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산골짜기, 그곳에는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인 츠토무가 있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산에서 들에서 얻은 자연의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츠토무의 삶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에 잔잔한 쉼표가 되어줄 힐링 영화 <열두 달, 흙을 먹다>를 소개한다.
“먹는 것들은 흙에서 난 이상
마음 깊숙이서 시간의 흐름을 거쳐 미각에 감겨온다.”
영화 <열두 달, 흙을 먹다>는 자연인 츠토무와 그런 그의 삶을 좋아하는 편집자 마치코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어린 시절, 집이 가난하여 절에 맡겨진 츠토무는 동자승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산속에서 살아간다. 꾸밈없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잔잔한 힐링을 느낄 수 있다.
눈 덮인 흙에서 시금치를 뽑아 들어 흐르는 물에 정성껏 씻는 츠토무.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에서 입 하나 덜자고 절로 보내졌고 9살부터 13살까지 동자승으로 살았다. 그는 식사를 담당하며 사찰음식을 배웠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시금치 뿌리는 손질이 어렵지만 그 부분을 버리면 가장 맛있는 부분을 버리는 것이라는 스님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츠토무는 자연의 재료로 정성껏 요리한다.
한적하고 고요한 산속, 바보 개 산초와 함께 살아가는 츠토무에게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이 있다. 바로 출판사 편집자 마치코다. 츠토무의 삶을 글로 엮어 내려는 마치코는 마감 날마다 츠토무를 찾아와 원고를 받아 간다. 하지만 이날은 원고만 받아 가는 날이 아니다. 츠토무가 산과 들, 밭에서 얻은 식재료로 정성껏 삶고 데쳐 만든 음식을 대접받는 날이기도 하다. 마치코는 더할 나위 없는 리액션을 보여주며 행복하게 음식들을 비워낸다.
“산속 집에 살면서 밭 갈고 청소하다 보면 산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평화롭고 무탈하게 살고 있는 츠토무에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13년 전 죽은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런데 장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처남댁이 장례식을 츠토무에게 떠넘긴다. 장모님에게 살가운 사위였던 츠토무는 장모님의 장례식을 기꺼이 자신의 집에서 치른다. 혼자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 츠토무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때마침 찾아온 마치코도 장례식 준비를 돕는다. 츠토무는 솜씨를 발휘해 온갖 진귀한 자연의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조문객들을 대접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츠토무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마치코에게 자신과 여기서 함께 살면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며 갑작스럽고도 퉁명스레 프러포즈한다. 마치코는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사이 츠토무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다. 3일 만에 깨어난 츠토무는 마치코에게 한 프러포즈를 취소하는데, 자신은 혼자 살고 싶은 것 같다고 말한다. 홀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그의 삶은 더없이 고요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영화 <열두 달, 흙을 먹다>에서 츠토무는 아버지, 스님, 후미코 등과 함께한 추억을 되새기며 요리한다. “냄새와 미각을 통해 뜻하지 않게 기억의 서랍이 열린다.”라는 영화의 대사처럼, 삶의 소중한 순간들에 함께했던 사람과 음식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흙 향을 풍기는 토란 구이
동자승 때 배운 방법으로 토란을 손질하는 츠토무. 추운 날, 몸이 언 마치코에게 토란을 화로에 노릇하게 구워 대접한다. 껍질 쪽이 맛있다는 마치코의 말에 츠토무는 껍질을 다 벗기면 맛있는 곳을 버리는 거라며 토란 구이 비법을 알려준다.
재료
삶아서 손질한 토란 300g
[양념 재료] 식용유 1큰술, 버터 2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 1.삶아서 손질한 토란을 반으로 자른다.
- 2.팬에 식용유, 버터를 두르고 토란을 굽는다.
- 3.소금을 뿌려 간한다.
국물까지 맛있는 죽순
대나무를 보면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는 츠토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입 하나 덜자고 대나무에 둘러싸인 절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스님은 죽순 캐는 법을 알려주셨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츠토무는 그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재료
죽순 500g, 쌀뜨물
만드는 법
- 1.죽순의 껍질을 제거하여 깨끗하게 손질한다.
- 2.죽순의 아린 맛을 없애기 위해 쌀뜨물에 1시간가량 푹 삶는다.
조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고마도후
얼떨결에 장모님의 장례식을 떠맡게 된 츠토무는 마치코의 도움을 받아 장례식 음식을 준비한다.마치코가 으깬 참깨에 칡 전분을 넣어 만든 고마도후는 그 맛이 독특하여 조문객들의 극찬을 받는다.
재료
참깨 으깬 것 25g, 칡 전분 25g, 물 210ml,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 1.냄비에 참깨 으깬 것을 넣고 칡 전분, 소금, 물 70ml를 섞어 조금씩 붓는다.
- 2.물 140ml를 끓여 조금씩 부어가며 같이 섞는다.
- 3.냄비를 중불에 올리고 바닥에 눋지 않도록 계속 저으며,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인다.
- 4.주걱으로 반죽을 들어 올렸을 때, 반죽이 따라 올라와 냄비 밑바닥이 보일 정도면 반죽 완성
- 5.물에 적신 틀에 반죽을 담고 물에 적신 비닐을 덮어 냉장고에서 1~2시간 차게 한다.
추억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매실장아찌
츠토무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동자승 시절 따랐던 스님의 딸, 후미코다. 후미코는 60년 전 후미코의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담근 매실장아찌를 건네주는데, 만든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살아남아 있는 매실장아찌의 맛에 츠토무는 눈물을 흘린다.
재료
매실(황매) 2kg, 소금 300g, 시소 300g
만드는 법
- 1.통 바닥에 소금을 깔고 깨끗이 씻은 매실을 물기를 제거해 소금 위에 담는다.
- 2.시소를 잘게 잘라, 매실 위에 올린다.
- 3.다시 소금-매실-시소 순으로 겹겹이 쌓은 후 밀봉한다.
- 4.4~5일 후 물이 올라오면 햇볕이 강할 때, 약 3일 정도 밖에서 펼쳐 말린다.
- 5.잘 말린 후, 다시 한 달간 숙성하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