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벌레퇴치
식물에 맡겨요

식집사의 세계

여름철이 되면 기승을 부리는 각종 벌레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더욱 괴롭게 만든다. 벌레 퇴치를 위해 화학 살충제를 뿌려 보아도 금세 윙윙거리는 모깃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게다가 어린아이나 임산부, 노인은 화학 살충제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벌레를 퇴치할 방법은 없을까? 올여름에는 벌레가 싫어하는 향기를 갖고 있는 허브 식물과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에 방제를 맡겨보자.

여름철에 잘 나타나는 벌레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번식하는 모기는 여름철 대표적인 벌레다. 파리나 개미, 나방도 여름철에 번식 속도가 빨라지고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환기 중 또는 작은 틈으로 집 안으로 들어오곤 한다. 여름철 식물은 식물의 즙을 빨아 먹는 진딧물, 흰가루 응애 등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며, 물을 자주 주게 되므로 흙이 축축하여 뿌리 파리의 발생도 많아진다.

이러한 벌레는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적절한 관리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미 발생했다면 살충제를 사용해야 한다. 살충제에 사용되는 성분 중에는 곤충이 기피하는 식물 유래 성분이 포함되기도 한다.

벌레가 싫어하는 향기 성분

식물의 향기 성분에 포함된 멘톨(Menthol), 리날룰(Linalool), 유제놀(Eugenol), 시트랄(Citral), 테르피넨-4-올(Terpinen-4-ol) 등은 벌레를 쫓는 데 효과적인 휘발성 물질이다. 이 성분들은 항균, 살충 효과가 있어 곤충의 신경계를 마비시키거나 번식을 방해하는기능을 한다.

멘톨은 청량감이 있는 시원한 향을 갖고 있으며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같은 민트류(박하속) 식물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멘톨은 특히 모기, 개미, 거미를 쫓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리날룰은 라벤더, 로즈제라늄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방충 효과와 더불어 진정 효과도 있다. 유제놀은 특히 바질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기와 파리를 쫓는 데 효과적이다. 시트랄은 레몬 향이 나는 성분으로 레몬그라스, 레몬밤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기 퇴치에 효과적이다. 테르피넨-4-올은 티트리 오일의 주요 성분으로, 강한 항균성과 함께 벌레를 쫓는 효과가 있어 모기와 진드기를 방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성분을 가진 식물을 기르면 벌레 퇴치에 도움이 된다. 또한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벌레 기피제 재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로 만들었다고 해도 알레르기 반응이나 피부 자극, 호흡기 자극이 있을 수 있으므로 소량으로 테스트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에게 과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벌레가 싫어하는 향기 성분
벌레를 쫓는 식물 기르기

허브 식물은 향기로울 뿐만 아니라 심신 안정과 살균효과,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 허브 식물의 향기 성분은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따라서 허브 식물은 방충에 큰 효과가 있다. 그중 로즈마리, 라벤더, 민트류, 바질, 레몬그라스 등은 향기가 아주 강해 벌레를 잡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허브 식물은 햇빛이 많이 필요하다. 실내는 실외보다 햇빛의 양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잎과 잎 사이 줄기 길이가 길어지는 도장을 할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볕이 많이 드는 창가와 발코니에서 기르는 것이 적절하다. 외부로부터 벌레가 들어오기 쉬운 공간이므로 방충에도 효과적이다.

허브 식물을 기를 때는 통풍도 중요하다. 통풍이 잘되어야 벌레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잎 샤워를 자주 하여 해충을 방제하는 것이 좋다. 허브 식물의 잎은 대개 얇은 편인데, 물이 부족하면 축 처진다. 물은 잎이 처지고 흙이 마르면 흠뻑 주고, 물 빠짐이 좋도록 입자 크기가 큰 마사 등을 섞어 심어 과습을 방지한다.

허브 식물은 식물 상태가 불량하면 향기 성분 방출도 불량해진다. 오히려 진딧물 등 벌레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식물을 건강하게 잘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벌레를 쫓는 식물
로즈마리
잉글리시 라벤더
페퍼민트
레몬밤
바질
벌레를 잡는 식물 기르기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충식물은 땅으로부터 양분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곤충을 통해 질소질 양분을 얻는다. 포충낭(벌레를 잡는 주머니), 포충엽(벌레를 잡는 잎) 등으로 벌레를 잡는 식충식물을 천연 덫으로 활용해 보자.

파리지옥은 잎으로 벌레를 잡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두 개의 잎이 마주 본 형태로, 각각의 잎 안쪽에 세 개의 감각모가 있다. 벌레가 잎 안쪽의 감각모를 두 번 연속 또는 두 개 이상을 동시에 건드리면 포충엽을 닫아 포획한다. 양쪽 잎의 갈고리가 완전히 얽히므로 벌레는 빠져나갈 수 없으며, 잎 사이에 갇힌 벌레는 분비되는 소화액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어 식물의 영양분으로 흡수된다. 또, 끈끈이주걱은 소화효소와 당 성분이 섞인 끈적이는 액을 잎끝에서 분비하여 곤충을 유인한다. 이때 곤충은 잎에 닿으면 벗어나지 못하고 분해된다.

네펜데스는 소화 효소가 담긴 포충낭(주머니)을 이용하여 곤충을 잡는다. 붉은색을 띤 포충낭 입구에서 당 성분을 분비하여 곤충을 유인한다. 미끈거리는 포충낭의 입구에서 주머니 안으로 빠진 곤충은 벗어나지 못하고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벌레잡이제비꽃도 잎 표면에서 당 성분과 소화 효소를 분비하여 하루살이같이 작은 벌레들을 포획한다. 이 외에도 박테리아나 일부 곤충과 공생하며 잡은 벌레를 분해하는 사라세니아, 물속에서 장구벌레를 잡는 통발 등이 있다.

식충식물은 산성 토양이 적합하므로 산성을 띠는 피트모스와 배수를 좋게 하는 펄라이트 또는 마사를 섞은 흙에 심는다. 햇빛이 많이 필요하므로 창가에 두는 것이 좋으며, 흙은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흙이 촉촉하면 뿌리 파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수를 신경 써야 한다.

벌레를 잡는 식물
파리지옥
긴잎끈끈이주걱
네펜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