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문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여행

밥정

들판에 자라난 잡초, 바위에 붙은 이끼, 투박하게 자란 나뭇가지로 밥을 지을 수 있을까? 사람이 먹을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밥상의 재료로 재탄생한다. 어릴 적 여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전국을 떠돌며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자연 친화적인 요리를 하는 방랑 식객 임지호 셰프. 그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여정을 담은 영화 〈밥정〉을 소개한다.

“집에 계신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란 걸 알게 된 후에
전국을 떠돌면서 생모의 흔적을 찾아다녔어요.”

영화 〈밥정〉은 방랑 식객 임지호 셰프가 어릴 적 여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전국을 떠돈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천연의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그는 길 위에서 만난 어머니, 아버지께 진심을 담은 밥상을 대접한다. 그의 따뜻함과 그리움의 여정이 우리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

임지호 셰프는 세 살 때 어머니와 이별했다. 자신을 아버지께 맡기고 돌아가시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어린 시절 그는 양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주변의 손가락질과 수군거림은 어린 그에게 큰 상처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집을 나와 전국을 떠돌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전국을 떠돈 것이다.

양어머니는 그를 마음으로 낳아 눈물로 길러주신 분이셨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는 그 곁을 지키지 못했다. 친어머니에 이어 양어머니 임종도 지키지 못한 그는 전국의 귀한 재료들을 보면 이걸로 어머니를 위해서 음식을 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그리움으로 길 위에서 만난 어머니, 아버지께 자연에서 난 귀한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며 그리움의 여정을 계속한다.

“귀한 재료들을 보면 이걸로 어머니를 위해서 음식을 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가끔 하죠.”

자연에서 난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다는 그는 잡초로 여기는 풀을 나물로 무치고, 바위에 낀 이끼로 국을 끓인다. 청각으로 초밥을 만들고 솔방울을 우려 국수를 끓인다. 자연의 소중함과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요리로 승화한다.

그는 지리산에서 세 번째 어머니, 김순규 할머니를 만난다. 피가 섞이지도 안면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밥을 통해 정을 나누고 어머니로 모시게 되었다. 처음 만난 날, 할머니가 차려준 냉잇국은 시리고 상처 난 그의 가슴을 치유해 주었다. 그렇게 지리산 어머니와 인연을 맺고 10여 년 넘게 정을 쌓았다. 밥을 통해 정을 나눴다. 그러던 어느 날, 지리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세 번째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그는 참담함과 비통함에 그길로 세 어머니의 제사상을 준비한다. 자연에서 난 온갖 귀한 재료들로 3일 밤낮을 새워 차려낸 108가지 음식.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제사상이었다.

임지호 셰프는 자신이 만난 또는 만날 길 위의 어머니가 혹 내 친어머니의 혈육은 아닐까 하는 가슴 아픈 기대감을 안은 채, 요리의 여정을 계속한다. 따뜻하고도 순수한 마음을 담은 음식으로 마음속 상처를 보듬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 어머니의 정성을 담은 냉잇국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이 허기진 임지호 셰프에게 지리산에서 만난 세 번째 어머니, 김순규 할머니는 냉잇국을 끓여주셨다. 상처 입은 그를 치유해 준 냉잇국. 투박해서 더 정답고 그리운 맛이다.

재료

냉이 200g, 날콩가루 50g, 멸치 80g, 다시마 40g, 양파 1알(약 200g), 대파 1뿌리(약 100g), 무 200g, 생강 10g, 된장 1큰술

만드는 법
  • 1.육수는 물 2L, 멸치 80g, 다시마 40g, 양파 1알(약 200g), 대파 1뿌리(약 100g), 무 200g, 생강 10g을 넣고 30분 끓여서 건더기는 걸러준다.
  • 2.냉이 200g에 날콩가루 50g을 묻혀서 준비해 둔다.
  • 3.육수에 된장을 크게 한 숟가락 넣고, 육수가 끓으면 날콩가루 묻힌 냉이를 넣은 후 한소끔 끓여낸다.

향긋한 솔방울 내음을 더한 솔방울 국수

길 위에서 만난 어머니, 아버지께 대접한 솔방울 국수. 명이를 넣어 밀가루 면을 직접 반죽하고 썰어내 솔방울을 우려낸 국물에 말아 한 상차림을 완성한다. 솔방울의 향긋함을 통해 자연의 고마움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임지호 셰프만의 레시피다.

재료

솔방울 70g, 밀가루 300g, 명이 100g, 소금 10g, 멸치 80g, 다시마 40g, 양파 1알(약 200g), 대파 1뿌리(약 100g), 무 200g, 생강 10g

만드는 법
  • 1.육수는 물 2L, 솔방울 70g, 멸치 80g, 다시마 40g, 양파 1알(약 200g), 대파 1뿌리(약 100g), 무 200g, 생강 10g을 넣고 30분 끓여서 건더기는 걸러준다.
  • 2.밀가루 300g, 명이 100g, 소금 10g, 물 소량을 넣고 반죽을 만들어 준다.
  • 3.명이는 칼로 곱게 다져 밀방망이로 밀어서, 기호에 맞게 썰어 면을 만든다.

따뜻한 마음을 우려낸 토란국

몸이 아프시다는 지리산 어머니를 위해 토란을 깎고 삶아 만들어낸 토란국. 맑은 국물에 임지호 셰프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우려낸다. 자연에서 온 재료와 그의 정성 어린 손길로 차려진 밥상은 할머니의 몸도 마음도 치유한다.

재료

소고기 100g, 알토란 400g, 두부 100g, 멸치 80g, 다시마 40g, 양파 1알(약 200g), 대파 1뿌리(약 100g), 무 200g, 생강 10g

만드는 법
  • 1.육수는 물 2L, 멸치 80g, 다시마 40g, 양파 1알(약 200g), 대파 1뿌리(약 100g), 무 200g, 생강 10g을 넣고 30분 끓여서 건더기는 걸러준다.
  • 2.준비된 육수에 소고기 100g, 알토란 400g, 두부 100g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어 30분 끓여준다.

그리움을 담아 빚은 동그랑땡

세 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임지호 셰프는 장장 3일에 걸쳐 밤을 지새우며 108가지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올린다. 누르고 빚고 섞고 부치며 온 마음을 다해 만든 제사상의 동그랑땡. 모든 음식에 그의 그리움을 담았다.

재료

다진 소고기 200g, 양파 25g, 애호박 25g, 계란 2개, 밀가루 5큰술, 두부 반 모, 당근 25g, 새송이버섯 25g, 후추 1/3큰술, 소금 1/3큰술, 맛술 1큰술, 식용유 2큰술

만드는 법
  • 1.다진 소고기 200g의 핏물을 뺀 다음 후추 1/3큰술, 소금 1/3큰술, 맛술 1큰술을 넣어 뭉친다.
  • 2.두부 반 모는 끓는 물에서 약불로 5분 데친 후 면포에 으깨 수분을 제거한다.
  • 3.으깬 두부와 양파 25g, 애호박 25g, 당근 25g, 새송이버섯 25g을 다져 소고기와 버무린다. 소고기 반죽을 동그랗게 모양 잡고 밀가루에 굴린 뒤 달걀물을 무친다.
  • 4.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약불에서 앞, 뒤 4분씩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