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만나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만들다
전통주 소믈리에
하소울 대표
수울래 & 봄내양조장

최근 전통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지면서 각양각색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전통주로 쏠린 이목은 전통주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봄내양조장과 전통주 레스토랑 ‘수울래’를 운영하는 하소울 대표를 만나 우리 술을 하나의 ‘문화’로서 발전시키며 농업·농촌과 상생하고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의 역할에 대해 들어본다.

문화로서
우리 술을
전파하는 사람들

2020년까지만 해도 627억 원에 머물던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가 2022년 1,629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고루한 ‘옛날 술’로 인식되던 전통주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관심을 받게 되면서 색다른 전통주, 이색 막걸리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전통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며 함께 떠오르는 직업이 있다. 바로 ‘전통주 소믈리에’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전통주를 시음하고 평가하며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를 추천해 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큰 의미에서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이라는 하나의 문화이자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하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잇는 역할을 한다.

“국책은행에서 15년간 VIP 고객 응대 업무를 맡다가 우연히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업무 특성상 와인이나 위스키를 접할 일이 많았는데, 전통주도 그에 뒤처지지 않는 역사와 맛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1,500여 곳이 넘는 전통주 양조장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전통주가 생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주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막걸리학교와 가양주연구소 등을 다니며 양조 지식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주 소믈리에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과 노력이 필요할까? 하소울 대표는 “자격증 취득 후에 부단히 연습하고 단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매년 4회에 걸쳐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인터미이에이트, 어드밴스드, 마스터 세 가지 등급으로 자격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통주의 역사, 주세법, 술 빚는 법 등 다양한 지식을 평가하는 필기시험, 전통주의 맛과 향을 평가하고 어디에서 제조됐는지 등을 맞혀야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거쳐 합격자를 선정하지요. 매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맛과 향을 민감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하므로 평소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등 생활 습관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술이 많고 해마다 새로운 술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를 멈출 수는 없는데요. 전국 양조장을 찾아 새로운 전통주를 발굴하고 양조 과정에 숨은 이야기를 들으며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 스토리텔링도 발굴해야 합니다. 여러 음식을 맛보며 전통주와 어울리는 안주 궁합을 찾는 것도 전통주 소믈리에의 몫이지요.”

양조가가 술과 대화하는 직업이라면, 전통주 소믈리에는 소비자와 대화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전통주를 찾고, 장점과 매력을 극대화하는 맛 표현으로 전통주를 빛나게 만드는 것이 전통주 소믈리에의 역할이라는 것. 그래서 하소울 대표가 운영하는 전통주 전문 레스토랑 ‘수울래’에는 술을 설명하는 공간을따로 마련했다.

“소비자의 흥미를 끌고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수울래에는 더덕, 도라지, 바질 등 전통주에 녹아 있는 우리 농산물의 향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카드와 아로마 키트를 구비해두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선택한 몇 장의 카드와 아로마 향기를 기반으로 취향을 찾아 전통주를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가장 맛있는 술’로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해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고 싶습니다.”

전통주의
가치를 잇는 것이
곧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잇는 길

하소울 대표는 ‘우리 농산물 없이는 전통주도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봄내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직접 양조에 뛰어들고 보니 쌀 한 톨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이 있어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으므로 우리 농업·농촌과 전통주는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며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전통주를 만들면 보관성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과 양조장, 그리고 특색 있는 향토 음식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체험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농업·농촌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치즈 하면 와인을 떠올리고, 소시지 하면 맥주를 떠올리듯이 어떤 음식을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떠올리며 세대와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날을 꿈꿉니다. 전통주의 성장과 함께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 또한 확장되리라 봅니다.”

