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부터 쌀, 흑삼까지!
우리 농산물로 만든 기능성 원료 5종 개발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반려동물 사료 시장도 고품질화되어 가고 있다. 연령과 건강을 고려한 기능성 식품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연관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 산업은 글로벌 수입 브랜드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은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반려동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원료를 발굴했다. 또,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효능 검증 연구를 실시하고, 실제 관련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에 대한 영양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우리 농축수산물 중심의 사료의 원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반려동물 사료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반려인이 가정식 반려동물 사료를 제조할 시 영양을 고려할 수 있는 기초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2023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영양 성분은 321건이었으며, 2024년에는 다섯 가지 영양 성분을 추가 등록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능성을 입증한 주요 원료별 특징과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식이 알러지를 개선해주는
‘갈색거저리 유충’
‘고소애’로 잘 알려져 있는 갈색거저리 유충은 2014년 식용 곤충으로 인정을 받아 국내에서 식용 원료로 유통되고 있는 소재로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육류 단백질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갈색거저리 유충을 원료로 한 사료를 4주간 급여한 결과 피부 경피 수분 증발도가 21.8% 증가하고 피부가 붉게 붓는 증상도 개선됐다.
간 기능을 개선해주는
‘도담쌀’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도담쌀은 쌀가루를 만들기 좋은 전분 구조를 갖고 있으며 아밀로스 함량이 높다. 저항전분과 식이섬유 함량도 높아 다이어트용 쌀 가공식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이다. 간 건강 지표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간기능) 수치가 높아진 반려동물에게 도담쌀을 12주간 급여한 결과 간기능 수치가 29% 감소했으며 체중도 6.3% 줄었다. 간 건강뿐 아니라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동애등에 유충’
환경정화 동물로 알려진 동애등에 유충은 동물의 필수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하고 항염증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우르산(lauric acid)을 다량 함유해 반려동물 식품의 단백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우수한 단백질 소재로서 가치가 크다. 반려견의 비만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초식품 단백질 함량의 10%를 동애등에로 대체해 12주간 반려동물에게 급여한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약 10% 감소했다.
저항전분 함량을 높인
‘옥수수전분’
저항전분이란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해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성분을 말한다.
동물복지연구팀은 저항전분이 어느 식물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지 추적했다. 쌀, 밀가루,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옥수수의 저항전분 함량이 6.02%로 가장 높았다. 가열·냉각과 같은 추가 과정을 거치면 그 수치가 6.69%까지 증가했다.
반려견에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먹이를 16주 동안 기초 에너지 요구량보다 높은 수준으로 급여한 결과 몸무게·영양소 소화율·비만 연관 미생물 부분에서 비만 예방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비만 예방 효과가 있는
‘새싹보리’
새싹보리는 지방 세포 분화 조절과 지방 축적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사포나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국산 보리 품종 ‘싹이랑’의 새싹보리 분말을 넣어 반려견 먹이를 만들고 비만견에게 16주간 급여한 결과 체중이 6.45% 감소했다. 또, 비만 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 혈중 ‘렙틴호르몬’과 장내 비만 연관 미생물의 군집이 감소하는 결과도 확인했다.
면역력을 키워주는
‘흑삼’
증숙과 건조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하여 만드는 흑삼은 홍삼보다 약 20배 높은 진세노사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을 높이고 항산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복지연구팀은 흑삼이 염증을 촉진하는 산화질소 생성 효소(iNOS)와 콕스-2(COX-2)의 발현을 줄이는 항염증 기능이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반려동물에게 흑삼 함유 사료를 급여한 결과 면역 활성에 관여하는 인터페론 감마(IFN-gamma)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노령견 건강 개선에 탁월한
‘노루궁뎅이버섯’
11세 노령견 실험군에 16주 동안 노루궁뎅이버섯 가루를 첨가한 먹이를 급여한 결과 체중·신체충실지수·분변지수· 혈액 검사 결과 건강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혈액 내 포름산염과 아스코르브산, 콜린 같은 세포 성장과 증식에 도움이 되는 대사체는 10~70%가량 증가해 세포 활성화 기능을 입증했다. 이 외에도 면역력 강화, 항노화, 염증 감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사료 연구에만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해외 업체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길어야 30년 수준이다. 또, 국내 반려동물 식품 기업 대부분이 중소 규모이기 때문에 고품질 사료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데 자금 확보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이 주축이 되어 과학적 평가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고품질 사료의 원료 발굴과 제조 기술 개발·보급에 앞장선다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반려동물 사료의 기능성 원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국내 사료에 대한 반려인의 신뢰와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맞춤형 영양표준 설정으로 품질과 안전성 향상 기대
반려동물은 동물 종과 성장 단계에 따라 영양 기준이 다르다. 또한 반려인이 제공하는 사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을 위해서는 사료 품질과 영양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표준을 제정하여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는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학적 적합성을 보장하는 지침안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펫푸드산업연합(FEDIAF)도 제품에 ‘완전 사료’라는 유형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별도 영양 지침안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영양 균형에 근거한 사료 개념이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료 등록, 유통 과정에서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완전 사료’임을 입증할 만한 별도의 영양 기준조차 없었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 제도를 개선하고 사료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10월 국내외 자료에 대한 연구·검토를 거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내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을 마련했다. 한국축산학회 반려동물영양연구회를 비롯해 국내외 사료 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국내외 영양 지침안을 비교·분석하고 반려동물 사료 산업 관련 기관과 연구소, 협회, 소비자가 참여한 국제 학술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은 반려동물이 건강한 생활과 정상적인 생리 상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사료 영양소에 대한 최소 권장 수준을 제시한 지침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영양표준 설정을 통해 동물 종과 성장 단계를 구분하고 성견 38종과 자견·번식기 개 40종을 비롯해 성묘 41종과 자묘·번식기 고양이 43종의 영양소에 대한 권장 함량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반려동물완전사료’라는 필수 영양소 충족 개념이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사료는 조단백질, 조지방, 칼슘, 인, 조섬유, 조회분, 수분 등 일곱가지 성분 등록 의무만 있었다. 그 외에는 사료 공급자의 자율과 책임에 맡겨 왔다.
앞으로 ‘반려동물완전사료’라고 표시하기 위한 영양 기준으로 국립축산과학원이 설정한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이 활용됨으로써 사료 공급자가 완전사료에 포함되어야 할 필수 영양소에 관심을 기울여 품질이 더욱 향상된 사료를 판매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내 사료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반려동물 관련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회와 함께 반려동물의 영양소 요구량 규명과 영양 관리 연구를 지속하며 반려동물 사료 영양표준을 주기적으로 개정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