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미를 더하다

약이 되는 미식 여행
충북 제천의 약채락(藥菜樂)

청풍호반의 고장으로 불리는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 중 하나이다. 황기, 당귀, 작약의 국내 최대 산지로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 가고 있는 만큼 약초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 청풍호와 월악산, 금수산이 어우러진 푸르른 풍경은 도시와 다르게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하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 향긋한 약초 내음이 머문 청풍호에서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보자.

물길 따라 산길 따라 즐기는 청풍호

제천이 ‘청풍호반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질 즈음이다. 내륙의 바라다 불릴 정도로 담수량이 많은 청풍호는 넓은 품으로 제천의 자연을 품어 안고 있다. 이렇게 너른 청풍호는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천다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청풍문화재단지를 중심으로 봉황이 호수 위를 나르는 형상의 비봉산과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금수산이 펼쳐진 청풍호반은 청풍 팔경 중 제1경으로 알려져 있다. 청풍호반 비경을 가까이에서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케이블카와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 구간을 운행하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서면 어디를 보아도 사방이 푸른 호수다. 마치 넓은 바다 한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청풍호 유람선은 청풍 나루터에서 단양 장회나루까지 뱃길로 52㎞를 왕복 한 시간 정도 운행한다. 잔잔한 물결과 유유자적 뱃놀이를 하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좀 더 빨리 둘러보고 싶다면 청풍랜드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추천한다. 수경분수와 케이블카, 청풍문화재단지, 폭포바위, 삼형제바위, 월악산을 모두 돌아보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인 괴곡성벽길을 걸으며 청풍호를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란 뜻으로 총 일곱 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괴곡성벽길은 옥순대교가 보이는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지곡리까지 9.9km를 잇는다. 장장 4시간을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 길이지만, 장쾌한 청풍호의 절경을 내내 감상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괴곡성벽길은 ‘산삼을 캔 심마니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어 도시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청풍호전망대와 백봉전망대도 청풍호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솟대 너머로 청풍호 북쪽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백봉전망대는 360°로 회전하는 나무 데크를 따라 청풍호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산과 물을 벗 삼아 느리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옛사람들이 제천을 ‘살기 위해 찾던 곳’이라 말한 이유를 깨닫게 된다.

몸에 좋은 약초, 배우고 체험하다

조선시대 3대 약령시로 손꼽히던 제천은 약초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청풍호를 바라보는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제천산야초마을에는 제철에 수확해 말린 약초를 이용한 천연 염색과 약초를 잘게 썰어 향주머니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마을에서 운영하는 약초생활건강에서는 산야초로 만든 비누와 베개, 향주머니, 의류까지 다양한 제품도 구입할 수 있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이자 팜스테이마을로 지정되어 계절마다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고구마 캐기, 땅콩 캐기, 아궁이에 불지피기 등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용두산 자락에 있는 명암산채건강마을도 특색 있는 체험이 다양하다. 산채건강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이곳은21,818㎡ 대지에 산약초 탐방로 3.3㎞, 펜션 15동, 식당, 세미나실, 바비큐장, 족구장,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계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봄에는 산나물을 채취하고 여름에는 토종 물고기인 돌메기를 낚을 수 있다. 또, 가을이면 여러 가지 야생 버섯과 산야초를 채취하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촌 정취와 함께 얼음낚시와 썰매를 즐길 수 있다.

한방 문화를 이해하고 전통 한의학의 소중한 가치를 체험하고 싶다면 한방엑스포공원을 추천한다. 한방생명과학관, 국제발효박물관, 약초허브식물원 등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한방 세계에 대한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방체험장에서는 약초 탐구와 사상체질분석체험, 『동의보감』 <탕액편> 약재 239종을 비롯하여 다양한 자생 약재를 보고 배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3대 약령시 제천약초시장 일부를 이전해 우수한 한약재를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약채락, 몸에 좋은 음식이 맛도 좋아

제천에 약초 시장이 크게 형성된 시기는 조선 후기 때이다. 황기, 당귀, 황정, 더덕, 천궁, 홍화, 오가피, 만삼, 생강, 인삼, 강활, 도라지, 두충, 목단, 방풍, 사삼, 산수유, 율무, 인진쑥 등 60여 가지에 이르는 품목이 지금도 제천에서 유통되고 있다. 손꼽히는 약초 산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약으로 음식을 만드는 약선(藥膳) 음식 분야에서도 국내 으뜸이다. 그래서 제천을 여행한다면 ‘약채락’으로 대표되는 별미를 꼭 맛보아야 한다. 제천의 음식 브랜드인 약채락은 ‘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건강한 한약재를 이용해 만든 요리를 선보인다.