최근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관심이 전통주에까지 닿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수울래는 각종 기업 모임과 해외 바이어 미팅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요. 외국인 손님들이 막걸리를 참 좋아했어요. 와인이나 맥주와는 다른 질감과 색이 ‘유니크하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또, 오미자 막걸리나 딸기 막걸리처럼 다양한 부재료와 조화롭게 섞어 마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지요. 매장에서 맛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친구들에게 선물하거나 고국에서도 마시고 싶다며 전통주를 구매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 술도 세계에 진출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체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2%대에 불과하다. 하소울 대표는 여러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특색 있는 전통주를 발굴해 애정을 갖고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앞으로 전통주 소믈리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각 지역에 위치한 양조장과의 협업을 통해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농산물과 양조를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전통주 관련 유튜버도 등장하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저 또한 전통주를 알리기 위한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리 술로 세계와 소통하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하소울 대표는 봄내양조장을 통해서도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농밀하고 진한 맛의 새로운 막걸리를 올 연말에 선보일 예정이다. 술과 여러 재료를 섞어 취향에 맞게 제조해 마시는 믹솔로지(Mixoligy) 트렌드에 맞춰 칵테일에 최적화된 막걸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봄내양조장의 첫 제품인 ‘힙걸리’는 인공감미료 없이 쌀의 단맛을 살리면서 텁텁하고 시큼한 맛을 줄여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 출시한 ‘뽐내탁주’는 탄산이 없어 쌀 특유의 묵직한 단맛을 느낄 수 있지요. 그동안은 막걸리의 ‘맛’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재미’를 더하고 싶었어요. 곧 선보일 신제품에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수울래를 찾는 손님은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먼저, 전통주를 선택하고 마시기 전 그 술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또, 전통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데 집중해야 하며 취할 때까지 마실 수 없다. 여전히 전국 방방곡곡에는 수많은 전통주가 빛을 보지 못한 채 제 가치를 알아봐 줄 이를 기다리고 있다. 전통주 시장에 출사표를 낸 2030의 호기로운 도전도 눈에 띈다. 이들이 주목받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서 하소울 대표가 펼쳐 나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 아낌없는 응원을 전한다.

하소울 대표가 추천하는

10월의 우리 술

폭스진 25 / 문경주조

자몽이 떠오르는 시트러스 풍미를 품은 특별한 진(Jin)입니다. 문경에서 직접 키운 캐스케이드 홉, 국내산 쌀과 효모를 사용해 빚었습니다. 첫 모금을 마시기 전에 향을 충분히 즐겨보기 바랍니다. 꽃과 과실이 연상되는 풍부한 향이 매력적입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25도로 아무것도 섞지 않고 그대로 마시면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알싸하게 느껴지는 첫 맛이 입안에 오랫동안 향기롭게 맴돌며 나무향, 풀향, 보랏빛 계열 꽃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집니다. 여우 그림이 그려진 라벨이 인상적으로 선물용으로도 추천합니다.

홈 칵테일 레시피

폭스진 50ml에 문경 오미자청을 20ml 넣고 저어주세요. 얼음을 가득 채우고 드라이 토닉워터를 넣어 주면 끝! 취향에 따라 레몬즙 혹은 라임즙을 첨가하면 더 상큼하게 즐길 수 있어요.

추천 요리: 쉬림프타코, 감바스, 토마토바질파스타
미음소주 / 다드림영농조합

완주에서 쌀과 곶감을 생산하는 청년 농부와 식품 가공학을 전공한 청년들이 힘을 합쳐 개발한 술로 기존 쌀 소주와는 전혀 다른 향과 풍미를 자랑합니다. ‘쌀을 음미하다.’라는 뜻을 가진 미음은 직접 재배한 신동진 쌀과 전통적인 발효 과정을 통해 열대과일 향을 만들어냈습니다. 고량주처럼 파인애플 향이 느껴지는 증류주이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고 고량주 특유의 쿰쿰함 없이 깔끔한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향이 풍부해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홈 칵테일 레시피

미음소주 30ml를 따르고 파인애플주스 10ml와 그레나딘 시럽 10ml~20ml를 취향에 맞춰 첨가하고 저어주세요. 얼음을 가득 채워 그대로 마셔도 좋고, 더 부드럽게 마시길 원한다면 드라이 토닉워터 50ml를 넣어 청량감을 함께 즐겨보세요.

추천 요리: 마라탕, 태국식 볶음면, 크림새우, 멘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