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과학자들의 서재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진짜 가치를 찾는 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권영호 농업연구사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투자와 인생은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투자가들 중 크게 성공한 이들 대부분 인생을 보는 혜안을 지니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나의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라 믿고 꾸준히 수행해 나간다면 ‘우량주’로 성장한 스스로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권영호 농업연구사의 추천 도서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진짜 가치’의 힘에 대해 생각해본다.

세계 최초 메탄가스 감축 벼 ‘밀양360호’로 찾은
기후 위기 해법

기후 위기 시대, 온실가스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 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전 지구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농업 부문도 약 590만 톤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농업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경종과 축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분야가 바로 벼농사이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쌀은 세계 농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물을 채운 논의 고세균이 메탄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벼 육종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4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벼 씨알을 크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지에스스리(gs3)에 메탄가스를 줄이는 작동 원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메탄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그린라이스 벼 계통 ‘밀양360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전체 농업 부문에서 벼농사를 지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발생량은 약 28%에 달합니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2020년부터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벼 육종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밀양360호’ 는 유전자 조작 등 인위적인 방법을 적용하지 않고 벼에 원래 존재하는 지에스스리 유전자를 활용했는데요. 지에스스리 유전자는 벼 뿌리에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고세균의 먹이가 되는 물질이 적게 분비되도록 작동합니다. 벼 식물체 유전자를 이용한 전통 육종으로 메탄을 줄인 연구로는 세계 최초 사례라 의미가 큽니다.”

‘밀양360호’는 영남 지역 대표 품종인 새일미 재배에 비해 메탄이 약 16% 적게 발생한다. 여기서 비료를 50% 줄이면 메탄 감소 폭이 약 24%로 커지는데, 일반적으로 비료를 50% 줄이면 수확량도 약 15~20%가량 감소한다. 반면 ‘밀양360호’는 절반 수준인 7%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친환경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밥맛도 우수하고 흰잎마름병과 도열병에도 강하다.

“지에스스리 유전자를 다른 품종으로 전달하면 새로운 온실가스 저감 품종도 기대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지에 해당 기술이 소개되어 전 세계 학자들과 산업계 관계자들에게 큰 관심과 찬사를 받기도 했어요. 연구자로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밀양360호’는 올해 12월 품종화를 거쳐 2025년부터 영남 지역에서 시험 재배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2027년 즈음이면 농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았다. 또한 “신품종 보급과 더불어 메탄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논물 관리 기술을 함께 보급해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를 그리는 가치 투자, 인생의 이정표를 찾다

권영호 농업연구사가 농업 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지 어느덧 8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대학에서 식물병리학을 전공하고 호기롭게 농촌진흥청에 입사했지만 벼 육종 분야는 처음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저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땅을 밟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농업 과학자의 길을 택하게 되었는데요. 전공과는 다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품종 육종과 기술 개발은 현재를 넘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역량을 육종과 연결하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궁금했지요. 식물병리학과 연관성 있는 식물 마이크로바이옴과 육종을 연결 지어 지에스스리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당장 성과나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연구하면 언젠가는 더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치관이 형성된 배경에는 단 한 권의 책이 있었다. 바로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이다.

“얼핏 청소년을 위한 경제 도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초보 투자자로서 경제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접하게 되었는데요. 단순한 경제와 투자 개념을 넘어 워런 버핏의 철학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과제들을 돌아보고, 내가 미래에 가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연구를 찾아 ‘인생의 투자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지요.”

“시장 타이밍보다는 ‘시간의 힘’에, 눈에 보이는가격보다는 ‘진짜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 본문에서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진짜 가치’에 주목했다. ‘진짜 가치’가 있는 연구라면 현재가 아닌 먼 미래의 나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워런 버핏은 한번 투자를 하면 최소 5년은 보고 간다고 해요.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투자도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연구자로서 5년 뒤 미래를 기대할 만한 ‘진짜 가치’ 있는 연구 주제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돈의 가치와 경제적 통찰력을 배우는 것은 농업 과학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는 가공·생산 측면에서 투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AI와 전기차, 친환경 등이 주목받는데요. 이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경제 흐름을 파악한다면 앞으로의 연구 주제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가뭄과 홍수, 이상기온 등 각종 재해를 불러오고 있다. 매년 달라지는 기상 상황을 고려한 품종 개량도 시급한 과제다.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환경 변화에 강한 벼 품종 개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식량안보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단기적인 목표는 제가 개발한 품종이 정부 보급종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농업인과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제가 개발한 품종으로 국내 재배 면적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개발한 품종이 전국 어디서나 판매되고, 많은 소비자가 찾아준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고 기쁜 일이 또 있을까요?”

사람들은 종종 눈앞에 놓인 작은 보상을 쫓다가 더 큰 목표를 잊어버리곤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은 성공과 행복의 열쇠이다.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그 열쇠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 앞으로 5년 뒤 그가 찾은 ‘진짜 가치’가 얼마나 큰 성과로 돌아올지 상상하며 큰 기대와 응원을 전한다.

권영호 농업연구관 추천도서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
안석훈, 이경민, 홍혜민 지음 넥스트씨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은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의 철학과 투자법을 통해 돈과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한다. 워런 버핏의 지혜를 바탕으로 돈과 경제의 본질적인 이해를 제공하며, 읽는 이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판단력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실물 경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10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와 투자에 대한 기본 개념을 친근한 설명과 다양한 이미지 자료,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전하고 있다. 특히 두 주인공, 경민과 혜민이 워런 버핏의 철학을 배우며 자본 시장과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 누구나 편안하고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버핏의 주주 서한을 통해 강조되는 장기적인 전망과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한다. 각 장에는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으므로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난이도가 낮은 장부터 읽어도 좋다.

“애플이나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초우량주를 두고 흔히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하곤 한다. 이 말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어있다. 가격이 비싸 보이더라도, 기업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보아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투자할 기회란 뜻이다. 이처럼 투자에는 단순한 가격보다는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인정받는 주식을 찾는 것, 그게 바로 버핏이 주는 교훈이다.”

-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 본문에서

이 책의 핵심은 투자를 단순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으로 보지 않고,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읽는 이는 다양한 경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10대를 위한 워런 버핏 경제 수업』은 10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자본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투자의 기본조차 모르는 어른들도 허다하다. 진정한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버핏의 철학은 경제와 금융 개념에 대한 설명을 넘어 성실과 꾸준함의 가치까지 깨닫게 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투자는 물론 인생의 진짜 가치와 시간의 힘에 주목하는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먼저 온 미래, 우리 농업·농촌. 농촌진흥청에는 농업과 농촌을 연구하며 기술을 보급하는 농업 과학자, 농업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농업을 과학으로 이끄는 선구자들입니다. 농업 과학자는 어떤 책을 읽고, 연구에 활용할까요? 농업과학기술 우수성과 공유대회를 통해선정한 농업 과학자들의 서재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