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의 세계

작은 이끼가 선물하는

맑은 실내공기

이끼는 선태식물로 약 4억 5천만 년 전, 지구에서 육지에 적응한 최초의 식물로 여긴다.일반적인 식물들과는 달리 구조가 단순하고 간단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종류마다 다른 잎 모양이 즐길 거리가 있다. 단순한 형태에서 느껴지는 차분함과 잔잔함은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매력이다. 공기정화 효과 또한 뛰어나 반려식물로 주목받고 있는 이끼식물에 대해 알아보자.

이끼의 특징

이끼는 원래 물에서 살던 식물이다. 뭍으로 올라오면서 환경에 맞게 진화해 땅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뿌리가 없으며, 잎과 줄기의 구분도 없다. 그 대신 시든 잎같이 생긴 갈색 헛뿌리가 지지 역할을 한다. 또한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물관과 체관 즉, 관다발이 없어 잎 전체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한다. 관다발이 없는 것은 선태식물인 이끼류가 유일하다. 엽록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광합성을 하지만 키는 1~10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원시 식물이니만큼 꽃은 피지 않으며 포자로 번식한다. 포자를 품고 있는 포자낭이 돋아나오며 포자는 바람에 날려 먼 거리를 이동한다. 잎, 줄기, 뿌리가 구분되고 종자로 번식하는 종자식물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끼의 공기정화 효과

이끼의 공기정화 효과는 몇몇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비단고운이끼, 비단굵은이끼, 참깃털이끼, 털깃털이끼 등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톨루엔을 제거하였으며(에코힐링을 위한 실내 공기정화식물, 2014), 우산이끼, 쥐꼬리이끼, 깃털이끼, 비단이끼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켰다(안도현 외, 2022). 이끼의 환경 개선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이미 지붕을 이끼로 덮는 녹화사업이 활성화되었으며, 독일에서는 도로변에 이끼벽을 설치하여 공기정화에 이끼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내 공기정화를 위한 바이오필터나 건축물 에너지 절감과 미관 증진을 위한 벽면 녹화, 옥상 녹화에 이끼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끼에 적합한 환경

이끼는 물속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식물이므로 습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끼는 그늘지고 18~25℃ 정도의 서늘한 온도, 습한 공중 습도를 선호한다. 햇빛이 아주 잘 드는 곳은 수분이 잘 증발하므로 실내에서는 간접광이 드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고, 공중 습도를 높이기 위해 자주 물을 분무해 주어야 한다. 이끼를 테라리움(terrarium)으로 기르는 것은 공중 습도를 유지하기 용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갈색 잎이 많이 생기고 곰팡이가 필 수 있으므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며 통풍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이끼는 바위나 나무껍질 등에서도 자라고, 관엽식물보다 영양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양분이 포함된 흙에 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피트모스같이 pH가 5~5.5 정도의 산성을 띠는 토양을 좋아한다. 피트모스에 펄라이트를 섞어 배수가 잘되도록 하면 좋다. 양분은 물에 약간의 미네랄이 포함된 양액을 줌으로써 최소한의 영양분을 제공하며 기를 수 있다. 건강한 이끼는 계속해서 번지며, 일부 면적을 잘라내어 심으면 번식이 가능하다.

이끼의 다양한 활용

이끼는 많은 양의 물을 보유하는 능력이 있다. 바짝 마르더라도 물을 먹이면 다시 많은 양을 흡수한다. 자연에서도 물을 저장함으로써 홍수 피해를 막고 가뭄일 때는 수분을 내놓는 등 주변의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수분 보유 능력을 이용하여 실내에서는 착생란의 배지, 토피어리의 뼈대 등으로 사용하는데, 이것이 수태이다.

이끼는 대개 다른 식물들과 함께 심으며 드러난 흙을 덮는 지피식물로 쓰이거나 유리 용기 안에 돌, 자갈과 함께 식물을 심어 꾸미는 테라리움, 도마뱀 같은 파충류가 사는 공간을 꾸미는 비바리움(Vivarium) 등에 주로 쓰인다. 또는 이끼만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액자형으로 기르거나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과 공기정화 효과를 위해 벽면과 옥상 녹화에 활용한다. 벽면과 옥상에 어떻게 이끼를 잘 정착시키는지가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끼의 종류와 특징

이끼는 전 세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우리 주변 아파트 잔디 사이나 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실내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끼를 활용해 천연 가습기를 만들거나 테라리움을 꾸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활용도가 높은 이끼 종류를 알아보자.

비단이끼

물을 직접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빵처럼 두툼하게 군집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해 장기간 건조한 상태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다. 비단이끼를 기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직사광선은 피하되 비교적 밝은 곳을 선호한다. 테라리움에서 기를 때는 조명을 가까이 받는 곳에 배치하면 된다. 또, 온도와 습도가 너무 높을 경우 썩거나 곰팡이가 피어 죽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초롱이끼

가는 줄기가 길게 뻗으며 자라고 끝이 땅에 닿으면 헛뿌리가 나와 새싹이 형성된다. 은은한 광택이 나는 잎은 물에 젖으면 곧게 펴지고, 마르면 뒤틀린다. 습지에서도 잘 자라지만 햇빛이 드는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이 있어 테라리움을 꾸미기 적합한 이끼로 각광받는다.

깃털이끼

생이끼라고도 불리며, 인삼 등을 포장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끼이다. 다년생으로 양탄자처럼 넓게 퍼져 자라며, 덥고 습한 여름에 집중적으로 생장한다. 또한 춥고 건조한 겨울에는 휴면 상태에 있다가 날이 풀리면 깨어나 다시 생장한다.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잎이 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리이끼

양지이끼로 다른 이끼들에 비해 햇빛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분재나 조경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이끼 중 하나다. 장기간 물을 주지 않으면 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물을 주면, 순간 꽃처럼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