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몸과 마음이 바빴던 시간을 뒤로하고 휴식과 치유를 통한 회복이 필요할 때다. 이럴 때는 느린 여행이 필요하다. 고요한 겨울 숲을 천천히 거닐다가 뜨끈한 스파에 몸을 담그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만사 걱정이 사라진다. 첩첩산중 고원 바람이 불어오는 진안고원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진한 홍삼 스파로 건강한 새해를 준비해보자.
하늘땅 고샅에서 마을과 사람, 진안을 만나는 길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진안은 높은 고지대에 있어 호남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는 저 먼 옛날부터 수백 개의 산촌마을을 이어주던 마을길, 숲길, 물길을 이은 진안고원길이 있다. 평균 고도 300m, 고원 마을 100개, 고원 고개 50개, 총 길이 200㎞. 총 15구간으로 이루어진 진안고원길에서 만난 풍경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진안 사람들의 마음을 닮아 평화롭기만 하다.
진안고원길 중 제1구간인 마이산길은 진안에서 마이산을 거쳐 마령면에 이르는 고원길이다. 마이산 옛길에 서면 암·수마이봉이 눈앞에 바투 다가온다. 그와 함께 탑재와 은천마을숲, 원동촌마을숲 등 오래된 마을숲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구간이 미슐랭 그린가이드에서 최고 평점인 별점 세 개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마이산길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제1구간은 마이산을 거쳐 간다. 2003년 명승 제12호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마이산은 말의 귀 모습과 닮은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진안 읍내 어디에서나 눈에 띌 정도로 거대한 위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이산은 계절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이라 한다. 여름에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다.
마이산에서 가장 유명한 건 강한 비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는 80여 기의 돌탑과 그 탑을 품은 탑사이다.
효령대군 16대손인 이갑룡 처사가 직접 쌓아 올렸다는 돌탑은 10년에 걸쳐 차곡차곡 돌을 쌓아 완성되었다고 한다. 자연석으로 이처럼 견고한 탑을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을 여전히 알 수 없어 더욱 신비롭다. 이 탑사에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약수도 있으니 잠시 목을 축이고 가도 좋다. 탑사에서 300m 떨어진 은수사도 가볼 만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수사 청실배나무는 백일기도를 위해 절을 찾은 태조 이성계가 묻은 씨앗이 자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탑사와 은수사는 마이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마이산에서 내려오면 어느새 은천마을에 닿게 된다. 마을의 잦은 화재를 막기 위해 복원한 마을숲과 돌거북을 돌아보며 마을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부터 마을과 마을을 지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서촌마을, 중동촌마을까지 마을마다 남아있는 토벽과 옛 초가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뒤이어 원동촌마을에 있는 낡은 정미소를 지나면 넓은 농지와 수려한 절벽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절벽 위에 그림처럼 솟은 누각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형남정이다. 앞으로는 경사진 석벽과 맑은 하천이 흐르고, 뒤로는 숲이 우거진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이후 형남정에서 마이산길의 최종 도착지인 마령면사무소까지는 지척이다.
고요한 겨울 숲길과 탑사를 지나 정겨운 산골마을에 이르는 동안 여행자는 마을길, 논길, 밭길, 산길, 숲길, 물길, 고갯길, 옛길, 신작로 등 여러 형태의 ‘길’을 걷게 된다. 그 길의 끝은 여행자들에게 결국 또 다른 시작점을 만든다. 조금 느리고 불편해도 좋다. 진안고원길로 ‘나만의 길’을 찾아 순례를 떠나보자.
마이산을 바라보며 만끽하는 진한 홍삼 스파
숲을 걸으며 마음을 치유했다면, 이제 몸을 치유하러 자리를 옮겨보자. 마이산 바로 앞에 위치한 진안홍삼스파는 홍삼을 주제로 꾸민 체험식 스파다. 국내 유일의 홍삼한방스파라는 명성에 걸맞게 《동의보감》의 근원인 양생(養生)을 기초로 홍삼 한방과 음양오행을 결합한 스파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홍삼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먼저 고객 라운지로 운영되고 있는 1층은 홍삼 판매장과 커피숍, 남녀 사워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 테라피존은 양바데풀, 사운드프로팅, 버블센스테라피, 스톤테라피, 아로마테라피, 하모니테라피, 써멀테라피, 윈드테라피, 스낵바, 샤워실 등을 운영한다. 3층 아쿠아존에서는 하늘정원과 함께 노천 스파인 하이드로테라피와 아쿠아마인드테라피 등을 만날 수 있다.
스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즐기고 싶은 체험 프로그램에 따라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팔목에 종이 태그를 붙여주는데 체험 프로그램에 따라 구별해 제공한다. 수영복과 수영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므로 잊지 말고 챙기자.
테라피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은 데스티네이션스파와 퍼블릭스파로 나뉜다. 다섯 개 코스로 구성된 데스티네이션스파에서는 홍삼과 편백 큐브, 몽돌을 이용한 이색 테라피를 즐길 수 있다. 맨 먼저 버블센스테라피에서 홍삼 거품으로 전신을 마사지하고, 개별 욕조가 설치된 아로마테라피에서 홍삼 입욕제를 활용해 반신욕을 즐기면 된다. 이후 하모니테라피로 이동하면 홍삼 머드팩이 기다리고 있다.
