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나라>는 한식의 사계절을 담아낸 푸드 다큐멘터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바뀌는 식재료와 밥상 이야기를 탐구하며 전국 35개 지역을 방문했고, 총 255가지 한식을 경험했다. 한반도의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에 얽힌 흥미롭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그렸다.
“밥 먹었니?”, “밥 먹고 다녀라.”처럼 우리의 인사는 밥에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밥을 잘 먹고 다니면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밥을 ‘짓다’라고 하는데, 집을 ‘짓다’, 옷을 ‘짓다’, 글을 ‘짓다’처럼 ‘짓다’는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밥은 중요하다. 정성 들여 만든 밥만큼 우리에게 힘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한국인의 밥상은 중심에 밥 즉, 쌀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 지은 밥 한 숟가락.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출출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쌀의 기원은 어딜까? 청주 소로리에서 쌀의 기원이라고 할, 가장 오래된 야생 볍씨가 발견되었다. 한반도에서 시작된 쌀이기에 이토록 우리가 쌀을 사랑하는 것일까?
원두마다 다른 커피 맛처럼 쌀도 지역과 품종에 따라 각양각색의 맛을 지니고 있다. 국내 전체의 쌀 품종은 약 3,000개인데 경상북도의 일품벼, 충청도의 삼광벼, 경상남도의 영호진미, 강원도의 오대벼, 전라도의 신동진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대표적인 쌀을 비롯해 다양한 쌀이 있다. 원두의 맛을 탐구하듯 미식의 시작은 쌀을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밥과 함께 우리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반찬이다. <반찬의 나라>는 우리나라 반찬의 특징을 쌈, 비빔, 삭힘 세 가지 관점에서 들여다보면서 한식의 반찬 문화를 조명한다. 한국 반찬의 종류는 약 1,500가지다. 전라도 한정식의 반찬은 24첩인데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듯이 밥상이 나온다. 실제로 옆에서 보면 상판이 휘어 있다. 이렇게 많은 반찬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우리의 밥상 문화 속에는 한국인의 정과 인심이 녹아 있다. 조상들은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집에 있는 모든 반찬을 내놓았다.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한식의 반찬 문화인 것이다.
사계에 따라 밥상 위 반찬 풍경도 달라진다. 계절별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는 바로 기다림이다. 다큐는 제철 반찬을 계절의 풍광과 함께 맛있게 소개한다. 제철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은 일 년에 딱 한 철 먹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기다림을 즐겁게 또 소중히 생각하며 변화하는 밥상을 맞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