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 찾은
농업의 새로운 활로!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한 한 끼를 만들다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 성장하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원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곤충 단백질은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율이 높을 뿐
아니라 알러지 반응을 줄여 유용한 대체 단백질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육 시 필요한 물의 양이나
토지 면적이 적게 들어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입증 받고 있다. 동애등에 유충으로
반려동물 영양제와 사료를 개발하고 있는
곤충 사료화 기업 엔토모 박기환 대표를 만나
국내 사료 곤충 시장의 현재와 미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기획특집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 성장하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원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곤충 단백질은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율이 높을 뿐 아니라 알러지 반응을 줄여 유용한 대체 단백질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육 시 필요한 물의 양이나 토지 면적이 적게 들어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입증 받고 있다. 동애등에 유충으로 반려동물 영양제와 사료를 개발하고 있는 곤충 사료화 기업 엔토모 박기환 대표를 만나 국내 사료 곤충 시장의 현재와 미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애등에,

반려동물 사료의
단백질 대체원으로
떠오르다

2014년 문을 연 엔토모는 충북의 대표적인 곤충 사료화 기업이다. 대표적인 사료용 곤충으로 잘 알려진 동애등에 유충을 이용한 반려동물 영양제와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엔토모를 이끌고 있는 박기환 대표는 20대의 어린 나이에 사료 곤충 산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동애등에 관련 특허 출원과 품질 인증을 받으며 12년간 내실을 다져오고 있다.

“아버지께서 20여 년 동안 곤충을 연구해온 1세대 곤충컨설턴트입니다.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고민 끝에 창업을 목표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께 조언을 구해 ‘동애등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전국에 동애등에 농가가 단 한 곳도 없었어요. 농촌진흥청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관련 사업체는 전무했습니다. 선례가 없고 곤충에 대한 인식도 낮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어요.”

일반적으로 반려동물 사료에 사용할 수 있는 단백질원은 콩, 어두, 육분 등 다섯 가지 정도에 불과하다. 박기환 대표는 “좁은 선택지에서 ‘곤충’이라는 단백질 대체원이 성장한다면 시장의 판도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벤치마킹할 경쟁사도 없었던 상황에서 박기환 대표가 도움을 구한 곳은 농촌진흥청이었다. 박기환 대표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업무 교류를 하며 동애등에를 연구한 끝에 천연 황산과 항균물질을 비롯해 아미노산이 풍부한 반려동물 면역력 증진 곤충 사료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엔토모는 농촌진흥청의 원천 기술에서 파생된 곤충 생산, 가공, 사료 제조 등에 대한 특허만 37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료용 곤충으로 동애등에 유충, 갈색거저리(고소애), 굼벵이, 쌍별귀뚜라미 등이 있는데요. 그중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로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이 동애등에 유충입니다. 시중에 출시된 반려동물 곤충 사료 중 90% 이상이 동애등에 유충을 사용하고 있지요. 생산량과 단가, 품질 면에서 아직까지 동애등에 유충을 따라올 원료는 없습니다. 음식물 폐자원을 먹이원으로 활용하고 부산물로 나오는 분변토는 비료로 판매가 가능해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요.”

가축은 사육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배출하며, 배설물로 인한 토양 오염도 일으킨다. 반면 동애등에 유충은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해주는 등 환경오염을 줄여주기 때문에 친환경 원료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은 오히려 ‘쓰레기를 먹여 키워 건강하지 않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은 음식물로 만든 사료를 먹여 키우는 건 다른 가축도 마찬가지예요. 곤충에 대한 편견으로 동애등에만 유독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낙과나 두부를 제조할 때 남는 비지, 편의점 폐기물 등 좀 더 깨끗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먹이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낙과를 이용할 시 농업인과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가장 작은
곤충으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다

