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과학자들의 서재
내 안의 치유 능력을 찾고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마음 헤아리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이보람 농업연구사

(왼쪽부터) 이보람 농업연구사, 옥선아 농업연구사, 김석호 농업연구사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아름답고 건강하도록 돌보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마음을 돌보고 위로하는 일은 나를 넘어 ‘우리’가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행복하고 조화로운 삶의 출발점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나의 마음을 돌아보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고 있을까? 이보람 농업연구사가 추천하는 책 『내 마음과 화해하기』를 통해 마음 헤아리기를 바탕으로 스스로 치유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행복한 기술을 꿈꾸며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실험동물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동물이 연구 성과의 최종 검증 수단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실험동물의 보호와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동물 실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에서도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개발로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 연구를 오랫동안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돼지 장기 오가노이드를 비롯해 유전자 가위 발현(Cas 9, 카스나인) 돼지 개발 성과가 농업과학기술 우수성과로 선정되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동물줄기세포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이보람 농업연구사는 그 성과를 일군 주역 중 한 사람이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을 이용해 생체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으면서 세포의 구성과 기능을 보유한 3차원 세포 집합체입니다. 실제 복잡한 장기와 유사한 생리활성과 기능을 지니고 있어 동물에서 장기를 적출해 실험하지 않아도 유사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농축산 분야에서도 독성 실험이나 사료 원료 안정성 평가, 약물 효능 검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물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돼지 장기 오가노이드가 앞으로 동물실험 대체와 동물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수성과로 선정된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은 총 세 명. 이보람 농업연구사와 옥선아 농업연구사가 각각 ‘장’과 ‘간’ 오가노이드 개발을 수행했다. 한편, 동물유전공학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석호 농업연구사는 몸속에서 유전자 가위가 발현하는 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며 유전자 기능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살아 있는 돼지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유전자 기능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들 모두의 연구 성과에는 ‘국내 최초’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가 붙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축산 분야뿐 아니라 인간의 질병 연구나 약물 개발과 같은 의약학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장과 간뿐 아니라 모든 장기별 오가노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각 장기 유래 오가노이드를 하나의 신체처럼 연결한다면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내 마음과 화해하고 되찾은 자존감과 관계

이보람 농업연구사의 바람처럼 앞으로 장기별 오가노이드 생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력’일 것이다. 이보람 농업연구사도 “지금까지는 개별 연구가 주를 이루었지만, 점진적으로 개인과 팀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일한 지 어느덧 6년째입니다. 그동안 연구 결과물을 다양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보다 발전된 연구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큰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연구에만 매진하다 보면 자칫 ‘나’에게만 몰두하며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폐쇄적인 성향으로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요. 협업하는 데 큰 장애가 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개선하기 힘들었습니다. 나 자신의 자존감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만난 책이 바로 『내 마음과 화해하기』였어요. 제 고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아내가 추천해 준 책입니다.”

이보람 농업연구사는 책을 읽고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과거의 나를 자책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과거는 과거이지 현재가 아니며,

지난날의 상처가 현재의 내 생각과 감정,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내 마음과 화해하기』 본문에서 -

“ 『내 마음과 화해하기』는 거창한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쑥불쑥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어떻게 하면 실수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자책하기보다, 과거에 형성된 생각과 행동으로 현재 겪는 어려움 간에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 열쇠가 된다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융복합과 협업이 매우 강조되고 있는 현대 과학에서 개인은 결코 좋은 연구 성과물을 창조할 수 없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김새가 다르듯 마음도 다 달라 서로 간에 이해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보람 농업연구사도 ‘왜 나는 협업할 때 불편을 느끼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난날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주변 상황과 관계에 맞춰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내 마음에 쌓이는 불만과 권태감이 커졌고, 그것은 연구와 업무 스트레스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내가 자신감과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라며 자책할 때도 있었어요. 『내 마음과 화해하기』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연습을 해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내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리면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요. 성숙과 존중을 외부에서 찾기보다 나에게서 찾는 연습을 하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다른 사람의 조언에 더 귀 기울이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가족 간 유대 형성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보람 농업연구사는 『내 마음과 화해하기』를 읽고 나 자신 안에 있는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치유를 통해 조직과 가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삶의 성취와 부의 수준과는 무관하게 마음과 행동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유리 멘탈처럼 느껴질 때, 우울과 불안이 지속될 때,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뒤 후회될 때, 가족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 등등 삶의 모든 순간에서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약하고, 무르고, 화나고, 우울한 내 마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내가 행복해졌을 때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리며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음을 느꼈지요.”

다양한 장기 유래 오가노이드를 서로 연결해 하나로 운영할 때 그 활용도와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보람 농업연구사를 비롯한 이 땅의 농업 과학자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협력했을 때 이루어 낼 성과는 어떤 모습일까? 그 여정에서 이보람 농업연구사가 추천한 이 한 권의 책이 더 큰 연결과 협력의 시너지를 만드는 열쇠가 되길 바란다.

이보람 농업연구사 추천도서
『내 마음과 화해하기』
석정호 지음 예문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마음의 본질을 외면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마음과 화해하기』는 강남세브란스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운영 중인 ‘마음 헤아리기 치료’ 방식을 도입해 인생의 자유와 행복을 되찾는 4단계 심리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자신을 괜찮게
바라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아픔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아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진정한 치유가 시작됩니다.
그러면 누구든,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든,
‘인생을 다르게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작가의 말에서

저자인 석정호 교수는 ‘세상 그 무엇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나의 마음이며, 행복한 삶은 내 마음을 보살피는 데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내 마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상처를 발견해 나의 아픔을 어루만지면 마음속 실타래가 풀려 긍정적인 자아상을 키워 나갈 수 있게 된다.

내 마음과 화해하면 다른 사람과도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이 편안해질 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마음을 돌보지 못하면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남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내 마음부터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마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나 스스로 얼마나 지쳐 있고 상처받았는지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고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스스로 감정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상처받지 않고 단단한 삶을 살 수 있다.

행복을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또, 나와 주변 사람을 우리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는 무엇일까? 정답의 ‘나의 마음’ 에 있다.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과 만나 지난날의 마음 습관을 깨닫고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해보자. 나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그것을 경험으로 깨달을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먼저 온 미래, 우리 농업·농촌. 농촌진흥청에는 농업과 농촌을 연구하며 기술을 보급하는 농업 과학자, 농업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농업을 과학으로 이끄는 선구자들입니다. 농업 과학자는 어떤 책을 읽고, 연구에 활용할까요? ‘2023 농업과학기술 우수성과 공유대회’를 통해 선정한 농업 과학자들의 서재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