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기술과 만나 날개를 달다
지난 2022년 세계 최대 미래 기술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주목해야 할 5대 기술 경향 중 하나로 ‘푸드테크’가 선정되며 식품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푸드테크’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 산업과 관련된 산업에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하여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의 산업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푸드테크 전문가들이 내린 다양한 푸드테크 정의 중 하나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지금보다 가치 있게 먹기 위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결국 ‘먹기 위한 기술’이라는 것.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료가 있어야 하므로 푸드테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업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고, 푸드테크 기업이 소비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농가 소득 향상과 함께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농업과 푸드테크 기업 간 상생 사례는 간편식과 식물성 대체식품을 비롯해 소재 원료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거나 농업법인 등이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푸드테크 소재 및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형태가 있다. 또 하나로 농업법인 또는 국산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서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맞춤형 식단·식품에 최적화된 원료 생산을 위해 정밀농업과 연계한 스마트팜 등도 푸드테크의 한 종류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푸드테크가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기능성 원료와 식품은 물론 새로운 가공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등 우리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이끌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푸드테크 육성을 위해 업사이클링, 기능성 소재, 식품 성분으로 구분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 사과, 감귤부산물 등을 사용해 식이섬유, 축산 악취 저감제, 친환경 비료 재사용 등 기능 성분 추출 및 자원화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도 있었다. 한편, 농산부산물 업사이클링 산업화 현장의 어려움을 풀기 위한 규제·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또, 농산물, 약용작물, 곤충 등을 활용해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기능성 원료 발굴과 소재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국산 농산물의 기능성 효능-성분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2023년 3,200건에서 2024년 3,600건으로 확대하고 땅콩·천마·참당귀·흑삼·벌화분 등 근육 감소 예방, 심혈관 질환 개선, 전립선 건강 등 기능성 소재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두류, 버섯, 곤충 등을 사용한 대체 고기 등 대체식품 산업화 지원을 위한 원료 특성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9월에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과 중점 투자·지원 사업을 살펴보면, 농축산물·농식품 소재의 고부가가치 자원화를 위해 유용한 농업 미생물의 통합정보 서비스와 폐기되는 농산부산물의 기능성 소재화 등 푸드테크 산업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성공적인 푸드테크 산업화 지원을 위해 농생명 마이크로바이옴 혁신 기술 기반 구축과 농산부산물 에코(Eco) 순환 기술 개발을 신규로 추진할 계획이다.
환절기 면역력 주의보! 기능성 농식품으로 건강하게
밤낮 온도차가 심하고 건조한 가을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럴 때는 건강을 지키는 기능성 농식품으로 우리 몸을 돌보자.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효능을 입증한 다섯 가지 기능성 농식품을 소개한다.
인삼을 세 번 더 쪄서 말렸다!
흑삼
기온이 자주 바뀌고 습도가 낮아지는 환절기에는 호흡기 건강부터 지켜야 한다. 가공하지 않은 인삼을 세 번 이상 찌고 건조해 만든 흑삼은 볕에 말린 백삼이나 홍삼보다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많다. 흑삼의 대표적인 효능으로는 호흡기 염증 억제가 있다. 효능 검증을 위해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흑삼 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체내 염증 정도가 약 1.8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흑삼은 간 기능과 전립선비대증 개선, 장내 유익균을 비롯한 면역력 증진 등 다양한 기능을 자랑한다. 흑삼액, 흑삼진액, 흑삼정 등 다양한 형태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취향에 맞게 즐기며 건강을 챙기자.
우리 쌀과 토종 유산균의 시너지
한국형 쌀 유산발효물
유산균은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킴으로써 면역력 향상 효과가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한국형 쌀 유산발효물은 우리 쌀과 전통 된장에서 분리한 토종 유산균으로 100% 식물성이다.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 라이신을 동물성 유산균보다 열 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다. 동물 실험을 통해 장내 유해 미생물 감소와 소장 내 면역 활성 개선, 혈변과 염증성 인자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입증했다. 데일리팜 ‘미요트’, 특별한맛주식회사 ‘비건 드레싱 라라소스’, 미듬영농조합법인 ‘유산균 라이스칩’, 몰트앤파머스 ‘유산균 소금’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기관지 질환에 특효!
배암차즈기(곰보배추)
배암차즈기는 약간 맵고 쓴맛이 나며 특이한 향을 가진 채소로 논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잎이 곰보 같다고 해서 ‘곰보배추’라고도 불린다. 민간에서 기침 완화에 좋다고 여겨 약용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기능 성분과 생리활성을 분석한 결과,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배추보다 약 230배나 많았다. 천식에 걸린 동물에 배암차즈기를 투여했을 때 기관지 염증 반응과 과도한 점액 분비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배암차즈기 소비 확대를 위해 항산화 성분은 늘리고, 특유의 쓴맛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배암차즈기 분말에 식품 효소를 처리한 추출물로 유기산의 새콤한 맛이 더해져 특유의 쓴맛으로 먹기 어려웠던 문제를 개선했다.

따뜻하게 우려낸 보약 한 첩
지황
활발해지도록 돕는 약재로, 이뇨작용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카탈폴’이 함유되어 있다. 가공 방법에 따라 생지황, 건지황, 숙지황으로 나누는데, 숙지황은 지황 뿌리를 아홉 번 쪄서 말려서 만드는 것으로, 진귀한 옥이라고 불리는 한의학의 명약 ‘경옥고’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 가장 간편하게 지황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차로 끓여 마시는 것이다. 지황차는 물 1L에 숙지황 30g을 넣고 센 불에서 30분 정도 끓인 후, 중불에서 2시간 정도 더 끓인 다음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시면 된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영양 덩어리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이름 그대로 고소한 풍미가 있는 고소애는 식품 원료로 승인되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이다.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뿐만 아니라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아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채울 수 있다. 특히 수술 후 환자의 근골격 형성과 면역력 개선 기능이 있음이 입증되어 환자식과 건강기능성식품, 의약품 소재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분말, 누룽지, 쿠키 등 다양한 가공상품을 시중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