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미를 더하다

자연과 역사 따라 걷는
충남 홍성 천 년 여행길

전국에서 가장 큰 축산 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충남 홍성은 축산의 고장이자 천 년이 넘는 역사의 고장이다. 고려시대에 운주로 불린 이후 홍주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비로소 홍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깊어 가는 가을, 홍주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천 년 여행길을 걸으며 홍성의 오랜 역사를 가늠해보는 것은 어떨까? 11월 1일부터 3일간 홍주읍성 일원에서 펼쳐지는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도 놓치지 말자.

홍성역에서 시작되는 천 년 여행길

홍주성 천 년 여행길은 천 년을 한결같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로서 찬란한 역사를 품에 안고 있는 내포의 큰 고을 홍주 역사를 따라 걷는 길이다. 희망찬 홍성을 상징하는 고암길, 서민 경제의 심장과 같은 장터길, 도심 속 답답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인 매봉재길,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홍주성길, 근·현대를 넘나드는 추억의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고암길은 천 년 여행길의 시작점으로 홍성역-고암근린공원-김좌진 장군상을 거친다. 장항선 신설역 중 유일하게 한옥식으로 지은 홍성역은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지었다고 한다. 차분히 내려앉은 검은 기와지붕 위로 펼쳐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여행의 시작이 실감난다.

홍성역 앞에는 천 년 여행길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앞으로 걸어갈 여러 길은 번호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홍성역 앞 이정표를 따라가면 홍성역과 홍성종합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고암근린공원이 보인다. 고암근린공원은 홍성군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가 고암 이응노 화백을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이곳 공원 바닥은 홍주 천 년 역사를 상징하는 1000여 점의 타일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옆으로 고암 이응노 화백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표현한 타일 기둥이 늘어서 있다. 그다음 장소는 홍성읍내 중심 조양로에 있는 김좌진 장군상이다. 김좌진 장군이 독립군을 지휘하는 모습을 표현한 김좌진 장군상은 11.8m 높이로 위용을 자랑한다.

이제 장터길로 자리를 옮겨보자. 장터길은 홍성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코스다. 서해안 해상 문물과 내륙 지방 육상 문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물류 중심지인 홍성전통시장은 충청도에서 꽤 규모가 큰 장이다. 장터길은 홍성시장벽화-홍성전통시장-대장간-대교리 석불입상을 거친다. 1943년 홍성오일장이 개장한 지 어느덧 70여 년이 흘렀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터에는 변하지 않는 추억과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홍성시장벽화 속 옛 장터의 모습에서는 지난날 서민들의 희로애락과 홍주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장터를 지나 대장간으로 가보자. 홍성의 마지막 대장장으로 유명한 모무회 대장장이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옛 방식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무쇠를 두드려 칼이며 농기구를 만드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다. 귓가를 울리는 담금질 소리를 뒤로하고 시장 중앙 길가를 걷다 보면 놀이터가 보인다. 이곳에는 조선 시대부터 홍성 주민들을 수호해온 대교리 석불입상이 서 있다. 정교하게 만든 일반 불상과 달리 투박한 모습이나 그 꾸밈 없음에 오히려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사의 산증인으로 남겨진 홍주읍성

세 번째 길은 홍주향교-매봉재-들꽃사랑방-홍주의사총을 거치는 매봉재길이다. 홍주향교로 향하는 길가 벽에는 유생들의 모습을 그린 벽화가 가득하다. 홍주고에서 시작된 벽화길을 10분가량 걷다 보면 홍주향교가 보인다. 향교 앞마당을 가득 채운 낙엽이 깊어 가는 가을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여전히 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2호 지승공예 최영준 장인과 제31호 댕댕이장 백길자 장인이 홍성 전통공예인 ‘댕댕이장과 지승공예’를 일반인 대상으로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유생이라고 공부만 했을 리 만무하다. 유생들의 산책로 역할을 했을 매봉재를 올라보자. 작은 뒷산 정도 높이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정상인 매봉을 중심으로 700m 정도의 토성이 남아 있는데 ‘목장성’이라 불린다. 옛날 정부 관리가 지방에 공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타고 가던 중 말이 지치면 다른 말로 바꾸어 타던 곳이다. 말 대신 자동차를 타는 요즘이라면 주유소 같은 역할을 하던 장소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들꽃사랑방을 찾을 수 있다. 들꽃사랑방은 누구나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오카리나 만들기, 들꽃 비누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 앞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는데, 편지를 써서 넣으면 먼 미래에 ‘슬로레터’라는 이름으로 전달된다. 세 번째 길의 마지막은 홍주의사총이다. 이곳은 대한제국시대 홍주성 전투에서 희생된 병오항일의병의 유해를 모신 묘소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수백 명의 항일의병들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네 번째 길은 홍주성길이다. 서해의 관문이자 홍주목의 치소를 둘러싼 홍주성은 1,772m에 달했으나, 현재는 810m 성벽만 남아 있다. 또, 홍주목의 36동에 이르렀던 관아 건물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어 조양문, 홍주아문, 안회당, 여하정만 남아 있다. 홍주성은 임진왜란, 이몽학의 난, 동학농민항쟁, 천주교박해 등 굵직한 역사의 현장이자, 을사늑약 체결에 반대한 민종식과 이세영 등이 의병을 이끌고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홍주성길은 홍주성을 지키는 문들과 역사적인 인물 등을 중심으로 하여 여섯 가지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북문지와 서문지는 일제 때 철거된 이후 최근 복원 작업을 기다리는 중이라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남문은 2013년 복원되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홍성의 앞날을 상징하는 ‘홍화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홍주성에서 위로 올라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문루는 이 홍화문뿐이다. 고층 빌딩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 않아 탁 트인 가을 경치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천 년 여행길의 종착지는 명동골목과 홍고통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골목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준다. 오래전 서울 명동처럼 번화가가 되기를 바라며 명동골목이라 불리던 골목길에는 오래된 분식점과 슈퍼, 팬시점 등과 함께 최근 유행하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 로드숍이 공존한다.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가장 번성했던 골목길이던 홍고통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한적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 골목길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청춘’을 품고 있는 곳이다. 현재와 과거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골목 속 숨은 보석을 찾으며 천 년 여행길을 마무리한다.

