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라

제주 메밀로
꽃피운

건강한
치유의 터전

: 마을이 낳은 상품, 마을을 키운 사람

많은 사람이 ‘메밀’ 하면 강원도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우리나라 메밀 주산지는 바로 제주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제주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작물이기도 하다.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오라동 너른 들판에는 매년 봄가을이면 하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다. 메밀을 중심으로 청보리, 콩 등 식량작물을 재배해 가공·판매하는 제주오라가 자리 잡은 곳이다. 메밀 생산과 가공을 넘어 자연 경관을 함께 나누며 오라동을 치유의 터전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문승환 대표를 만나보았다.

제주 메밀,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다

제주는 국내 최대 메밀 주산지로 2022년 기준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각각 전국의 73.7%, 6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도 메밀 생산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에서 가장 큰 메밀밭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오라’이다. 제주오라가 운영하는 오라농장은 제주공항과 가까운 거리인 오라동 산록북로에 위치해 있다. 무려 99만 ㎡(약 30만 평)로 축구장(7140㎡) 130개를 합한 것보다도 넓다. 전국에서 단일 규모로는 으뜸이다.

“부모님께서 40년간 제주에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지역 농협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받으며 영농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제주오라’ 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지요. ‘제주오라’라는 이름은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해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기도 하지만, ‘제주로 오라’는 뜻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어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더 많이 제주오라를 기억하고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름 지었습니다.”

제주오라를 시작할 당시 문승환 대표는 경험과 감으로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 세대를 뛰어넘기 위해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가공과 유통·판매로 눈을 돌렸다. 그 바탕에는 “농작물 생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의 판매를 하는 것이 청년 농업인이 가야 할 길” 이며, “새로운 품종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지속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2,975㎡의 가공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브랜딩과 가공·판매에 뛰어들었다.

“농업을 다른 산업과 연계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일궈온 기반이 워낙 탄탄했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지요. 현재 제주오라는 연간 400톤이 넘는 메밀과 200톤가량의 보리 등 다양한 식량작물을 생산하는데요. 자체 가공 시설을 갖추고 생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 국내 식량작물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계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또,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농산 가공품을 개발해 소비율을 높이는 한편, 체험·관광 분야와 연계해 우리 농업·농촌의 저변을 넓혀 나가고 싶어요.”

생산자에서 경영인으로, 더 큰 꿈을 키우다

오래전부터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저렴한 수입 종자를 사용한 메밀 농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외래 잡초를 비롯한 병해충 유입과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해왔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국산 메밀 품종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산 품종인 ‘양절’을 개발해 선보였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해 제주 성산, 표선, 한림, 애월, 안덕 등 6곳에 30헥타르(ha)에 이르는 양절 메밀 채종 단지를 조성했다. 제주오라 또한 운영 업체로 참여하며 양절을 재배해 힘을 보태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양절은 봄과 가을에 두 번 재배가 가능한 신품종입니다. 생산성이 낮고 잡초가 섞인 외래종과 가을에만 재배가 가능한 재래종 메밀이 가진 한계를 동시에 해결한 장점을 갖고 있지요. 일반 메밀보다 루틴 함량도 높을 뿐 아니라 외래종 대비 수확량도 15%나 많습니다. 아직 채종단지를 운영하며 보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농업인으로서 실제 겪고 느낀 문제점을 국립식량과학원과 공유하며 개선책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기후 위기 속에 제주 기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품종 개량이 시급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메밀 원물을 단순 가공해 판매하는 것에 목마름을 느꼈다”고 토로한 문승환 대표는 메밀을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메밀 사브레, 메밀 아이스크림 등 제주 메밀을 알리고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고민 중이다.

