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가을밤 떠오른 둥근달과 닮은 과일 배. 흔히 배를 떠올리면 갈색 껍질이 생각나지만, 서양배는 녹색 껍질이 대부분이며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품종 배에도 초록 껍질을 지닌 품종이 있다.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아삭한 식감과 넘치는 과즙이 매력적인 배.
은은한 달콤함이 고급스러운 배에 대해 알아본다.

통통한 속살에
영양소가 한가득

: 토종씨앗의 발견
김해랑 자료 농촌진흥청, 농사로
배를 먹으면
건강도 행복도 ‘배’가 됩니다

꿀뚝뚝 달콤지존 배가 제철이다. ‘배 먹는 날(배 데이)’도 있는데 수확이 끝나고 배가 가장 맛있을 10월, 배의 한자어 ‘이(梨)’와 발성이 같고 곱절이라는 뜻의 숫자 2가 반복되는 22일을 ‘배 데이’로 정했다. ‘우리 배를 먹으면 건강 두 배, 행복 두 배’의 뜻도 담겨 있다. 2010년부터 지정된 ‘배 데이’는 우리 배의 맛과 영양학적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배 음료 시음, 배 활용 요리 시식, 컵 배 나눔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배는 크게 동양 배와 서양 배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배 대부분은 동양배로 껍질이 갈색을 띠며 모양이 둥글고 아삭한 식감에 단맛이 강하며 과즙이 풍부하다. 서양배는 대개 녹색 껍질에 표주박 모양이다. 배는 국산 과수류 중 10년 연속 수출 실적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효자 품목이다. 특히 대만에서 한국 배는 고품질 상품의 대명사로 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야생배가 재배되었다. 가장 많이 분포하는 토종배는 산돌배와 돌배나무인데 둘의 차이는 산돌배는 석세포가 적고 돌배나무는 많다는 것이다. 석세포는 배를 먹을 때 사각사각 거칠게 느껴지는 모래 알갱이 같은 것으로 석세포가 많으면 맛은 떨어지지만, 치석을 제거하는 등 구강 건강에 도움을 준다. 최근 연구 결과, 야생 배나무가 일반 재배종보다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며, 심장병, 고혈압,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배 하면 대부분 갈색 껍질을 떠올리지만, 실제 배 껍질 색은 매우 다양하다. 농촌진흥청 배연구소에서 개발한 배 중 껍질이 초록색인 품종으로는 ‘그린시스’와 ‘설원’이 있다. ‘그린시스’는 깨끗하고 매끄러운 녹색 껍질과 절제된 단맛이 매력적이다. ‘설원’은 이름처럼 속살이 눈같이 희고 표면에 점이 살짝 박힌 녹색 껍질 품종이다. 한편, 배 껍질의 얼룩덜룩한 것은 ‘동녹’이라고 하는데 껍질의 미세한 균열을 치료하기 위해 새살이 돋아나며 나타난 현상이다. 겉으로 보기에 꺼려질 수는 있지만, 맛과 품질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배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수분은 85~88%, 당분은 8~14% 함유하고 있고, 비타민, 식이섬유, 무기질이 풍부하다. 열량은 100g당 51kcal로 낮은 편이다. 배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항암, 항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각종 미네랄 성분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예로부터 배는 기침, 천식 등에 이용된 약재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즐겨 썼다. 최근 호주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배 음료의 숙취 해소 효과가 화제라고 한다. 이러한 배의 성분은 과육보다 껍질에 네 배가량 더 많으므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좋은 배를 고르기 위해서는 겉으로 봤을 때 맑고 투명한 노란빛을 띠는 것을 골라야 한다. 꼭지 반대 부분이 튀어나와 있거나 미세하게 검은 갈라짐이 있는 것은 피한다. 또한 껍질이 울퉁불퉁하거나 쭈글쭈글한 것은 피하고 매끄러운 것을 골라야 한다. 배는 상온에 보관하면 영양이 빠져나가고 맛도 떨어지므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신품종 新品種
그린시스

‘그린시스’는 아삭한 식감에 풍부한 과즙이 특징인 동양배 ‘황금배’와 병에 강한 서양배 ‘바틀렛’의 만남으로 탄생했다. 풍부한 과즙, 부드러운 식감,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며, 풋사과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젊은 소비자와 해외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다.

설원

‘설원’은 눈처럼 깨끗하고 동그란 모양이 특징인데, 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설렘을 느낄 수 있다. 깎아놓아도 갈변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아삭아삭함이 유지되어 샐러드나 컵 과일 등으로 이용하기 좋다.

황금배

국내 첫 녹색 배. 과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높은 당도와 풍부한 과즙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눈꽃빙수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과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껍질에 동녹이 발생하지만, 맛과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

* 농촌진흥청에서는 종자 보급을 진행하고 있으나 일부 토종씨앗은 보급하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