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맛

김치! 세계인의 건강 트렌드를 이끌다

전통의 깊이를 기술로 새롭게
우리 식문화의 가치를 잇다

2013년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지 올해로 11년째가 되었다.
해마다 11월 22일은 김장 문화를 계승하고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김치의 날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도 기념일로 제정될 만큼 김치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김치의 영양과 효능, 우수성을 밝혀낸 다양한 연구는 물론
배추 등 김장 채소 수급 안정을 위한 기술과 신품종 개발을 진행해왔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둔 지금, 우리 식문화를 대표하는 김치의 가치를 높인 농촌진흥청의 노력과 성과를 되짚어본다.

김치 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
면역 기능 개선 효과 밝혀

우리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K-푸드 대표주자인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은 4만 4,041톤으로 전년(4만 1,118톤) 대비 7.1% 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한 2021년 4만 2,544톤을 뛰어넘은 수치이다. 김치 수출국도 92개국으로 확대되었다. 최대 수출국인 일본과 2위 미국을 합친 수출액이 전체 65%를 차지했다.

김치 수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다. 발효 음식인 김치가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됐다. 한 할리우드 배우는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김치를 먹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김치에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2021년 농촌진흥청은 충북대학교, 연세대학교와 함께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 JW15(Weissella cibaria JW15)’의 면역기능 개선 효과를 밝혔다. 와이셀라 시바리아 JW15는 2016년 농촌진흥청이 연구 끝에 신규 식품원료로 등록한 미생물 소재다. 이 소재는 김치 발효 초기에 주된 역할을 하는 김치 유산균 중 하나로, 김치 특유의 상쾌한 맛과 영양을 만들어 주는 유익균이기도 하다. 항암·면역·항염증·항산화 활성 등의 효과가 있으며, 유해균을 억제해 장 건강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와이셀라 시바리아 JW15가 면역기능에 중요한 비장세포 수와 비장세포 내 면역과 관련된 사이토카인(TNF-α, IFN-γ) 생성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성인 82명을 대상으로 8주간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한 결과, 와이셀라 시바리아 JW15 섭취군에서 섭취하지 않은 군보다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면역세포인 NK세포가 약 1.5배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김치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3개월간 숙성된 김치를 먹은 그룹에서 체지방과 총콜레스테롤 농도가 유의적으로 감소했다.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성분이 교감신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 지방 분해와 연소를 촉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농촌진흥청은 대장 건강 증진, 대장암 예방, 혈중 지질 개선 등 김치의 다양한 효능을 밝혀내며 우수성을 입증했다.

유익한 유산균은 그대로!
오래도록 아삭하고 신선하게 저장

저장 중인 김치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유산균이 증식하고 있다. 김치가 익을수록 신맛을 내는 것도 이때 분비하는 유산의 영향이다. 신맛을 내기 전까지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김장독을 이용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김치냉장고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일 년 내내 밥상 위에 빠지지 않는 반찬인 김치를 더 아삭하고 싱싱하게 오래 유지할 수는 없을까? 농촌진흥청에서는 2020년 김치 과냉각 저장 기술을 개발해 그 해답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은 김치 저장 온도를 낮추면 발효가 늦어지는 점에 착안해 어는점 이하 온도에서 얼지 않은 상태로 김치를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직냉식 냉장고는 냉매가 흐르는 부분이 다른 곳보다 더 차가워 성에가 발생한다. 그러나 과냉각 저장은 냉장고 내부 모든 부위의 온도 편차가 적어야 효과적이므로, 단열재와 전도체를 냉장고 내부에 배치해 목표 온도영하 2.5도(℃)에서 0.3도(℃) 이내의 온도 편차가 유지되도록 했다. 해당 기술을 일반 포기김치에 적용한 결과, 잘 익은 상태의 산도인 0.6%에 도달하는 기간이 1도(℃)에서는 3주가 걸렸으나 영하 2.5도(℃)에서는 12주가 걸렸다. 관능검사 결과에서도 과냉각 저장 김치가 일반 저장 김치보다 신맛이 유의하게 낮았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은 김치를 냉·해동할 경우 아삭한 식감과 유산균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당류의 하나인 트레할로스를 배추 절임 과정과 김치 양념에 추가해 김치를 제조하고, 급속 동결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김치 염도가 낮고 당도가 높을수록 냉·해동 시 아삭한 식감이 유지되는 원리로, 김치 당도가 19브릭스일 때 냉·해동 시 김치의 아삭한 식감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포기김치에 적용한 결과, 유산균은 냉동 전과 비슷하게 유지됐으며 당도가 낮은 백김치의 유산균은 1/10 정도 감소한 상태로 유지됐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배추 신품종 개발

