이 축산업으로 등록됐다. 이처럼 곤충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주목받는 신(新)직업이 있다. 바로 ‘곤충컨설턴트’다.

“곤충컨설턴트는 곤충을 사육하고 실험하고 채집하고 교감하는 곤충 관련 활동에 필요한 이론은 물론 실제 야외 생태와 사육 방법, 먹이 제조 방법, 키운 곤충의 유통 방법 등을 상담·자문합니다. 이 외에 사육 시설까지 광범위한 컨설팅이 가능하지요. 다시 말해 곤충컨설턴트는 처음 곤충 산업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실패 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신희영 컨설턴트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6.280㎡ 부지에 ‘숲속곤충마을’을 운영하며 다양한 곤충 사육은 물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곤충 산업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하기 전부터 활동해 온 애완 곤충 1세대로, 18년 전 처음 곤충 산업에 발을 들였다.

“원래 음악을 하다가 늦게 군대에 입대했어요. 스물여덟 살에 전역했는데, 우연히 형님 가족과 시골에 놀러 갈 기회가 생겼지요. 그때 장수풍뎅이를 처음 보았는데, ‘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는 조카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직접 마트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정말 장수풍뎅이를 팔고 있더라고요. 수익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집에서 80쌍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상품을 올렸더니,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첫 주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거다!’ 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신희영 컨설턴트는 독학으로 곤충에 관한 공부를 이어갔다. 당시 국내에 곤충 자문 업체가 한 곳 있었지만,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곤충에 관해 공부했어요. 다른 농사가 그렇듯 생명을 키우는 것은 머리로 공부하는 것보다 경험으로 체득하는 게 더 습득이 빠른 것 같아요. 물론 책을 읽으며 이론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곤충 사육 관련 전문 서적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곤충은 종류도 많고 그에 따라 사육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지금도 유튜브와 책을 보며 공부하고, 곤충 산업 종사자들과 연대를 이루어 정보를 공유해 나가고 있습니다.”

곤충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끈기와 도전 정신

곤충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신희영 컨설턴트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곤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면 더 도움이 되겠지요. 곤충학과, 농생물학과, 천연섬유과, 생물학과, 생물교육과, 생명과학과 등 곤충 관련 학과를 추천합니다. 농촌진흥청과 국립생물자원관 등 국공립 연구기관이나 민간 연구소, 곤충 농장 등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지요. 이렇게 곤충컨설턴트를 시작할 때 전문적인 교육도 필요하지만 생명을 키우는 일이다 보니 매일 끈기 있게 곤충을 돌보고,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만 갖추고 있다면 사육 방법은 금세 습득할 수 있습니다.”

신희영 컨설턴트는 ‘곤충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고 이야기한다. 매일 20~30㎏의 톱밥을 배합기에 옮겨 발효하는 일 외에는 힘이 드는 일이 거의 없어 여성들도 많이 도전하고 있다고. 다만 아기를 돌보듯 몇천, 몇만 마리의 곤충을 돌보는 일은 끈기를 요구한다.

곤충은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선별 작업과 출하 후 사육통 세척 작업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곤충 농장은 700~800여 개에 달합니다. 그들 대부분 곤충컨설턴트의 역할을 겸하고 있지요. 청년 창업농으로 곤충을 선택하는 20·30대가 많아지면서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가능성이 크고 도전하기 쉬운 산업이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위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곤충 사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온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육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작게 시작해도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결국 시설 확충이 필요합니다. 저도 청년 창업인 지원이나 곤충 현대화 자금, 청년 후계농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용인에 자리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도전하는 것 아닐까요?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책은 늘 존재하고 새로운 길이 열리기 마련이니까요.”

작지만 강한곤충의 가능성

현재 곤충 산업은 기존 학습·애완 곤충을 넘어서 식용, 사료, 천적, 관광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밀웜이나 슈퍼웜 등이 미니 도마뱀 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단백질 보충제로 식용 밀웜 분말인 고소애가 출시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곤충 산업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치유와 관광 분야에서도 곤충은 매우 효과가 큽니다. 곤충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가까이 있는 느낌을 받아 치유 효과가 있지요. 또 실제로 방울벌레나 왕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는 치매 예방 효과가 있어 노인이나 지적장애인들의 치유에 큰 도움을 줍니다. 2018년에는 ‘용인&곤충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인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는데요. 첫 축제임에도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습니다. 가족 단위가 대부분을 차지해 곤충 산업의 관광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곤충 관광과 연계해 지역 농장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는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첫 축제 개최 후 팬데믹으로 아직 두 번째 축제를 열지는 못했지만 내년쯤엔 다시 한번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신희영 컨설턴트는 2016년 용인곤충협회를 직접 창설해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며 용인을 중심으로 곤충 산업 활성화를 이끌어 오는 한편, 전국 방방곡곡 컨설팅을 원하는 농가를 찾아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왔다. 오랜 시간 곤충컨설턴트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초등학생 때 곤충을 사러 온 꼬마 친구들이 훌쩍 자라 서울대 박사님이 되고, 곤충박물관 관장님이 되어 찾아왔을 때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특별한 삶의 목표를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에 매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부산의 한 곤충 농장에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사육은 물론 체험 방법과 동선까지 시뮬레이션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접근한 결과 이제는 제법 유명해져 체험객 수도 크게 늘었다고 해요. 노력이 성과를 거둘 때만큼 기억에 남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앞으로 곤충 산업이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신희영 컨설턴트는 현재 주력하는 애완 곤충 분야에서는 ‘외국 곤충 사육 허가 등 새로운 종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곤충 산업이 발전한 일본의 경우 외국 곤충 사육이 허가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사육 종보다개체 크기가 월등하게 크거나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외래종 등 고급 애완 곤충을 육성할 수 있게 되면 그에 따라 곤충 용품도 고급화되어 시장이 한층 더 크게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또,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곤충의 유용함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용인&곤충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어요. 애완용으로나 먹거리로나 곤충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신희영 컨설턴트는 올해 6,678㎡에 달하는 추가 확장 공사를 진행해 홍보관을 확충할 계획이다. 외부 견학을 확대해 체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한편,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기술원에서 운영 중인 곤충사육반 교육을 도와 지역 곤충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용인에서 세계적인 곤충 엑스포를 개최함으로써 가족 단위 관광객을 이끌어 6차산업 매개체로 활용하고 싶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전했다. 작지만 강한 곤충의 가능성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기대된다.

숲속곤충마을 체험 문의 : 031-336-4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