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세계화의
시작

김치의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뮤지엄김치간

전 세계에 부는 K콘텐츠 열풍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진
농경 사회의 문화로서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담고 있다.
이제 우리 김치 문화의 독창성과 고유한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 그 선봉장에 한국 최초의 김치박물관으로서
37년간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온 뮤지엄김치간이 있다.
뮤지엄김치간을 총괄하는 나경인 팀장을 만나 김치 세계화의 현주소와
문화로서 김치의 가치를 키워 나갈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 기획특집

전 세계에 부는 K콘텐츠 열풍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진 농경 사회의 문화로서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담고 있다. 이제 우리 김치 문화의 독창성과 고유한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 그 선봉장에 한국 최초의 김치박물관으로서 37년간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온 뮤지엄김치간이 있다. 뮤지엄김치간을 총괄하는 나경인 팀장을 만나 김치 세계화의 현주소와 문화로서 김치의 가치를 키워 나갈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37년째 이어진 노력,

해마다 국내외
4만여 명 발길
이끌다

뮤지엄김치간은 1987년 서울 중구 필동에서 풀무원김치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강남 한국무역센터 단지에 이어 코엑스몰로 두 차례 자리를 옮겼다가 2015년 한류 문화 중심지인 인사동으로 이전해 뮤지엄김치간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뮤지엄김치간은 풀무원의 대표 메세나 사업으로 국내 최초이자 서울의 유일한 김치박물관입니다. 2013년 한국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한류 문화 중심지인 인사동으로 이전하게 됐습니다. 전통 사회에서 반찬을 만드는 곳을 찬간, 임금님 식사를 준비하는 수라간, 양식을 보관하는 곳은 곳간이라고 불렀는데요. 모두 맨 뒤에 ‘-간(間)’이 붙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김치의 다채로운 면모와 사연을 흥미롭게 간직한 곳으로서 김치를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아 ‘김치간’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뮤지엄김치간은 인사동의 중심인 인사동마루 4~6층에 자리 잡고 있다. 전체 규모는 607.1㎡로 283㎡의 전시 공간과 112㎡의 체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리 크지는 않지만 각 층별로 다양한 체험형 디지털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4층은 문화 소통 공간으로 한국의 자랑스러운 김치의 탄생과 진화, 발효와 관련된 부엌 문화를 알아보고, 김치 발효를 돕는 유산균과 김치 속에 숨은 과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5층에서는 다채로운 김치 영상을 보고, 실물 김치 냉장 전시 공간에서 우리나라 김치와 세계 절임 채소 40가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김치와 K푸드 관련 도서가 있는 북카페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6층은 다양한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이자 세 가지 김치를 맛보는 시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박물관들이 유물 중심으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뮤지엄김치간은 영상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흥미로운 디지털 콘텐츠로 공간을 연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4층 김치마당에서는 대형 벽면 스크린을 통해 아름답고 역동적인 김치 영상이 상영되며, 5층 김치 공부방에서는 유서 깊은 안동 농암종택의 김치 구술사와 독특한 지방 김치, 조선시대 궁중 김치를 기록한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음성가이드를 제공해 외국인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통배추 김치와 백김치를 담그는 과정을 디지털 게임으로 간단히 체험해 볼 수 있으며, 과학자의 방에서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살아있는 김치 유산균을 관찰할 수 있다. 5층 실물 김치 냉장 전시 공간은 4℃의 서늘한 온도를 항상 유지해 마치 큰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다양한 김치의 냄새, 소리, 온도 등을 체감할 수 있다. 6층 김치공방은 김치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예술 체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김치와 만나 김치를 배우고 김치와 노는 사이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김치에 관심을 갖고 김치를 좋아하게 된다.

“뮤지엄김치간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박물관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습니다. 인사동으로 이전하고 외국인 관람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 총 관람객 3만여 명 중 1만 4천여 명이 외국인이었습니다. 김치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가족 단위 내·외국인 방문이 증가하면서 김치와 한국 식문화의 랜드마크로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경험’으로 키우는
김치의 가치,

세대와 세계를
뛰어넘다

뮤지엄김치간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 다양한 방식으로 김치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관 스님을 초청해 사찰김치 시연회를 열고, 어린이와 젊은 세대를 비롯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늘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김치학교’ 시리즈가 있습니다. 대상별로 일정 인원을 선발해 전시 관람과 다양한 김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요. 해마다 7천5백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으며, 풀무원 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와 외국인, 젊은 세대를 비롯해 장애인으로 대상을 확대해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월마다 예약창을 열자마자 10분이면 마감될 정도입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 프로그램은 해마다 조금씩 기획이 달라지는데, 베이직(Basic)과 마스터(Master)로 등급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단순히 김치를 먹고 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직접 여러 가지 김치를 만들어 맛보며 경험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앞으로 더욱 심화된 김치 소믈리에 과정을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최근 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아시아나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에는 김치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단순히 한국의 식문화를 일회성으로 경험하러 왔다면, 요즘에는 김치를 한 번쯤 만들어 본 외국인들이 김치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진지하게 요리법을 배우고 현지 재료로 김치를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묻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아, 김치가 정말 세계화되고 있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외국인 체험의 경우 이메일을 통해서만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데요. 벌써 내년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하루 평균 다섯 건 이상 문의 메일을 받고 있어 운영이 시작되는 화요일이면 주말 동안 쌓인 문의 메일에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김치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운영하는 ‘2030 김치학교’도 건강한 식습관을 지향하는 젊은 세대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30 김치학교는 서구식 식습관에 익숙해져 김치를 외면하는 젊은 세대가 김치를 흥미롭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가치 있는 경험’과 트렌드에 초점을 맞추었다. 젊은 세대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비건 식단을 고려해 비건 김치뿐 아니라 그 김치를 활용해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보는 체험으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요즘 김치만 알고 김장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습니다. 직접 김장을 하는 가정도 줄어들어 김장 문화를 옛이야기로 치부하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요. 이제 변화하는 현재에 순응하며 김장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지금 세대에 맞는 방법으로 전하고 계승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치를 함께 만들고 나누는 문화가 갖는 의미를 전하면서도 혼자 김치를 담그고 즐길 수 있도록 유형을 바꿔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 특유의 맛과 향, 생김새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김치를 외면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개인의 취향에 맞춰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해 뜻밖의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면 김치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트렌드에 맞춰 김치 챌린지를 기획해 또 하나의 즐거운 문화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먹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함께 체험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꾸준한 경험의 산물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나경인 팀장은 최근 이상기온으로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점점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좋은 원재료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온으로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산 배추 수입이 늘고, 식당마다 중국산 김치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우리 김치를 잘 지키고 알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뮤지엄김치간도 불안정한 식재료 수급 문제로 점점 더 늘어나는 체험 수요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 안정적인 수급처를 연결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기대합니다.”

김치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완성된다. 앞으로 뮤지엄김치간은 김치 재료 하나하나를 지역별 특징과 함께 차이점을 구분해 소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언젠가 김장이 세계인의 문화로 발전한다면 아삭한 강원 고랭지 배추부터 빛깔 좋은 영양 고추, 육질이 단단한 서산 육쪽마늘까지 김장 채소로 사용되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앞으로 뮤지엄김치간이 김치 세계화의 주춧돌에서 단단하고 큰 기둥이자 넓은 처마가 되어 우리 식문화의 근간인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관람정보
주소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5-4(인사동마루) 본관 4~6층
문의02-2088-8531
운영 시간화~일요일 10:00~18:00(마지막 입장 17:30)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3일, 12월 25일
홈페이지www.kimchik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