올해 여름은 유난히 폭염이 길어 고랭지 배추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김장 배추 수급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을 키웠다. 농촌진흥청은 기후 변화가 점점 심화됨에 따라 오는 2050년에는 여름 배추 재배지가 눈에 띄게 줄고, 2090년에는 아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지속가능한 국내 농산물 생산 및 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신품종과 새로운 재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품종 개발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괴산군과 함께 배추 신품종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품종 배추 ‘순정아삭이’를 개발한 바 있다. ‘순정아삭이’는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과 우수한 저장성이 특징인 품종이다. 또한 올해 6월에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배추 품종 전문가 평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평가회에서는 더위에 강하고 속잎이 빨리 차서 45일 만에 조기 수확할 수 있는 소형 배추 신품종 ‘하라듀’를 선보였다. 하라듀는 2019~2022년 전문가 품종 평가회에서 더위 견딤성과 속잎 차는 능력 등이 3회 이상 1위로 평가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품종보다 약 10일가량 일찍 수확할 수 있으며, 여름철 더위와 병해충에도 강한 특성이 있는 ‘원교20053호’를 비롯해 더위에 매우 강하며 원예적 형질이 우수한 ‘원교20054호’ 등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자체 육성한 배추 90여 점이 소개되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앞으로 평가회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배추를 선별해 빠르게 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여름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

농촌진흥청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품종·수확후관리 전문가와 국립농업과학원의 농기계·병해충·토양 전문가, 민간 기계업체, 지자체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여름철 배추 수급 저해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고랭지 배추 재배 지역은 오랜 기간 지속된 이어짓기와 이상 기상 등의 영향으로 씨스트선충, 반쪽시들음병, 무름병 등 병해충 발생이 늘고 있으나, 대체 재배지 확보가 제한적이어서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파리가 누렇게 변하는 반쪽시들음병은 마땅한 방제 기술이 없어서 해마다 피해가 확산되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고랭지 작물에 피해를 주는 반쪽시들음병을 미생물 퇴비로 방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여름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중요 생산지로 인식되고 있는 해발 400~600m인 준고랭지 지역에서 배추를 보다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준고랭지 배추의 새로운 재배 양식은 고랭지보다 온도가 1~2도(℃) 높은 해발 400~600m의 준고랭지에서 기존 재배보다 이른 시기에 여름 배추를 재배해 배추 공급이 어려운 9월 상·중순에 출하하는 것이다. 온도가 더 높은 준고랭지의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온을 4~6도 낮추는 저온성 필름과 기온을 최대 4.8도까지 낮춰주는 미세살수와 같은 환경조절기술을 적용하여 재배한다.

이와 더불어 노동력 절감을 위한 기계화 기술, 관수와 방제 자동화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은 두둑 성형과 비닐 피복을 비롯하여 비닐 위에 흙올림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흙올림 휴립피복기 제작을 2024년 완료했다. 해당 기계를 이용해 작업할 시 작업 속도는 0.6m/s, 작업 능률은 13.2천m2/일(13,223㎡)로 향상되었다. 이 외에도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보행형 1조식 자동 정식기를 개발 중이며,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는 궤도 주행형 전자동 정식기 개발을 완료했다. 농촌진흥청은 배추 정식(아주심기)과 수확 작업에서 기계화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오는 2026년까지 배추 자동 정식기와 수확기 등 재배 전 과정을 기계화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안전재해예방공학과에서는 평지면서 물 빠짐이 좋지 않은 논 토양의 배수성을 개선하는 무재료 땅속 배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논 밭작물 재배가 확대되면 동절기 잦은 강우로 생산량이 감소한 양파, 마늘 등 김장 채소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 채소기초기반과에서는 드론 영상과 환경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름 배추 생육 과정에서 수분 결핍과 병해충 발생 여부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원예특작환경과와 함께 미세살수 스프링클러 활용 자동 관수·방제 기술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방제 시 효과는 관행 방제와 유사하지만 노동력은 90%나 절감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저장유통과에서는 저장하지 않았던 여름 배추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저장할 수 있는 ‘예비냉장+ 신선도 유지(Modified Atmosphere, MA)’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여름 배추에 적용할 시 30일 이상, 최대 40일까지 신선함을 유지하며 저장 가능하다. 특히, 기존에 8월 초까지만 저장이 가능했던 봄 배추도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저장 기간을 80일까지 늘리면서 9월까지 연장할 수 있어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된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채소, 과수 등 주요 원예 작물의 수급 안정을 위한 피해 경감 기술과 생산·공급 체계 지원을 위해 이상 기상 대응 기술 고도화(60억 원)와 준고랭지 여름 배추 안정 생산 체계 구축 사업(6억 원)을 신규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농촌진흥청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재배 기술과 신품종 개발을 통해 김장 채소의 안정적 생산을 도모하며 근본적인 수급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