박기환 대표는 사업 초기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판로 확보를 꼽았다. ‘곤충은 징그럽다’, ‘곤충을 어떻게 먹냐’는 등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곤충 원료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인식이 변화하고 시장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변화를 체감한 건 지난해부터예요. 반려동물을 비롯해 수산 농어가와 축산 농가에서도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산 농어가의 경우 방어철이 되면 한 어가에서 일주일 동안 소모하는 곤충 원료 양이 3~5톤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곤충 원료 수요가 20배 이상 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곤충 사료 산업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긴 했지만 ‘아직은 아니다’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엔토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3 충북우수상품전시회에서 1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곤충 산업을 육성한 역사가 오래됐을 뿐 아니라 관련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입니다. 곤충 원료 10톤을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도네시아는 1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면 우리나라의 필요 인력은 1.5명에 불과해요. 국산 곤충 원료는 높은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환영받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도 동애등에를 비롯한 국산 곤충 원료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사업을 시작하던 12년 전에도 곤충 산업은 블루오션이라 불렸는데요. 곤충 산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며,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앞으로 곤충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화와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큰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박기환 대표는 “곤충 사료화 기업 중 아직 연 매출 50억 원이 넘는 기업조차 없다는 것이 아쉽다”며, “지금은 보다 공격적으로 산업을 키워 더 큰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권역별로 연 매출 50~100억 원에 이르는 곤충 사료화 기업이 다섯 개 정도는 생겨나야 규모화를 이루고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도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양이 풍부하고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며 경제성까지 입증된 곤충 원료는 전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현재 엔토모는 곤충 원료 판매뿐 아니라 곤충류 생육 가공장비 납품, 반려동물 사료 위탁생산도 함께 하고 있다. 곤충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높은 초기 사육 설비비와 표준화된 사육 모델의 부재였다. 엔토모는 직접 장비를 개발해 사용하고, 개발한 장비를 다른 농가에 판매함으로써 생산 공정 표준화를 통한 품질 균일화를 도모하고 있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버티며 경쟁 기업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에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경험이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곤충 원료 가공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예요. 1차 생산 농가가 살아야 물량을 확보하고 규모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나누며 지역 사회와 상생하고 협력해 곤충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고 싶습니다.”

동애등에로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엔토모는 지난해 생산 시설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로 이전해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제주시 친환경 에너지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내 음식물 자원을 활용해 동애등에를 사육하게 된 것이다. 동애등에 유충은 하루 2~3g의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한다. 엔토모는 이를 이용해 버려지는 생활 음식물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사육 비용을 절감하고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하며 사회적기업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곤충을 활용한 음식물 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2020년부터 2년 동안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모델 검증을 실시했어요. 도심 내에서 곤충을 사육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한시적 허용을 통해 충북대학교 구내식당에 시스템을 도입해 1일 100㎏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각종 법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앞으로 학교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친환경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자원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반려동물 곤충 사료 산업을 점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다. 소량 생산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위탁 생산을 해주는 업체도 찾기 힘들어 중소기업에는 진입장벽이 높다. 엔토모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동물 사료 위탁 생산도 겸하고 있다.

“육분 등 질 낮은 가축 부산물과 사료 가공을 위해 쓰는 화학약품 등을 사용한 사료를 반려동물에게 먹일 경우 알러지가 생기곤 합니다. 가금류 알러지가 있는 반려동물도 집에서 깨끗이 손질한 닭을 직접 삶아 급여하면 알러지가 발생하지 않는데요. 그만큼 원료의 품질이 중요합니다. 곤충 원료는 부산물이 아니라 통째로 분쇄해 사용하기 때문에 순도 높은 단백질을 공급합니다. 곤충 원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시장을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박기환 대표는 자체적으로 반려동물 사료 전문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바로 ‘포러스트’이다. 포러스트는 국내 사료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상품성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동애등에 유충은 단백질은 물론 무기질과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등 풍부한 영양소를 갖추고 있어요. 특히 닭고기나 돼지고기, 소고기 등 주요 단백질원보다 훨씬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동물에게 유용한 영양을 공급합니다. 포러스트는 고단백 영양소를 동애등에 곤충 단백질로 대체하고 브로콜리, 단호박, 양배추, 당근 등 건강한 먹거리를 배합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리미엄 사료와 영양제, 간식을 꾸준히 개발해 반려인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전통적인 축산물 생산 방식의 한계로 육류 생산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가 육류를 대신할 식량자원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바로 곤충이다. 언젠가 반려동물을 넘어 인간의 주식으로 곤충이 각광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기대하며 엔토모가 그려 나갈 내일에 응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