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과학자들의 서재
내면의 독창성을 찾아
삶과 세상을 바꾸는 ‘오리지널스’를 꿈꾸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이지현 농업연구관

누구나 자기만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남다른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만 현실은 두려움만 앞선다. 독창적인 리더는 평범한 사람들과 무엇이 같고 또, 무엇이 다를까? 독창적인 사람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 생각에 의구심을 품는다. 다만 그럼에도 용기 내 행동에 옮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지현 농업연구관이 추천하는 책 『오리지널스』를 통해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나만의 독창성을 키우는 용기를 찾아보자.

수출 농산물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다

신선 농산물의 장거리 수출은 농산물 부패 등 변질이 손해 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빠른 항공 수송은 물류비 소요가 크다. 반면 선박 수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신선도 보장이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대안으로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를 제시하고 있다. CA 컨테이너는 온·습도와 산소, 이산화탄소 등 대기환경을 조절하는 CA 저장 기술을 농산물 수송 컨테이너에 적용해 신선 농산물을 오래 저장하는 고도화된 기술로 평가한다. 해당 기술은 수출 원예특용작물의 수확 후 관리 기술을 개발하던 이지현 농업연구관을 주축으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CA 컨테이너를 처음 도입한 선박이 홍콩 수출을 무사히 마치는 성과를 냈다.

“농산물을 수출할 때 부패의 위험 때문에 비싸지만, 하루 만에 수송이 가능한 항공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개발도상국 대상 수출 물류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부담이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박을 이용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선박 수송은 최소 1주일에서 최대 5주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간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농가와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비용은 낮추고, 신선함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CA 컨테이너 연구를 시작했어요. CA 컨테이너는 물러지기 쉬운 아보카도나 바나나를 대륙 간 장거리 운송할 때 많이 사용하는 기술인데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CA 컨테이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호흡과 생리 대사를 낮춤으로써 신선도를 오래 유지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양한 농산물을 컨테이너 하나에 혼합해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농산물마다 효과를 볼 수 있는 농도 조건이 다르고 자칫 조건 설정을 잘못하면 오히려 장해가 나타나기 때문에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려웠지요.”

2023년 이지현 농업연구관은 20여 개 농산 품목에 대해 최적의 CA 조건과 품목 혼합 시 환경 조건을 설정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동시에 현장에서 실증 수출을 통해 효과를 검증했다. 그 덕분에 빠르게 기술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CA 컨테이너를 활용한 선박 수송 수출 건수는 130여 차례에 달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현장에 적용해 보급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 인삼의 경우 이끼를 활용해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기에는 예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 수출 시 문제가 됩니다. 깨끗이 세척하고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팩을 활용하면 저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해당 기술이 개발된 지 10여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인삼 뿌리에는 흙이 묻어 있는 것이 좋다.’는 편견 때문에 여전히 세척을 꺼리는 농가들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CA 컨테이너는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어 개발자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디어에만 머물지 않는 실행력이 독창성의 열쇠

이지현 농업연구관은 여전히 바쁜 날들을 이어가고 있다. IoT 기술과 연계해 원격제어기술을 접목하는 등 스마트 컨테이너 연구를 진행 중인 그는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 속도도 빨라지는 만큼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처럼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린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할 때마다 ‘내가 독창성이나 창의성이 없어서 이렇게 헤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성 넘치는 생각과 확장된 사고로 사물을 바라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오리지널스』였습니다.”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독창성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을 부정한다. 내면의 독창성을 끌어내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을 ‘오리지널’로 정의한 그는 독창성은 몇몇 천재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고 가정, 직장, 사회에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배우면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독창적인 사람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의심한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그런데도 어쨌든 용기를 내서 행동에 옮긴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것이 후회를 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

이지현 농업연구관은 책에서 본 위 구절이 내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실패에 대한 불안이 쌓이고 동료 과학자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신감을 잃고 있던 터였다.