“농업인이 생산에 머물지 않고 1차 산업을 넘어 2차, 4차, 6차 산업까지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1차 산업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오라는 그 점에서 선대부터 이어온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니 걱정 없어요. 농산 가공품을 개발하는 건 원물을 가공하는 것보다 까다로운 일이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에 제주 메밀을 알리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업인이 생산에 머물지 않고
1차 산업을 넘어 2차, 4차, 6차 산업까지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1차 산업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라농장에서 만난 감성 제주, 메밀꽃에 치유를 더하다

문승환 대표는 내년 5월 제주오라에서 열리는 메밀꽃 축제를 통해 신제품 메밀 사브레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 메밀에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가루쌀을 더해 만든 메밀 사브레는 출시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부모님 세대 농업인들은 1차산업에만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극복해야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농산 가공품 개발뿐만 아니라 체험·관광과도 연계해 제주 메밀 인지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조선시대 제주는 유배지였을 정도로 척박한 땅인데, 그런 땅에도 뿌리내린 메밀과 제주인의 삶이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제주 설화에서 메밀은 농경의 여신 자청비가 하늘에서 갖고 내려온 마지막 곡물로 등장하는데요. 그만큼 제주도민에게 메밀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메밀 주산지 하면 누구나 ‘제주’를 꼽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봄 메밀은 4~5월에 파종해 5월 하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가을 메밀은 8월에 파종하면 9~10월 사이 꽃을 피운다. 메밀꽃은 모양이 아름답고 꽃이 피는 기간이 매우 길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제철 메밀밭 풍경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절경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메밀꽃 필 무렵이면 오라농장은 인파로 북적인다. 남쪽으로는 한라산과 오름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바다와 제주 시내 풍광이 메밀꽃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201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제주오라 메밀꽃 축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해에도 30만 명 넘게 방문했다.

“사실 처음부터 농장을 개방할 마음을 먹지는 않았어요. 사진작가들의 명소가 되고 SNS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는데요. 관광에서 파생되는 수익보다는 농산물 피해가 더 컸어요. 이왕 이렇게 된 것 더 많은 사람들과 제주 경관을 나누고 제주 메밀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농장을 개방하기 시작했어요. 방문객이 메밀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 공연 프로그램을 마련해 축제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문승환 대표는 제주오라 메밀꽃 축제에 “승마 체험이나 각종 문화 공연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 메밀을 알리고, 제주오라 메밀꽃 축제가 제주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1차산업도 6차산업도 결국 농작물이 얼마나 잘 자라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제아무리 너른 메밀밭을 갖고 있다 한들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농장을 찾을 이는 없다. 최근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등 농업은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문승환 대표는 “올해 축제는 잘 마쳤지만 수확기에 많은 비가 내려 수확량이 예년의 3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잠시 어두운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어느 해는 축제를 코앞에 두고 큰 태풍이 몰려온 적도 있었다. 실망하며 돌아갔던 방문객을 생각하면 비록 수확량은 아쉽지만 인파로 북적인 올해가 행복하다고 한다.

“해마다 메밀과 관련된 역사, 문화 자원을 결합해 축제 주제를 조금씩 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그중 반려견과 함께하는 메밀밭 투어도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오라농장에서는 메밀뿐만 아니라 청보리와 유채도 재배하고 있는데요. 메밀 축제 외에 청보리와 유채를 활용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어요. 제주오라가 사시사철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제주의 치유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승환 대표가 제주오라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고 다양한 농산 가공품을 개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제주오라 자체가 제주 메밀이자 제주 문화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길 바란다. 더불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이 앞으로 주요 식량작물로 여겨지며 식량 안보에 기여하리라 믿고 있다. 실제로 올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나미비아 대표단이 제주오라를 찾아 기술 보급을 제안할 정도로 메밀은 식량작물로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리 농업·농촌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다. 제주오라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앞으로 만들어 나갈 길이 이를 증명해줄 것이다.

제주오라 대표 제품과 주요 판매처
대표 제품

제주오라 메밀쌀&메밀가루&메밀보리 미숫가루
한라산 인근 청정 지역에서 키운 100% 제주산 메밀로 제주오라에서 직접 재배하고 가공해 믿고 먹을 수 있다. 특히, 메밀쌀을 곱게 빻아 가공한 메밀가루를 활용하면 가정에서도 손쉽게 메밀묵을 만들 수 있다. 메밀보리 미숫가루에 포함된 보리도 제주오라에서 직접 재배하고 가공한 메밀과 보리, 콩, 현미를 원물 그대로 분쇄해 신선함을 더했다.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비롯해 간 세포 재생에 효과가 있는 성분으로 알려진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메밀은 물론 식이섬유가 풍부한 보리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으며, 곡물 이외에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누구나 취향에 맞춰 즐길 수 있다.

주요 판매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온라인마켓(쿠팡, 11번가 등)