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촌에서 START

청년 농부 이승현 씨가 일군
만석꾼의 황금 곳간

오염 없는 무기질 땅 위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미네랄이 풍부한
해풍을 맞고 자란 부안 쌀.
가을이면
너른 서해안 간척지를 따라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을의 풍요를 전하는 곳,
우리나라 대표 쌀 생산지 중
한 곳인 부안이다.
그곳에 7년 차 청년 농부
이승현 씨가 살고 있다.
1차 산업으로서 쌀농사의
한계를 ‘규모’로 뛰어넘은
청년 농부의 지혜를 전한다.

귀촌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직업 군인을 전역하고 직장을 다니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차가 여섯 바퀴나 회전할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후유증으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요양차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신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 쉬다 보니 부모님의 농사일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2018년에 부모님께 661㎡의 작은 밭을 임대 받아 작두콩을 재배하며 농사꾼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왜 ‘쌀’이었나요?

처음에는 작두콩으로 시작했어요. 농사부터 제품 개발, 포장, 주문, 판매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내야 했지요. 꼬박 2년을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못 자고 일한 결과 대형마트에 상품을 론칭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어요. 결국 작두콩을 포기하고 전략을 바꿨습니다. 영농 규모를 키우는 대신 영농조합과 계약재배로 확실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었지요. 부모님께서 쌀농사를 짓고 계셨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쌀’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내 명의로 된 농지를 구입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빚을 내 구입하긴 했지만, 나만의 첫 농지니까요. 또, 농산물을 수확했을 때 수확량이 늘고 높은 등급을 받으면 ‘올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는데요.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부지런히 농지를 돌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땀 흘린 만큼 농작물이 결실을 맺기 때문입니다.

신품종 가루쌀인 ‘바로미2’도 재배하고 계시는데, 일반 쌀농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 244,628㎡ 농지에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그중 일반 쌀과 가루쌀이 차지하는 규모가 각 59,504㎡씩입니다. 나머지 119,008㎡에는 메주콩을 재배하고 있어요. 가루쌀은 일반 쌀에 비해 해충 방제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요. 그래서 살충제와 영양제 등 방제에 드는 비용이 일반 쌀보다 1.3배가량 더 듭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있는 만큼 일반 쌀에 비해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지난해부터 가루쌀 농사를 시작했는데, 올해 수확량이 1.3~1.4배가량이나 늘고 품질도 좋아져 큰 보람을 느낍니다.

농사를 지으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정착할 당시 부모님께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때 제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는데, 모아둔 자금이 천만 원이었습니다. 종자와 자재, 포장지, 농약 등을 구매하고 보니 순식간에 자금이 바닥났어요. 겨울에는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농번기에는 영농을 하며 삼 년을 버텼습니다. 이후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계약재배를 통한 판로 확보,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판로 확보는 모든 농업인의 고민입니다. 대부분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청년 농업인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혼자 감내해야 하는데요. 판매 이전에 판로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유통처나 판매처 담당자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조차 정보가 없거든요. 저 또한 그래서 작두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규모’를 키우되 계약재배를 통해 출하를 보장받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1차 산업인 생산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이를 기반으로 가공시설을 갖춰 쌀과 콩을 활용한 나만의 제품을 생산해 판매해 보고 싶습니다.

청년 농업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무엇보다 판로 확보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판로가 불확실하다면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농사를 지어 고품질 농작물을 생산해도 구입해주는 곳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지요.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청년협동조합을 만들고, 중앙센터를 건립해 여러 작물을 통합하여 유통한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귀농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본인이 그 계획을 실현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식량작물 농업, 스마트팜이나 온실 과수 등 어떤 작목을 키울지부터 고민해 보시면 좋아요. 또, 영농을 시작하기 전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관련 교육을 받거나 한국농업대학교에 입학해 체계적으로 농업을 공부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내년에 정부 지원을 받아 스마트 자동화 육묘장을 신축할 계획이에요. 육묘 시설을 확장해 농번기는 물론 농한기에도 엽채류와 같은 다양한 작물을 키워 부가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