“저는 지금껏 독창성은 천재만의 특별한 전유물이라고 여겼는데, 책 속 여러 사례를 접하며 ‘오리지널’에도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저 자기 뜻을 관철하며 꾸준하게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오리지널’이 되는 것임을 깨달았지요. 누구나 같은 두려움과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라고 말합니다. 또, ‘독창성은 고정불변의 기질이 아니고 자유로운 선택’이라고도 했어요. 결국 의지만 있으면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믿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지현 농업연구관은 ‘일단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 수국 같은 크고 화려한 꽃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데, 수분이 많이 필요한 특성으로 수출 시 물대롱에 꽂아 유통한다. 하지만 상자에 눕혀 유통되는 동안 공기층에 줄기 끝이 노출되어 물대롱에 물이 남아 있어도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남편과 이야기도 해보고, 직접 재료를 구입해 물대롱을 만들어 보며 연구하고 고민했어요. 답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엇이든 실행에 옮겼지요. 그 결과 물대롱 속 공간을 분리하는 막을 추가해 꽃이 물을 흡수할 때마다 물이 이동해 줄기 절단면이 항상 물속에 잠기는 새로운 물대롱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들어보지 않았다면 무엇 하나 바꾸지 못했을 거예요.”

지난 6월, CA 컨테이너에 참외 2.5톤을 실은 선박이 싱가포르로 향했다. 통상 10일 이상 걸리던 싱가포르 선박 수출이 성공하면서 캐나다, 베트남, 태국까지 수출국을 확대할 길이열렸다. 어디 참외뿐인가. 모의실험 결과 CA 컨테이너에 보관했던 새송이버섯은 7주가 지나서도 신선함을 유지했다. 이지현 농업연구관의 ‘실행력’이 없었다면 기대할 수 없었던 성과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 농산물을 더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지금, CA 컨테이너 저장·유통 혁신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이지현 농업연구관이 ‘오리지널’로서 바꾸어 나갈 삶과 세상을 그려보며 기대와 응원을 전한다.

이지현 농업연구관 추천도서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지음 한국경제신문사

『오리지널스』는 미국 와튼 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가 지은 책으로 독창성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저자는 누구나 내면의 창의성을 발휘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 마틴 루서 킹, 에이브러햄 링컨…. 세상을 변화시킨 독창적 리더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가?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닫혀 있던 입을 열고 용기를 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 구성원은 오리지널로서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현재 상태에 도전해야 하며, 리더는 구성원의 독창성을 더 많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망설이고 있는가. 저자는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똑같이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 생각에 의구심을 품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점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얼어붙거나 나약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처럼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독창적인 사람들을 저자는 ‘오리지널스’(originals)로 지칭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지에 관한 비결을 짚었다.

“ 이 책에서 나는 독창성을 실현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창시자, 원조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다. 사업, 정치, 과학, 예술, 그 어떤 분야든 강한 확신을 지니고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은 드물다. 독창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사람들은 전통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존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대담하고 자신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 또한 두려움과 우유부단함과 회의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이 부추겨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따금 다른 사람들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저자는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도 결국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 생각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선발주자가 후발주자보다 유리하다고 보나 저자는 후발주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보았다. 위험을 추구하는 선발주자는 ‘최초’에만 몰입한 나머지 충동적 결정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저자가 정의하는 독창적 리더는 한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신중하게 처신함으로써 전체적인 위험 수준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독창적 리더란 확신에 차 있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가라기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사람들”이라며 “직관은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만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온 미래, 우리 농업·농촌. 농촌진흥청에는 농업과 농촌을 연구하며 기술을 보급하는 농업 과학자, 농업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농업을 과학으로 이끄는 선구자들입니다. 농업 과학자는 어떤 책을 읽고, 연구에 활용할까요? ‘2023 농업과학기술 우수성과 공유대회’를 통해 선정한 농업 과학자들의 서재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