제천시에서 엄격한 심사 끝에 약채락 맛집으로 인증한 식당은 현재 30~40곳에 이른다. 한방차를 비롯해 순대, 비빔밥, 한정식, 백숙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제천에 자생하는 약초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채락의 대표 4대 약념(藥念)을 사용해 보다 풍부하고 건강한 맛을 내고 있다. 4대 약념이란 약간장, 약고추장, 약초페스토, 약초소금을 말하는데, 각각 황기, 당귀, 양채, 뽕잎 등 몸에 좋은 약초를 더해 완성한다.

이탈리아어로 배, 위를 뜻하는 ‘가스트로(Gastro)’에서 따온 미식 여행 ‘가스트로 투어’도 제천만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고, 제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가스트로 투어는 약채락 인증 식당을 중심으로 제천 최고의 맛을 찾아 도보로 유람하는 여행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두 가지 코스 중 선택할 수 있으며 100% 사전 예약제다.

가스트로 투어의 코스별 여행 시간은 약 2시간이다. 1965년부터 50년 전통을 이어온 수제 찹쌀떡 가게 ‘덩실분식’, 곤드레나물밥과 하얀민들레밥으로 건강하게 밥심을 채울 수 있는 ‘마당갈비’, 황기소불고기와 웰빙청국장으로 유명한 ‘대장금식당’, 대한민국 식품 명인의 손에서 재현된 한방떡 승검초단자(당귀떡)를 맛볼 수 있는 ‘이연순사랑식’ 등 제천을 대표하는 약채락 식당을 직접 찾아다니며 제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투어에 동행한 해설사가 전하는 제천 이야기는 맛뿐만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제천은 충청북도에서 맨 처음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도시이다. 그만큼 자연 풍경이 아름답고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마을과 공간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어느덧 처서를 지나 추석이 코앞이지만 더위는 수그러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여름내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할 때다. 느림의 미학 속에서 여유를 즐기며 건강한 식재료로 원기를 되찾고 싶다면 지금 당장 제천으로 떠나 보자.

제천 맛집, 여기 어때?

여러 가지 한약재가 풍부하게 나는 제천은 예로부터 대표 약령시로 이름을 알렸다. 미식 열풍의 확산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녹여낸 제천시 대표 음식 브랜드 약채락(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 식당에서 눈과 입, 몸까지 즐거워지는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1. 약채락노다지맛집

제천 특산물인 황기, 뽕잎, 당귀, 오가피 등 제철 약재를 한 그릇에 담은 특별한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한약 엑기스와 표고 우린 물로 밥을 짓고, 양념장도 찹쌀 고추장에 한약 엑기스 분말을 더했다. 먹을 때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약초 향 덕분에 몸이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 주소제천시 내토로47길 21
  • 운영 시간10:00~21:30
  • 문의043-648-8865
2. 청풍황금떡갈비

노화 방지와 암 예방, 소화 촉진 등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알려진 울금을 활용해 만든 ‘울금떡갈비’와 ‘울금돌솥밥’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울금돌솥밥은 제천에서 나는 울금에 황기, 당귀, 둥굴레 등을 우린 약물을 더해 건강에 이롭다. 오가피 순이나 야콘 등으로 만든 장아찌와 울금을 입힌 도라지 정과 등 한방 반찬도 입맛을 당긴다.

  • 주소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1682
  • 운영 시간09:00~20:30
  • 문의0507-1347-6303
3. 열두달밥상

가마솥에서 갓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과 몸에 좋은 각종 나물, 20여 가지 반찬을 한상 차림으로 내놓는 ‘가마솥약초밥상’을 맛볼 수 있다. 또, 해독과 항암은 물론 피로 해소에 좋아 천연 강장제로 불리는 토종 하얀 민들레를 넣은 밥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약초를 듬뿍 넣은 토종닭 백숙과 해신탕, 초계탕 등 다양한 보양식도 판매한다.

  • 주소제천시 백운면 금봉로 161
  • 운영 시간10:00~21:00
  • 문의043-643-0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