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해변과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강릉은 사시사철 바다향과 솔향, 커피향이 머문다. 푸른 동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 안목해변을 따라 즐비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들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를 선물한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는 6월, 향기 따라 맛 따라 걷는 강릉 여행으로 잠시 휴식을 즐겨보자.
강릉이 품은 세 가지 향
산, 바다, 강, 호수, 논, 밭 등 강릉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은 다채롭다. 그리고 저마다 향을 품고 있다. 맨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솔향이다. 강릉은 ‘솔향 강릉’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내세우며 강릉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숲, 공원, 해변까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솔향을 즐길 수 있는 추천 장소 첫 번째는 송정해변이다. 동해 바다를 옆에 두고 푸른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송정솔밭’이라고도 불린다. 송정해변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역사도 깊다. 고려 충숙왕의 부마였던 최문한이 송도에서 강릉으로 올 때 가져온 소나무 여덟 그루가 시초였다고 한다. 송정이라는 지명은 이런 유래로 ‘팔송정’이라고 불렸으나 점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면서 ‘송정’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전해 온다.
송정해변의 소나무 숲길을 천천히 거닐면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바다 풍광을 바라보며 온통 푸른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나만의 오아시스를 만난 듯하다. 걷다가 힘들면 쉬어 가면 그만이다. 여행자들을 배려해 숲속 곳곳에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 걷기에도 좋지만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최적이다. 해변 도로 양옆을 가득 메운 소나무가 자연 그늘을 만들어 더없이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면 짭조롬한 바다 향기와 함께 상쾌한 솔향이 가슴을 파고들 것이다.
송정해변은 강릉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과 강문해변 중간에 위치해 있다. 송정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는 1.5㎞밖에 되지 않아 걸어서도 금세 갈 수 있다. 안목해변이 가까워 올수록 고소한 커피향이 짙어진다.
강릉커피거리는 원래 커피 자판기로 유명한 거리였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은 동전 몇 개로 얻을 수 있는 여유 이상이었고 여행자에게 큰 행복이었다. 2000년 즈음 우리나라 커피 문화를 이끈 1세대 바리스타들이 강릉에 정착하면서 강릉은 커피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도심 프랜차이즈에서 맛볼 수 있던 똑같은 커피 맛이 아니라 다양한 독립 카페들이 즐비해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 되었다.
그림 같은 감자꽃과 쫀득한 옹심이
6월의 강릉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절경이 있다. 바로 능선을 가득 메운 감자꽃이다. 강릉을 비롯해 강원도는 우리나라 고랭지 감자 주산지이다. 강릉에서는 어디를 가나 감자밭을 볼 수 있는데,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은 안반데기 마을이다. ‘안반’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을, ‘데기’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안반데기 마을은 해발 1,100m 고산지대로 안반을 닮은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모양이라 안반데기라 부른다. 산이 밭이고, 밭이 곧 산인 마을로 경사가 가팔라서 기계농이 불가능해 농부의 힘이 고스란히 들어간 곳이다.
1965년부터 산을 깎아 개간하고 화전민들이 정착하며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화전민은 수십 미터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는 가파른 비탈에서 곡괭이와 삽으로만 밭을 일구었다. 척박하기만 했던 땅은 약 200만 ㎡에 이르는 풍요로운 밭으로 변모했다.
안반데기는 봄에는 푸르른 호밀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가을에는 하늘과 맞닿은 고산만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감자꽃과 고랭지 채소로 가파른 산턱을 뒤덮고, 겨울에는 눈덮인 산의 정취가 있다. 경작지이지만 풍광이 빼어나 관광지 역할을 할 만큼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6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 감자꽃이 이룬 절경은 ‘그림 같다’는 말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감자꽃을 실컷 구경했으니 이제 두 눈이 아니라 입에 담을 차례다. 감자는 흔한 식재료이지만, 강릉에서 맛볼 수 있는 감자 요리는 요리법부터 특별하다. 그냥 찌거나 볶지 않고 간 감자를 개어 앙금을 가라앉힌다. 그다음 윗물을 걸러낸 후 앙금과 건더기를 잘 섞어 반죽한다. 반죽을 동글동글하게 새알심처럼 빚은 후 육수에 끓여 먹는다. 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맛으로 유명한 ‘감자옹심이’ 한 그릇이 완성된다.
감자옹심이는 강릉 향토음식으로도 선정되어 있을 정도로 강릉 여행에서 꼭 맛보아야 할 음식이다. 감자옹심이를 맛보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강릉시에 특산음식마을로 지정한 병산 옹심이마을로 가면 감자옹심이 맛집이 즐비하다. 가게마다 맛과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옹심이만 넣고 끓여낸 순옹심이와 칼국수가 더해진 칼옹심이, 시원한 황태로 육수를 낸 황태옹심이 등 다양한 감자옹심이를 맛볼 수 있다.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소나무 숲이나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거리, 담백한 옹심이까지. 누군가는 강릉을 정적이고 재미없는 도시로 생각할 것 같다는 우려도 든다. 하지만 큰 오산이다. 사실 강릉은 송정해변이나 커피거리, 안반데기 마을 외에도 관광 명소들로 가득하다.
길고 긴 동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강릉 해변은 19개에 이르며, 다양한 전시관과 역사 유적, 사찰, 박물관, 미술관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요트와 크루즈, 레일바이크, 바다열차, 스쿠버다이빙 등 긴장감 넘치는 활동에 도전할 수 있다. 병산 옹심이마을뿐만 아니라 주문진 해물마을, 사천 물회마을, 초당 두부마을 등 다양한 특산음식마을도 있다. 더불어 6월에는 강릉 일대에서 ‘단오제’가 펼쳐지는데, 매년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휴식이 필요한 이에게는 힐링을! 모험을 떠나고 싶은 이에게는 도전의 기회를! 축제를 만끽하고 싶은 이에게는 즐거움을! 강릉만의 숨은 매력을 찾으러 직접 떠나보자.
강릉 맛집, 여기 어때?
1. 논가집옹심이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맛집. 매일 직접 빚은 옹심이로 만든 감자옹심이를 넓은 대접에 푸짐하게 담아내 여럿이 나누어 먹기에도 좋다. 감자옹심이와 함께 얼큰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입맛을 사로잡는 장칼국수도 논가집옹심이의 대표 메뉴로 사랑받는다.
- 주소강릉시 공항길30번길 4-6
- 운영 시간11:00~21:00(매주 화요일 휴무)
- 문의033-653-0309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맑은 육수 대신 얼큰한 양념이 진득하게 들어간 장옹심이를 맛볼 수 잇다. 옹심이 특유의 담백함과 들깨의 고소함이 살아 있는 들깨감자옹심이도 추천한다.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 주소강릉시 공항길 46
- 운영 시간11:30~21:00(매주 월요일 휴무)
- 문의033-653-1851
4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오래된 식당. 진하고 개운한 멸치육수에 쫀득한 옹심이를 더해 마치 두꺼운 감자수제비를 먹는 느낌이 든다. 옹심이에 칼국수를 더한 칼국수옹심이, 옹심이만 넣은 순옹심이 등 취향대로 사리를 즐겨보자.
- 주소강릉시 공항길 39-6
- 운영 시간09:00~20:00
- 문의033-652-0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