홍삼 테파리를 모두 마친 후에는 허브테라피와 스톤테라피에 설치된 1인용 나무 침대에 누워 산림욕과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허브테라피에 설치된 침대에는 편백나무 큐브를, 스톤테라피 침대에는 몽돌을 채워 피톤치드와 지압 효과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스톤테라피 침대의 몽돌은 피부 민감도를 고려해 두 가지 질감의 몽돌을 구비해놓고 있다. 버블센스테라피의 경우 최대 28명까지 인원 수용이 가능하지만 그 외 데스티네이션스파 시설은 20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긴 대기 시간을 각오해야 하므로 인기 많은 체험은 예약 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호텔 수영장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퍼블릭스파는 온가족이 함께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강한 수압의 물줄기를 이용해 마사지를 할 수 있는 바데풀을 중심으로 다양한 물 치료 기구를 갖추고 있다. 또 부유 기구를 이용해 물 위에 누워 수중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명상할 수 있는 사운드플로팅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사운드플로팅 체험은 마치 양수 속 태아 시절로 돌아간 듯한 편안함을 선물한다.
실내에서 벗어나 옥상에 오르면 거대한 두 암봉이 우뚝 솟은 마이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눈이 내리거나 안개가 낀 날이면 신비로움을 더하는 절경 속에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노천탕을 즐긴 후 식은 몸을 덥히고 싶다면 사우나 시설을 갖춘 써멀테라피를 이용하도록 하자.
진안홍삼스파는 이용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스파를 이용할 수 있도록 1일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1일 입장 인원은 700명으로 겨울 성수기인 1월에는 휴무 없이 운영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묵은 피로를 씻어내고 휴식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다면 진안홍삼스파를 찾아 홍삼의 건강한 기운 속에 몸을 담가 보자.
진안 특산물 홍삼과 흑돼지로 차린 건강 한 끼
숲길을 걷고 테라피를 즐기는 사이 허기진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릴 때가 되었다. 진안에 왔다면 홍삼과 흑돼지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진안 인삼은 고원에서 재배해 다른 인삼보다 생육 기간이 60일가량 더 길다. 긴 생육 기간만큼 향이 진하고 조직이 단단해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진안은 2005년 전국에서 유일한 홍삼한방특구로 지정되었다. 매년 가을이면 홍삼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홍삼 축제도 열리고 있어 명실공히 홍삼의 고장이라 불릴 만하다.
밤낮 기온차가 큰 진안고원에서 청정수로 키운 흑돼지도 별미 중의 별미다. 육질이 치밀하면서도 지방질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데 ‘깜도야’라는 진안 고유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깜도야는 고구려 시대부터 유래된 전통 토종 돼지로 진안군에서만 사육이 가능하다. 일반 돼지와 비교해 열량은 낮으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다.
마이산 인근에는 탐방객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 주는 맛집이 많다. 홍삼과 흑돼지가 대표 특산물인 지역답게 홍삼시래기밥, 홍삼떡갈비, 홍삼돈가스, 인삼 먹인 흑돼지등갈비구이, 인삼샐러드 등 특색 있는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진안이 키운 건강한 홍삼과 흑돼지 그리고 다양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들을 씹고 뜯고 즐기는 동안 어느새 그동안 쌓인 피로를 잊고 생기와 활력을 되찾은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진안 맛집, 여기 어때?
진안은 국내 유일의 홍삼한방특구로 지정된 홍삼의 고장이다. 해발 400m 이상 청정 고원에서 자란 진안 인삼을 가공한 홍삼은 향이 진하면서도 맛이 순한 것이 특징이다. 홍삼과 함께 진안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하나 더 꼽자면 바로 ‘흑돼지’다. 밤낮 기온차가 큰 고지대에서 키워 육질이 치밀하고 담백하며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진안 홍삼과 흑돼지로 건강을 챙기고 겨울 추위를 이겨내 보자.
1. 마이담마이산을 찾는 탐방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농가 맛집. 밥물에 홍삼액이 들어간 홍삼시래기밥을 맛볼 수 있다. 홍삼 향과 맛은 나지 않지만 몸에 좋은 효능은 그대로 남아 있어 특허까지 받았다. 이 외에도 마늘시래기밥, 떡갈비 등을 판매하는데, 식재료 대부분을 직접 농사짓거나 지역 농산물만 사용해 믿을 수 있다.
- 주소진안군 부귀면 전진로 1947
- 운영 시간11:00~20:00
- 문의063-433-5535
향토음식경연에서 대상을 수상한 등갈비 전문점. 참나무 장작을 사용해 바비큐한 여러 종류의 구이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진안 특산품인 인삼을 먹인 흑돼지로 구워 낸 등갈비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더덕구이 정식, 버섯전골 정식, 산채 정식, 등갈비 묵은지 전골 등을 판매한다. 더덕생즙 동동주와 홍삼 동동주 등 건강을 담은 주류도 곁들일 수 있다.
- 주소진안군 마령면 마이산남로 209
- 운영 시간08:00~21:00
- 문의063-432-2007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하는 진안 흑돼지에 홍삼을 더한 돈가스로 유명한 식당. 특히 홍삼치즈롤돈가스는 진한 모차렐라치즈가 돈가스 위로 풍성하게 녹아내려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돋보인다. 소스에 진안 특산물인 홍삼을 넣어 독특한 풍미를 낸다. 신선한 채소와 치킨에 신선한 진안 인삼을 얇게 썰어 곁들인 인삼 샐러드도 인기 만점이다.
- 주소진안군 진안읍 마이산로 228-10
- 운영 시간09:00~21:00
- 문의063-432-7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