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촌에서 START

흥미로운 곤충과 함께
제주 자연 탐사를 떠나요

덕천곤충영농조합

한홍익 대표

2018년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받은
제주시 조천읍은 그 명성에
걸맞게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다양한 야생 동물과 곤충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이곳에서 덕천곤충영농조합을
만날 수 있다. 대학 졸업
전부터 곤충에 관심을
갖고 사료용 곤충 산업에
뛰어들었던 20대 청년의
도전은 6년여의 시간을
돌아 곤충체험학습장으로
이어졌다. 제주 유일의
곤충체험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홍익 대표를 만났다.

왜 ‘곤충’이었나요?

제주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에 재학하던 중 ‘양식장에 사료용 곤충을 도입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당시 외삼촌께서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셨는데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을 먹이로 공급하면 더 빨리 광어를 키워 출하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사료용 곤충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곤충 산업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축산법이 개정되고 곤충도 가축으로 인정받으면서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광주, 장성 등지를 돌며 육지에서 6개월가량 교육을 받고 제주로 돌아와 2019년부터 영농을 시작했습니다.

곤충 농사가 타 영농과 다른 점은?

곤충을 키우는 일은 ‘소 한 마리 키울 돈이면 1년 곤충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용이 적게 듭니다. 사육 면적이 클 필요도 없어요. 약 17㎡에서 1만 마리 이상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1만 마리 이상이면 200㎏에 육박합니다. 또,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다른 농사와 달리 곤충은 실내에서 사육하기 때문에 온도 관리도 쉽고 사계절 내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식용 곤충에서 체험으로
분야를 전환하게 된 계기는?

제주라는 지리적 여건상 판로 확보와 먹이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제주 내에는 먹이원이 되는 참나무 군락지를 찾아 보기 힘들어 육지에서 먹이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또, 저자본으로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퇴직하신 분들이 우후죽순으로 뛰어들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탓에 더 이상 식용 곤충만 키워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어요. 제주가 관광 도시이니만큼 체험과 연계해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했지요. 2021년부터 곤충체험학습장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단순히 곤충을 키우기만 하다가 체험학습장으로 용지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법규제를 맞닥뜨렸어요. 열심히 발로 뛰며 노력한 끝에 다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요.

현재 약 3,306㎡ 규모 부지에 체험학습장 두 곳과 사육장 한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체험학습장 문을 열고 약 3개월간은 찾아오는 손님이 적어 매출이 점점 떨어졌어요. 하지만 점차 어머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체험학습장이 북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아이들은 곤충에 대한 편견이 없어요. 대부분 곤충을 좋아하고 흥미롭게 여기지요. 하지만 어른들이 곤충을 대하는 태도는 아이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머니들이 공감을 해주지 않으면 아이도 실망하기 마련인데요. 이곳에 와서 곤충 체험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웃으면 어머니들도 따라 웃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곤충과 함께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곤충 표본과 다양한 장식물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곤충 표본 만들기 체험’과 선생님과 함께 곤충 표본을 제작해보는 ‘곤충 표본 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꼬마 손님들이 키우다가 죽은 곤충을 가져와 표본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소중하게 아꼈던 곤충을 추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체험입니다.

이 외에도 6월부터 8월까지 야간 등화 채집을 운영하고있는데요. 등화 채집 장비로 빛에 이끌려 오는 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제주 고유종인 두점박이사슴벌레도 만날 수 있지요. 워낙 인기가 많아 채 1분도 되지 않아 예약이 매진된답니다.

덕천곤충영농조합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비결은?

찾아와 주는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울릉도에서 찾아온 다섯 살 꼬마 손님이 있었는데요. 곤충 표본을 만드는 체험은 여섯 살 이상부터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아쉬워했어요. 그래서 작은 곤충 표본을 선물했지요. 울릉도에서 제주까지 오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이후로 매년 방문해주고 있습니다.

저의 진심이 손님의 발길을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정성 들여 체험 후기를 올려 주는 분도 많습니다.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덕천곤충영농조합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곤충 농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제주에도 곤충 농사에 뛰어드는 청년 농업인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식용 곤충 사육에 머물러 있어요. 젊은 세대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덕천곤충영농조합이 올해 치유농장으로 선정됐습니다. 내년부터 아동복지센터와 연계한 곤충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에요. 이와 더불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6차산업 국제박람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덕천곤충영농조합을 홍보할 기회를 얻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곤충 체험은 물론 식용 곤충 분야에서도 소비자 인식을 바꿔 곤충 산업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