축산의 고장에서 바비큐의 성지로!

여행의 묘미는 누가 뭐라 해도 식도락이다. 홍성 지역은 예로부터 우견현 또는 목우현이라는 지명이 붙을 정도로 한우, 한돈, 닭 등 축산물을 많이 키워 축산의 고장으로 불렸다. 특히 홍성 5품3미 중 하나로 꼽히는 홍성한우는 육질이 연하고 마블링이 섬세하여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홍성군에서는 특산물인 한우와 한돈을 비롯해 다양한 농산물을 알리기 위해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축제 첫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10만여 명에 이른다. 신선한 축산 재료로 만든 바비큐와 먹거리로 풍성했던 현장 분위기는 더없이 뜨거웠다. 화덕 10대와 통돼지 바비큐 화덕 5대, 닭 500마리를 동시에 연신 구워냈음에도 품절이 될 정도였다고. 이와 더불어 홍성한우와 한돈을 10~50%까지 할인 판매한 홍성한우&한돈 먹거리존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24년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은 11월 1일부터 3일까지 홍주읍성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입장료가 없고 바비큐와 먹거리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놓치지 말자. 요리 대회, 바비큐 관련 워크숍 등이 진행되는데, 올해는 특별히 유명 셰프들이 참여해 요리 비법을 공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더본코리아와의 협력을 통해 통삼겹살용 터널 바비큐와 그릴 바비큐 등 다섯 가지 종류의 새로운 조리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18시간 숯으로 구운 돼지 바비큐와 5시간을 내리 직화에 구운 한우, 닭 바비큐를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천 년 여행길을 걸으며 고요한 사색의 가을을 즐겼다면,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에서는 설레는 축제의 가을을 만끽해보자.

홍성 맛집, 여기 어때?

충남 홍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축산 단지를 갖고 있다. 홍성 5품3미 중 하나로 꼽히는 홍성한우는 너른 들에서 신선한 목초를 먹으며 자라 연한 육질과 풍부한 육즙, 섬세한 마블링을 자랑한다. 전국에서 찾아온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홍성군민의 추천 맛집을 소개한다.

1. 한밭식당

60년이 넘는 오랜 세월 광천전통시장 안에서 명맥을 이어온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 다소 평범한 메뉴일 수 있는 불고기에 직접 개발한 표고버섯 육수를 사용해 깊이 있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고추장과 매실액을 섞은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육회도 추천한다.

  • 주소광천읍 광천로299번길 6-1
  • 운영 시간11:00~20:30
  • 문의041-641-2312
2. 미당한우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우 생갈비와 양념갈비 전문 식당. 10년의 노력 끝에 자체 개발한 숯불구이기와 석쇠를 사용하고 있으며, 최상의 부위를 직접 손질해 제공하고 있어 믿고 먹을 수 있다.

  • 주소홍성읍 홍덕서로193
  • 운영 시간11:00~21:00
  • 문의041-632-2001
3. 홍성구항한우

직접 소를 손질하며 정육점까지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꽃등심부터 특수 부위까지 부위별로 다양하게 홍성한우를 즐길 수 있다. 구이도 맛있지만 1등급 이상의 품질 좋은 홍성한우로 진하게 우려낸 갈비탕과 곰탕은 그야말로 보양식이다.

  • 주소구항면 구항길99
  • 운영 시간11:00~21:00
  • 문의041-633-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