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싶어 하지만, 그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뿌듯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 조건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다. 오미화 농업연구관이 추천하는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는 내면의 진심을 따르며 삶의 정답을 찾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식품 안전에 대한 진심으로 걸어온 15년
살면서 누구나 여러 번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자신이 꿈꾸는 방향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사람은 드물다. 진심으로 원하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위험이나 실패에 당당히 맞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미화 농업연구관에게도 인생이 바뀔 만큼 중요한 선택의 기로가 여러 번 있었다. 멀고 먼 호주 유학길에 올랐을 때나 15년 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설렘만큼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삶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살고 싶었다’는 그는 매 순간 진심이 향하는 길을 따랐고, 스스로를 믿으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식품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다가 2009년부터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축산물안전품질연구실장으로서 축산물과 식품의 안전과 품질 관리를 위한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데요. 임용 당시만 해도 국립축산과학원은 축산물과 축산 식품 안전 관련 연구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축산 식품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새롭게 연구실을 꾸리게 되었고, 영광스럽게도 제가 책임자로서 그 시작을 맡았지요. 과제 기획부터 실험실을 갖추는 것까지 좌충우돌하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특채로 임용된 첫날부터 오미화 농업연구관은 연구실의 장으로서 일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짊어지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직책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차근차근 연구실을 정비하고 과제를 수행해 나갔다. 기획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천 개의 논문을 살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그러한 열정이 큰 성과를 일군 토대가 되었다.
“식품 안전 관리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농가와 식품 생산 업체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안전 관리 기술은 매우 부족합니다. 그래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식품 위해 요소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센서와 친환경 제어 기술 개발을 진행하게 됐는데요. 지난해 해당 연구 결과가 농업과학기술 성과공유대회에서 농업기술대상을 받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기술 개발에 함께한 공동 연구자들을 비롯해 도움 주신 많은 분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인의 미소에서 찾는 보람과 기쁨
수상의 결실을 얻었지만, 오미화 농업연구관이 진정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개발 기술을 농업 현장에 실제로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웃음을 되찾아 줄 때이다.
“발효 생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에 이르는 오랜 숙성 기간 때문에 자칫 유해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할 우려가 큽니다. 우리가 선발한 항균활성 보유 유산균으로 후처리를 진행했더니 유해균이 줄고 겉면이 깨끗하게 발효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니 업체에서도 몹시 기뻐했어요. 또, 어느 날은 사골국 생산 업체가 변질을 일으키는 세균을 확인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우리에게 의뢰해 왔는데요. 여러 국가 기관을 돌고 돌아서 온 터라 시료 자체가 오래되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뢰한 민원인의 마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검사를 진행한 끝에 원인균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이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기술이 활용되어야 할 현장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소수가 운영하는 목장형 가공장이나 영세한 식품 업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좀 더 간편하고 저렴하면서도 정확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더 많은 농업인이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국민에게 신뢰를 얻으며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가야 찾을 수 있는 삶의 가치
진심이 향하는 길을 따르는 일은 성장과 기쁨을 주는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을 동반하기도 한다. 오미화 농업연구관도 그랬다. 이른 나이에 짊어진 막중한 책임에서 비롯된 부담감과 일상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짓눌러 올 때마다 그는 서점을 찾았다.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서점을 찾아가 자기개발서나 개인의 경험담을 담은 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구입해 읽어요. 대부분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아, 나만 힘든 것은 아니구나’라는 동질감이 들면서 다시금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도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을 때 만난 책인데요.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오미화 농업연구관은 책 내용 중 미국 인디언 문화에서 전해 오는 ‘두 마리 늑대’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 안에는 두 마리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의 늑대는 화와 원망,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늑대고, 다른 한 마리는 희망과 사랑,
평화와 기쁨, 감사로 가득 찬 늑대지.”
그러자 손자는 “그럼 두 마리 늑대가 싸우면
어느 늑대가 이기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기지.”
이 이야기는 삶은 스스로 말하고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내가 쓰고 싶은 내 세상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점점 가까워지는지 실험하고 경험해 본다면 우리 삶은 더욱 흥미롭고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두 마리 늑대 이야기가 바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지요. 저는 그 무섭다는 IMF 시기에 호주 유학길을 선택했는데요. 환율이 급등해 가족 모두가 힘들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는데요.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저에게는 ‘마음이 흐르는 대로’ 향한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제 결정을 이해하고 격려해 준 가족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갖고 있는 가치관은 아버지의 영향이 큰데요. 늘 저에게 강조했던 말씀이 “공부는 2, 3등만 해도 된다.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라.”였습니다. 이러한 가르침 덕분에 과감하게 원하는 길을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럴 때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면에 귀 기울여 진심이 향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좀 더 돌아가거나 험난하다고 해도 ‘틀린 길’은 없다. 마음이 향하는 길을 선택한 사람은 어떤 시련을 겪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오미화 농업연구관의 마음속에서 희망과 사랑, 평화와 기쁨, 감사로 가득 찬 늑대가 이기는 나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2020년 출간된 『마음이 흐르는 대로』는 한국인 최초 존스 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가 절망 끝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삶의 기록이다.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상위 3%의 성적으로 통과한 수재, 하버드 의과대학 뇌 영상 연구소라는 든든한 커리어를 비롯해 다정하고 착한 의사 남편까지. 지난날 저자인 지나영 교수를 수식하는 말들은 화려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미국 땅에서 혹독한 수련 생활을 버틴 끝에 저자는 자신이 원하던 삶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마흔 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지독한 불치병이 찾아와 순식간에 삶을 집어삼켰다. 결국 병으로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의사와 교수의 삶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인생은 늘 수많은 기로에 놓여 있었고, 그때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며 난관을 헤쳐 왔다.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에 진학한 것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간 것도, 문화와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말로써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정신과를 고수한 것도, 미국 내에서도 위험하기로 소문난 볼티모어에 자리를 잡고 열악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을 돌보게 된 것도 모두 내면 깊숙한 곳에서 말하는 방향대로의 선택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치병은 ‘내 삶이 나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과제이자 결정’일 뿐이었다.
“병을 겪으며 세상과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처참히 무너진 환자의 입장에 온전히 놓여보았기에, 좋은 의사란 그저 아는 것만 많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알아주고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의사라는 것도 배웠다. 이 모든 걸 겪고 난 지금은 병이 내게서 빼앗아 간 것보다 주고 간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 『마음이 흐르는 대로』 본문 내용 중저자는 병을 통해 오히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가치들을 깨달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삶에서 벗어나 오롯이 스스로 에게 집중해 보기도 하고, 다시 찾은 정신과 의사라는 자신의 자리를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인간관계와 일에서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쉽게 덜어낼 수도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뿌듯해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었다. 이러한 저자의 이야기는 “세상과 작별하는 날, 당신은 지금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저자는 자신이 겪어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후회 없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나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에 나를 맞추기보다 오롯이 내 진심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완치 없는 병과 함께하는 삶에 적응하기까지 고된 여정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삶의 무게에 지쳐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새조차 없거나, 사회나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나를 맞추는 데 급급해 나의 진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흐르는 대로』는 나답게 사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먼저 온 미래, 우리 농업·농촌. 농촌진흥청에는 농업과 농촌을 연구하며 기술을 보급하는 농업 과학자, 농업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농업을 과학으로 이끄는 선구자들입니다. 농업 과학자는 어떤 책을 읽고, 연구에 활용할까요? ‘2023 농업과학기술 우수성과 공유대회’를 통해 선정한 농업 과학자들의 서재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